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일은 모른다는 말은 그저 옛 어른들의 말인 줄 알았다. 그러나 너무 갑작스런 이별을 맞고 나서 그 말이 그저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한 인간의 삶이 끝나는 시점에 그 사람의 생을 돌아본다면 그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았던 것일까, 또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세상에 와 자식을 넷 두었단 것 이왼 딱히 내세울 게 없던 삶이었지만 그분으로 인해 나의 생이 이어지고 있단 생각에 뭉클했다. 타고난 것에 비해 너무 무거운 짐을 지셨던 한 분이 삶을 마감하니 참으로 가엾단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가는 길에 정말 아무 것도 지닌 것 없이 한 줌 재가 되어 사라지는 걸 보면서 걱정 근심에 싸여 하루하루 살아가는 삶이 참 부질없다고 느꼈다. 삶은 누구에게나 다 고단한 것이다. 어린 아이 적 부모 밑에서 근심 걱정 모르고 살 던 때를 제하고 일생, 삶의 무게에 짓눌려 지친 생을 마감하는 것이 인간이다. 그렇게 고단한 삶임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죽을힘을 다해 살아가는 것은 그것이 바로 나의 삶이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내 삶에 들어오게 된 가족들을 위한 삶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엔 좋은 부모를 둔 덕에 어른이 되어서도 근심 걱정이란 걸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소위 금수저들 이야기다. 서민들은 상상도 부와 권세를 권력의 힘을 빌어 당당하게 누린다. 이런 사람들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허탈감에 빠져있고 한 편으론 분노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주제를 알고 있다.

그러나 주제보다 너무 넘치게 많은 것을 탐하는 사람들은 결국 남에게 피해를 주고 다른 사람의 생을 불행하게 만든다. 가족을 책임져야 할 그릇, 회사를 책임져야 할 그릇, 나라를 책임 질 수 있는 그릇, 그 그릇이 다 다르다. 그런데 자기 주제를 모르고 너무 큰 경영을 하려면 역시 탈이 나는 법이다. 가정을 운영하지 못하면 그 가족만 불행하지만 나라를 잘 운영하지 못하면 온 국민이 불행해진다. 그러니 누구나 자기 그릇을 알고 분수를 지켜야 하는 것이다.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사는 것의 중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한낱 이름 없는 범부는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다. 그의 죽음으로 인해 어떤 혼돈도 일어나지 않는다. 온전히 자기의 삶을 충실히 살다 간 결과다. 딱 자기 주제에 맞게.

그러나 남의 인생에 영향을 주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제대로 살지 못하면 큰 재앙이 따른다. 물론 더 악질인 사람들은 그릇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꼭두각시 노릇을 시키는 사람들이다. 권력에 붙어 이익을 취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 교활하고 부도덕한 인간들이 주제에 맞는 삶을 살지 못하게 만든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자본주의가 마지막을 향해가고 있는지, 가진 자는 무섭도록 그 부를 늘여나가고 못 가진 자는 살아갈 여력이 없어 죽음에 이르고 마는 지경이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가진 자라도 죽음에 이르러선 누구나 다 같다. 욕심 낼 일이 아니다. 생로병사중 로병사(老病死)에 이르면 누구나 다 처량하고 불쌍해진다. 그걸 돈으로 막을 수 없는 일이다. 명분 있는 삶, 아름다운 삶이 되도록 힘써야 할 일이다. 아름다운 삶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늘 깨어있는 정신으로 자기를 돌아보고 또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나의 삶이 다른 사람에게 추문으로 남지 않도록 또 폐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일이다.

어느새 로열패밀리가 된 한 집안이 미치는 영향이 참으로 지대하다. 스스로 로얄패밀리라고 생각한다면 그 위상에 걸 맞는 처신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생각 없이 남이 시키는 대로 하다간 결국엔 망신만 당하고 만다. 지도자란 남보다 더 많이 애를 써야 하는 자리이지 남의 머리와 몸을 빌려 시늉만 하는 자리는 아니다. 배우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전문가에게 물어야 한다. 감으로, 점괘로 국민의 미래를 결정해선 안 된다. 이제라도 자기 자신을 바로 볼 수 있는 지혜를 발휘했으면 좋겠다. 아무 영향력 없는 범부의 자제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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