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함께 뛰는 고양인> 심욱섭 고양시의사회장

어르신 의료비지원 전국 첫 시범운영
대상자발굴 어려워 올 계획 크게 미달
동네의사, 의료사각지대 이웃 보살펴야


진료실에 한 어르신이 찾아왔다. 평소 앓던 질환이 심각해진 상태였다. “가까운 보건소에라도 가시지 그랬냐”는 말에 어르신의 답변은 이랬다. “보건소까지 가려면 왕복 교통비가 더 든다”는 것. 심욱섭 고양시의사회장은 그때 “큰 걸 깨닫게 해줬다”며 어르신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단다.

심욱섭 고양시의사회장은 그로부터 몇 년째 저소득 어르신 의료비지원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오고 있다. 2012년엔 고양어르신건강정책연구모임을 구성하고 이듬해엔 ‘고양어르신건강정책 토론회’를 열어 65세 이상 어르신 중 소득 하위 50% 이내 어르신에게 월 1회 동네의원 진료우대권을 제공하는 정책을 제안했다.

“어르신들을 위한 보건소의 진료혜택이 물론 있어요. 하지만 보건소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어르신들에겐 실질적인 도움이 못 되거든요. 그보다는 가까운 동네의원에서 마음 편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지요.”


연간 1억4천만원이면 어르신 8000명 혜택

고양어르신건강정책연구모임에 따르면, 1년간 단 한 번도 진료를 받지 못하는 고양시 어르신은 8000여 명으로 추정된다. 1회 진료우대권은 1500원(동네의원 재진찰료). 1인당 연간 1만8000원으로 계산하면, 8000여 명의 어르신들이 모두 혜택을 본다고 해도 1년에 1억4400만원이면 충분하다.

심 회장은 “의료비지원사업을 펼치면 어르신들이 진료를 받기도 편할 뿐아니라 보건지소 1곳의 1년 운영비만으로도 고양시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모든 어르신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3년 시의회에 상정된 ‘고양시 저소득 노인의 질병관리를 위한 의료비 지원’ 조례안은 올해로 3년째 계류 중이다. “의료비지원의 필요성을 시의회에서 제대로 설명할 기회조차 없이 조례안이 계류돼 안타까움이 컸다”는 심 회장은 “주요한 의료정책을 결정할 때 현장의 목소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됐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대상자 발굴이 큰 걸림돌

의료비지원사업이 자칫 ‘의사 배불리기’ 아니냐는 일부 시각에 대해선 고개를 저었다. 고양시 의사(800여 명) 1인당 월 10명의 어르신을 진료하는 것을 의사들을 위한 정책으로 보는 건 무리가 있다는 것. 오히려 고양시 의사회 회원 상당수가 처음엔 “번거로운 일을 굳이 해야 하느냐”며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동네의사가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심 회장의 설명에 공감해 지난해 시범운영에 적극 동참했다.

전국에서 첫 시범운영한 지난해 어르신 의료비지원사업은 소득 하위 20% 가운데 차상위계층을 제외한 어르신 중 332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올핸 15개 동 2000명으로 대상자를 확대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11월 초 현재 지원을 받은 어르신은 500여 명.

“대상자 선정이 가장 힘들어요. 대상자를 일일이 찾아야 하는데다 중복 혜택을 피하려다보니 쉽지 않네요.”

민간차원에서 추진하면 대상자가 확대될수록 후원금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대상자 발굴이 이렇게 큰 걸림돌이 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심 회장은 “지난해 발급한 진료우대권은 80% 이상이 사용된 것으로 안다”며 “대상자 발굴만이라도 관의 협조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웃 건강 책임지는 ‘동네의사’

심 회장은 인터뷰를 하는 동안 ‘동네의사’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김포가 고향인 그는 20년 넘게 원당시장 입구에서 ‘심소아과’를 운영하는 자칭 ‘동네의사’다. 집도 병원과 가깝다보니 오다가다 만나는 이웃이 곧 내원환자다. 급할 땐 집으로 찾아오는 환자도 있다. 심소아과는 365일 진료로도 유명하다. 경기도의사회장, 고양시의사회장, 고양사회창안센터 대표 등 하는 일이 워낙 많아 숨 고를 틈도 없을 텐데, 주말에도 꼬박꼬박 진료를 한다. 의사로서 해야 할 당연한 일이 마치 큰일을 하는 것처럼 비쳐질까 우려해 손사래를 치는 심 회장은 “모든 것이 돈으로 귀결되는 사회가 됐지만, 그건 일부 사람들 얘기”라며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이웃을 가장 가까이서 보살펴야 하는 이가 바로 동네의사”라고 강조했다.

“65세 이상 어르신 중 약 90%가 만성질환을 갖고 있어요. 고양시 500개 동네의원을 어르신들이 보건소처럼 이용한다면, 질환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질환별 진료와 치료도 전문적으로 이뤄질 테니 이만하면 ‘가성비’ 높은 의료서비스 아닌가요?”

다음 단계인 치매 조기검진 의료비지원을 위해 “고양시의사회 소속 의사 150여 명을 대상으로 치매특별교육을 실시했다”는 심 회장은 “저소득 어르신 의료비지원사업 시행으로 적어도 돈이 없어 병원에 못가는 일은 없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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