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영관 시인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체스쿠를 돌아보자. 그는 1989년 12월 21일 수도 부카레스트의 혁명 광장에서 반사회주의적인 반란자를 탄핵하기 위하여 대중 집회를 소집하였다가 군중의 역공에 몰린다. 혁명의 불길은 기름에 불을 당긴 듯 타올랐고 정부청사가 점거되고 텔레비전방송국 등을 장악하고 혁명을 만천하에 공표하게 된다. 희생자가 생겨났고 피신하던 차우체스쿠는 체포되었다. 그는 어떻게 됐을까? 혁명 발발 후 나흘 뒤인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총살 처형된다. 루마니아 인민들이 발칸 반도의 지정학적 특질대로 화끈하고 지역정서가 강하고 계급질서에 시달리며 살아서 악만 남아서 그리했다고 짐작하면 오판이다. 루마니아를 엉망으로 망친 그를 처형하려할 때 총살 지원병이 수십 명이나 모였다고 한다. 이런 판국이니 독재자 부부는 눈도 가리지 못한 채 무려 160발의 총탄세례를 받고 지옥으로 떨어진 것이다.

 

대한민국 광화문 광장에 총살 처형장이 마련된다고 해보자. 집행관이 지원자 누구 없느냐고 소리칠 때 과연 몇 명이 주먹 쥔 오른손으로 하늘을 향해 불쑥 치켜 올릴 것인가. 자명한 일이니 왕배덕배 할 일 없다. 그 감정의 발원지는 원한도 아니고 분노도 아니겠다. 희망이 있는 한 팔을 꺾어도, 무릎을 으스러뜨린다 해도 재기할 수 있다. 이따위 국가에서 무엇을 바라보며 자식 키우고 저축이라도 해보겠는가. 기가 막혀서 헛웃음도 아니고 허탈해지다가 서글퍼진다. 이런 희망을 팽개쳤으니 용서하지 못할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바로 박근혜다.

연일 최순실이라는 사이비 종교인, 무속인쯤의 이름이 뉴스자막을 채운다. 그 뒤에는 최태민이라는 먹구렁이가 똬리를 틀고 있다. 이 자가 박근혜 면전에서 어머니 육영수로 빙의해 사술을 벌인 적 있단다. 놀랐겠지. 꿈에도 하마 못 잊을 어머니 음색으로 “근혜야” 했으니 뒤로 넘어갈 일이다. 이 대목을 비웃고 싶은 마음은 없다. 스물두 살 어린 처녀가 졸지에 어머니를 잃었으니 참혹한 현실 아닌가. 더구나 자신의 꿈에 어머니가 등장해 영애(당시 박근혜)를 도우라 했다는 둥 언구럭이 심해지면서 슬슬 코미디 내지는 정신박약 분위기를 풍긴다.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최순실이 최태민의 이른바 새끼무당인 셈이다. 최순실의 농간에 놀아났다면 박근혜는 뇌가 없는 꼭두각시이고 자신이 직접 챙긴다며 전화질까지 했다면 천치다. 잡것의 말에 이래저래 놀아난 이 바로 박근혜다.

실정법 위반에 대한 조사가 조목조목 진행돼야 한다. 최순실 뒤에 숨어 각종 이권을 챙긴 자본가들도 잡아들여야 한다. 비선(祕線)이란 사적인 조직 등을 뜻하지만 쉽게 말해서 패거리다. 이들의 현직사퇴 정도로 수습될 일 아니다. 여태 왜곡시킨 가치를 바로잡아놔야 한다. 한탕하고 튀는 부라퀴들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는 바보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검찰에 불려 들어가는 모습을 조롱하는 듯한 언론의 장난질을 경계해야 한다. (문득 노무현이 떠올라 콧등으로 삼만 볼트가 지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를 맘껏 침 뱉고 삿대질 하고 조롱하면서 감정해소를 맛본다면 바보짓이다. 해결 된 것 하나도 없다고 끝까지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장난질치기 전으로 돌려놓은 것들은 제자리를 찾았느냐고 눈에 불을 켜고라도 확인해야 한다. 민중이 버거운 일이라면 야당 국회의원 즉, 대의자들을 채근해야 한다. 이참에 경고한다. 야당들, 당신들 진정 최순실의 분탕질을 몰랐는가. 당리당략을 저울질하느라 잔머리를 굴렸다면 당신들 명패가 거리를 굴러다니게 될 것이다. 그 중엔 봉황 문양도 있었으니 주인은 바로 박근혜다.

박근혜는 정치(政治)라는 개념조차 모른다. 정(政)에는 바룬다는 뜻이 들어있으니 부정(不正)을 바로잡는다는(治) 뜻이다. 온 우주가 돕네 혼이 비정상입네 등등 횡설수설 통역사가 필요한 웅얼거림이겠지만 여태 무엇을 바로잡았는지, 왜 그래야 했는지 묻고 싶다. 국민 못지않게 대통령도 피해자라는 비서실장을 두고 있으니 답변의 수준은 시장바닥이다. “나도 연설문 쓸 때 친구에게 물어본다”는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를 보면 집권당 대표의 인식수준이 엉망진창 술취한 동창회다. 이참에 명토박아둔다. 야당을 낙선운동이라는 벼랑에 밀어 넣어서라도 최순실의 요분질을 한 점 남김없이 밝혀내라고 압박하겠다. 연설문 등등 국가안위에 대한 기밀을 반상회 공고문 정도로 사방에서 입을 댈 정도로 내돌렸으니 기가 찰 일이다. 세월호가 가라앉고 있는 시간에 뭘 하다 구명조끼 운운하는 소리를 했는지 304명의 원혼이 꿈자리마다 다녀갈 테니 무릎 꿇고 기다리라고 박근혜에게 전한다. 각종 뉴스나 쏟아지는 소식에 속이 터진다. 화가 나다가 서글퍼진다. 대한민국은 민주시민이, 가슴 뜨거운 민중이 위대한 조국을 세울 테니 박근혜는 하야하라. 이 정권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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