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4만원 내며 독거노인 많이

일산동구 백석동 임대주택에서 살던 김모(여)씨는 임대기간 만기로 중산동에 있는 다가구·다세대 주택으로 지난 1일에 새로 이사하려 했지만, 이삿짐을 들여놓기가 힘들 정도로 주거 환경이 열악했다. 엘리베이터 없는 3층 건물 계단에는 흰 구정물이 눌러붙은 상태로 있고 집 안의 목욕탕 문짝은 떨어져 있었다. 뿐만 아니라 이 건물 옥상에는 버려진 의자, 화분, 담요, 낡은 옷가지가 치워지지 않은 채 썩어가고 있었다.

 

▲ 중산동에 있는 41세대 이 다가구·다세대 주택 3층 건물 계단에는 흰 구정물이 눌러 붙은 상태로 있다.
김씨는 “임대관리를 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새로 이사 들어오는 사람을 위해 단 한 번의 청소도 하지 않은 것 같다”며 “그곳은 사람 사는 집이 아니라 폐허 같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씨는 할 수 없이 이삿짐을 중산동의 다가구·다세대 주택으로 옮기지 못하고 남동생이 살고 있는 안산으로 당분간 옮겼다. 그리고 관리 책임이 있는 LH가 조처를 하도록 이사 당일인 지난 1일 이후 3번에 걸쳐 연락했지만 LH는 10월 28일 현재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굳게 닫힌 이 건물의 문에는 ‘저희 직원들이 방문을 했지만 집주인(임대인)이 없어 돌아간다’는 문구가 적힌 쪽지만 붙어 있었다.

 

중산로 157번지 길에 있는, 2개 동으로 나눠진 41세대 이 다가구·다세대 주택은 김씨뿐만 아니라 새로 임대하는 취약층 사람들에게 많은 불쾌감을 안겼다. 이 건물에 살며 계단을 힘들게 오르내리는 한 할아버지(70세)는 “계단 오르내리기가 힘들지만 그냥 산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이곳에서 세 들어 살고 있는 사람들의 70% 정도가 독거노인이고 다른 세대들도 1인 세대가 대부분이다. 이 건물에 사는 임차인들은 주거환경에 대해 불만이 있어도 LH에 불만을 제기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곳 다가구·다세대 주택은 개인이 매입한 건물을 LH가 임대해 관리책임을 지며 일정 수익을 집주인에게 주고 저렴한 임대료로 취약계층에게 재임대하는 주택 형태다. 개인이 집값의 20% 정도를 부담해 임대사업용 주택을 매입하면 LH가 임대관리를 맡으며 매월 임대료에 준하는 수익을 개인에게 지급한다. 집값의 80% 중 50%는 연 1.5%로 주택도시기금에서 대출하며, 30%는 LH가 보증금으로 지급한다. 다만 개인은 주택을 주거용이 아닌 임대용으로만 취득해야 하며, 준공 후 20년 이내의 다가구주택이나, 전용면적 40㎡ 이하 다세대주택만이 해당된다.

 

▲ 이 건물 옥상에는 버려진 의자, 화분, 담요, 낡은 옷가지가 치워지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다.

 

김씨는 “200만원의 계약금을 내고 월 4만1000원의 월세 조건으로 8평의 방에 들어오게 됐다”며 “계약금의 잔금을 주고 나서야 LH로부터 열쇠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LH가 집에 사람이 없다고 3번을 당부해도 청소도 하지 않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은 없이 사는 사람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불만에 대해 LH고양파주매입임대주택 관리사무소는 “정기적으로 거주자 주거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행신동, 백석동, 중산동 등 LH가 관리하는 다세대주택의 관리실태가 일정하지 않다”며 중산동 다세대주택에 대해 최대한 빨리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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