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청년수당 가능한가’ 시민 토론회

서울, 선별적 ‘수당’ 월 50만원
성남, 보편적 ‘배당’ 분기 25만원
“고양, 청년정책 생태계 준비해야” 

‘헬조선’이라는 말에는 미래에 희망을 걸 수 없다고 각성한 청년들이 기성세대에 보내는 분노와 함께 그래서 이 나라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냉소가 스며있다.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청년들이 취업뿐만 아니라 학자금 대출 문제, 사회적 커뮤니티로부터의 소외 등 당면한 청년문제는 우리사회가 가진 여러 문제 중 하나가 아니라 가장 본질적이면서도 시급한 문제가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양시 청년들의 노동시장 참여의 한 방편으로 청년수당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의미 있는 토론회가 열렸다. ‘청년수당 가능한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고양신문·고양파주여성민우회 공동주최, (사)노동복지나눔센터 주관으로 지난 1일 고양시 영상회의실에서 토론회가 열린 것.

지자체에서 실행하는 대표적인 청년지원 프로그램은 서울시의 ‘청년수당’과 성남시의 ‘청년배당’을 들 수 있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청년의 구직활동과 사회참여활동을 위해 매달 50만원의 현금을 2~6개월간 한정된 기간에 지급하고, 성남시의 청년배당은 19~24세 청년 중 최근 3년 이상 성남에 거주한 청년에게 거주한 청년에게 분기별로 25만원(지급유보로 인해 실제로는 12만5000원)의 현금을  지급하는 프로그램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을 좌장으로 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서울시와 성남시의 청년지원 프로그램을 소개받고 고양시의 청년수당 문제를 포함한 청년정책의 방향을 가늠해보는 자리였다. 

기조 발제에 나선 오재호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의 삶이 얼마나 힘든가를 설명하며 “2015년 신규채용 청년층 임금근로자의 64%가 기간제근로자로 조사됐다.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 소위 ‘니트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고용 여건이 좋지 않은 일자리가 많아지면서 고학력 청년 구직자들이 아예 구직을 포기하는데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 연구위원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청년지원을 둘러싸고 청년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해야한다는 입장은 같지만 적절한 지원방법과 기준에 대해서는 갈등이 있어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의 건전한 구직활동을 지원한다는 취지를 고려할 때 모든 청년을 조건 없이 지원하기보다 취업의지와 계획이 있는 이에게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 청년수당 가능한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고양신문·고양파주여성민우회 공동주최, (사)노동복지나눔센터 주관으로 지난 1일 고양시 영상회의실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성남시, 조례 만들고 113억 예산 확보    
주진우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시 청년지원 정책에 대해 소개하며 “서울시가 지급하는 청년수당 50만원은 많지 않은 돈이지만 취업준비를 해야 하는 청년들에게는 구직활동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주 연구위원에 따르면 서울시 청년수당은 서울에 1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만 19~29세 청년 가운데 가구소득·미취업기간·부양가족 수를 정량평가하고, 활동목표·사회활동 참여의지·진로계획 구체성을 정성평가해 선정해 지급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청년수당은 포퓰리즘이 아니라 리얼리즘”이라며 “헬조선과 고용절벽으로 얘기되는 청년의 현실을 생각할 때 청년들이 아르바이트 걱정없이 취업과 미래를 주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은 매우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락중 성남시 비서관은 성남시의 청년배당 정책효과에 대해 발표했다. 성남시는 재정여건을 고려해 분기별 25만원을 24세부터 지급하는 방안의 조례를 2015년 11월 제정했다. 총 113억원의 예산이 확보된 성남시의 청년배당은 올해부터 지급이 되고 있다.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 시민 약 1만1300명에게 분기별로 절반이 12만5000원을 우선 지급하고 지원금 56억5000만원은 성남시에서만 사용가능한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는 형태다. 김 비서관은 성남시의 청년배당의 정책효과에 대해 “청년배당이 성남사랑상품권과 전자카드 등 지역화폐와 연계해 지급을 하게 되면 성남시 소상공인들이 수입을 증대시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데 매우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김혜련(정의당) 시의원은 “청년수당이나 청년배당이냐를 결정하기에 앞서 고양시는 이곳에 사는 청년들의 삶의 여건을 면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고양시는 30~40대가 많이 살고, 고학력 여성들이 많이 산다고 통상적으로 여기며 여기에 맞춰 중점적으로 정책을 만들었는데 이를 전환해 효과적인 청년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양시, 청년 목소리 담는 거버넌스 필요
정윤식 고양시 정책기획담당관은 “그냥 경청하는 차원에서 이 토론회에 참석했다”며 “앞으로 청년수당 관련 조례가 필요하다면 시의회의 도움을 받겠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지원을 위한 예산을 내년에 많이 편성하며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아 고양파주여성민우회 대표는 “입사 조건은 까다로워지고 새로운 자격증 취득을 요구받는 상황에서 청년들이 소액이기는 하지만 지원금으로 취업을 위한 비용으로 소중하게 쓰여질 수 있다. 청년에 대한 지원금은 결코 포퓰리즘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덧붙여 “지원금이 취업을 위해 쓰여지겠지만 설사 그렇지 않고 당장 미용실에 달려가고 스타벅스 커피를 사든다 하더라도 어쩌란 말인가”라며 “이 또한 사회와 관계를 맺기 위한 방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영준 정의당 고양청년위원장은 “중앙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청년정책과 그 틈새의 공백을 매우기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청년지원정책 시도는 박수 받아 마땅하다”며 “다만 이제 단순하게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로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와 그 해결책이 무엇인가”하는 문제의식으로 확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정현 고양청년네트워크파티 기획팀장은 “지난 6~9월 3개월 동안 310여명의 고양시 청년들을 만나 설문과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그들의 삶의 실태와 욕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고양시 청년들은 단순히 일자리의 양적 확대를 넘어 질 좋은 일자리를 원하고 있는데, 일자리 창출 정책에도 불구하고 실제 청년들이 느끼는 일자리 개선 체감도는 미미하다”고 말했다. 그는 “고양시는 다층적인 ‘청년정책 생태계’를 준비해야 한다”며 “청년일자리, 청년공간, 청년문화예술, 청년주거, 청년학습권 등 다양한 청년문제 해결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고양시 청년수당의 문제는 청년문제의 해결이 있어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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