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함께 뛰는 고양인>도기탁 두레협동조합 이사장

 

25년 직장생활 접고 환경관심
업사이클링 제품 디자인‧생산
고양방물단과 플리마켓 열어

“행신동에서 여기(주엽동)까지 찾아오는 학부모도 있어요. 동네마다 ‘함께하는 가게’가 있다면 굳이 멀리까지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잖아요.”

도기탁(63세) 두레협동조합 이사장은 ‘교복 물려주기 운동’을 ‘함께하는 가게’의 특화사업 중 하나로 꼽았다. 신학기가 시작될 때 한번 반짝 진행하는 게 아니라 교복 물려주기를 생활운동으로 1년 내내 이어가는 데가 전국적으로도 거의 없다는 것. 전학을 하거나 옷이 작아져 급하게 교복을 구해야 하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겐 더없이 요긴한 곳이다.

“교복 물려주기 상설매장을 운영하려면 공간과 인력이 필요한데 수익이 생기는 일은 아니거든요. 그래도 의미 있고 꼭 필요한 일이니 누군가는 해야죠. 집에서 원망 들을 각오는 하고….(웃음)”

도기탁 이사장이 ‘집에서 원망 들을 각오’로 두레협동조합 일에 뛰어든 건 2013년부터다. 25년간 금융맨으로 지내다 2004년 ‘다시는 넥타이를 매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직장을 나와 10년간 개인 사업을 했다. 그러나 세상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사회 구조가 너무 촘촘해서 내가 비집고 들어가 돈을 벌 틈이 생기지 않더라”는 그가 적어도 자식들에겐 자긍심을 주는 아버지로 남고 싶다는 ‘(그의 표현대로라면) 얄팍한’ 생각으로 눈을 돌린 게 환경운동이었다. ‘물건의 수명을 늘려주는 것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지구를 위해 해야 할 일’이라는 데 뜻을 같이 하는 17명이 모여 2013년 두레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이듬해 비영리법인 아름다운가게의 고양시 버전인 ‘함께하는 가게’ 문을 열었다.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은 옷가지부터 주방용품, 장난감, 아동도서, 학용품 등 다양한 물품을 판매했다.

“아름다운가게는 그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고, 함께하는 가게는 지역과 더 밀착해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봐요. 교복 물려주기도 그렇고, 공간 부담만 없다면 지역 행사 때마다 쓰는 천막이나 테이블을 보관했다가 주민자치센터가 필요할 때 빌려가게 하는 일도 해보고 싶어요.”

하지만 함께하는 가게의 첫 해 성적은 처참했다. 적자가 예상보다 컸다. ‘오래 살아남는 게 사회에 기여하는 일’이란 생각에 2015년 사회적기업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해 6월 예비사회적기업이 됐다. 가게 운영에도 변화를 줬다. 기증 물품을 분류해 판매하는 단순한 방식에 한계를 느끼던 참이었다.

“기증 물품 중 상당수가 청바지였는데 팔리지 않는 거예요. 천이 질겨 폐기비용도 더 들 테고. 한 번 더 쓰기 운동이 필요했죠.”

헌 청바지나 청재킷에 디자인을 입힌 업사이클링 브랜드인 ‘에코진’을 디자인하고 생산하기 위해 고양시에서 활동하는 공방작가들과 연대를 하면서 ‘고양방물단(cafe.naver.com/gymarket)’이라는 온오프라인 모임도 만들었다. 고양방물단 회원은 현재 280여 명. 갖가지 핸드메이드 제품을 만드는, 경력단절 주부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의 활동이 취미로 머물지 않고 경제활동으로 이어지게끔 하기 위해 비정기적으로 핸드메이드플리마켓을 열고, 각 구의 나눔장터와 각종 박람회에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핸드메이드플리마켓은 단순히 상거래가 이뤄지는 장터가 아니라 생활창작문화예술 나눔의 장”이라는 그는 “고양시에 적어도 상설플리마켓이 2개 정도는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최근 플리마켓 상설화에 힘을 쏟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장소. “고양시는 가내수공업(핸드메이드) 공급기지로서의 인적자원이 충분한 지역”이라는 그는 “경력단절 여성들의 일자리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문화나눔의 장이 되고, 장기적으로는 관광명소도 될 수 있을 것”라며 플리마켓 상설화를 위한 고양시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을 강조했다.

“함께하는 가게나 핸드메이드플리마켓에 온 시민들은 ‘좋은 일 한다’며 독려해줘요. 재활용품, 핸드메이드나 업사이클링 제품을 사주는 건 더 좋은 일을 하는 거예요. 고양시에도 홍대 예술시장 플리마켓, 이태원 계단장처럼 매주 플리마켓이 열리도록 할 겁니다. 많이 지원하고 이용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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