호수자연생태학교 세 번째 시민특강

호수자연생태학교가 주관한 세 번째 시민 특강이 지난 18일 일산 호수공원 자연학습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특강은 이기섭 서울시립동물원장이 ‘서울동물원의 동물복지와 동물행동풍부화’를 주제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늦은 시간이지만 동물복지에 관심있는 시민들이 흥미롭게 강의를 들었다.

서울시는 지난 10월 5일 지자체 최초로 ‘동물복지기준선언문’을 채택하고 산하 동물원을 통해 시행하고 있다. 고양시에도 개인이 운영하는 동물원이 있고, 호수공원에도 작은 동물원이 있어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강의였다.

동물이 어디에 살든 자기 본성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살펴주는 것이 동물복지다. 동물들이 야생에서와 같이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행동을 발현하려면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다. 이기섭 원장은 애완동물의 경우 공간부족으로 고통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구아나, 도마뱀, 거북 등 파충류들은 활동범위가 넓은데 집에서 키우다보면 아무리 사랑으로 키우더라도 동물들은 괴로워한다는 것이다. 서울동물원은 지속적인 모델링을 통해 동물들에게 적절한 공간을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는데 사육공간을 넓히다보니 동물의 숫자는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또한 탄수화물 위주의 고칼로리 음식이 동물을 비만으로 몰아가기 때문에 동물영양사를 채용해 동물마다 특색에 맞는 먹이를 공급한다. 사자는 일부러 굶기는 날도 있다. 자연상태에서는 사자나 호랑이가 매일 사냥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울동물원의 사자는 좀 말라보이는데 그게 정상모습이란다.

서울동물원은 특히 동물들이 본연의 습성을 잃지 않도록 ‘행동풍부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침팬지 우리에는 30m 높이의 타워팰리스를 만들어 침팬지가 올라가 놀 수 있도록 했는데 야생에서 높이 올라가는 습성 때문에 만들어준 것이라고 했다. 동물원이라는 제한된 공간에 동물이 갇혀 지내지만 각각의 동물 특성에 맞는 사육환경을 제공해 동물복지를 실현하려는 노력이 의미있게 다가왔다.

서울동물원은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동물해설사를 양성해 관람객에게 동물생태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동물행동풍부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모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동물원이 도대체 무엇을 해야하는 것일까, 왜 필요할까. 이기섭 원장은 그 해답을 찾은 듯했다.

“동물원은 인간과 동물이 가까이서 만나 친밀감을 갖게 하는 곳이다. 동물원에서 아이들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고, 자연을 보호하는 어른으로 자라나야 한다. 앞으로의 동물원은 멸종위기종을 키워서 자연에 돌려주는 곳이 돼야 한다.”

이 원장은 20년 수명의 닭을 3개월이면 죽여서 삼계탕을 만드는 것은 갓난이를 죽이는 거라며 동물복지에서 가축은 제외돼 있지만 향후 가축의 동물복지도 생각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정에서 사랑으로 키우는 애완동물에 대해서도 동물복지 개념을 생각해보라고 숙제를 던져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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