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정길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사람들이 황당해하고 있다. 세상에 이게 진짜인가, 과연 사실일 수 있는가…라고. 그동안 댓글사건, 세월호사건, 역사교과서 국정화, 위안부할머니 밀실야합, 개성공단폐쇄, 예술인 블랙리스트,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대형시건를 보면서 정부의 부정부패와 놀라운 무능함, 거기에 안하무인의 오만함까지 더해져 국민들의 분노의 게이지는 높아지고 있다.

직접 투표로 권한을 준 대통령이 통치하지 않고, 또 활용하라고 만들어놓은 공적시스템은 버리고, 일하라고 월급 준 청와대와 행정기관의 스펙높은 인물들은 버리고, 듣도보도 못한 사람이 모든분야에 사적인 채널로 엄청난 결정권을 행사하며 통치를 해왔다는 사실에 전국민들은 충격의 도가니였다. 결국 최순실 감독이 연출한 드라마에 박근혜는 그저 주연배우였을 뿐이며, 새누리당과 청와대 및 각 부처장관은 조연이었던 이 막장드라마가 실제라는 사실이다. 이제야 우리는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될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았음을 깨달았다.

선언하지 않은 대학을 세는 게 빠를 정도로 대학마다 시국선언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고, 심지어 중 고등학생과 외국거주 한국인들 마져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지금도 연일 언론은 충격적인 새로운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 이리하여 박근혜대통령은 자신의 공약 중 하나를 완성했다. 영남과 호남이 한목소리가 되게 만들었고, 조선일보와 한겨레, 우파와 좌파가 모두 한목소리를 내게 만들어 국민 대통합을 이루었다는 점이다. 덤으로 죽어있는 학생운동을 다시 되살리는 공과를 올리신 것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일이다. 그러나 이제 분노 이후, 그 다음이 중요하다. 현명한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

인물교체만이 아니라 체제교체
지난 12일 대학로와 시청과 광화문에 백만의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며 거대한 축제를 만들었다. 현재로는 남은 임기 13개월 동안 대통령의 통치행위는 불가능할 것이다. 내치는 놔두고 외교만 한다고 하는데, 국민들의 신뢰가 받쳐주지 않는 외교가 무슨 힘을 발휘하겠는가. 식물대통령은 스스로 하야하는 게 가장 좋다. 그러나 이 기간 우리들이 해야할 일들이 있다.

우선 국정농단의 주역들에겐 대해 대통령을 포함해 명확한 진상조사와 처벌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하야해야한다. 이럴 경우 60일 이내에 재선거를 해야한다. 결국 대통령 퇴진 - 내각구성 - 대통령선거의 절차가 진행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퇴진을 포함하여 새 대통령선거까지 민(民)의 의지와 참여가 반영되는 정국을 만들어 내는 일이다. 우선 어떻게 퇴진할 것인가다. 자발적인 퇴진(하야)이냐, 국민들에 의한 탄핵이냐. 아니면 2선 후퇴냐 셋중 하나일 텐데 그러나 현재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자발적 퇴진이나 타율적 탄핵이다. 제2선으로 후퇴는 분노만 증폭시킬 것이다.

“이게 나라냐”에서 “이런 나라로”
현재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는 것으로 합의를 이루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걱정된다. 대통령의 지지도가 5%임에도 민주당이나 국민의당등의 지지도는 오르지 않고있다. 야당의 국정책임능력은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내각구성을 비롯한 이 과정을 의회에 맡기기만 하면 될까.  그래서 몇몇 사람들은 정당과 시민단체, 종교단체 등을 통합한 '국민내각'을 제안하기도 하고 '시민평의회', '민회'등을 구상하고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아무튼 이 과정을 시민들이 주체가 되는 역사적 기회로 만들 수 없을까. 이 혼란의 과정이 국민의 주권을 이룰 극적인 기회로 만들 수 없을까하는 것이다.

그리고 개헌이다. 최순실 사건 전날 대통령이 개헌을 들고 나오는 바람에 중요도가 묻혔지만, 개헌은 민주주의 진화를 생각한 사람들과 정치권이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편이다. 현재의 헌법은 87년 군사정권과 양김정치 타협의 산물이다. 그래서 장기집권은 막았지만, 정치의 계속성과 안정성, 책임정치 구현은 어려웠다. 그래서 분권을 강화하는 지방자치법, 국민발안 소환권, 소수정당의 참여와 국민참여를 보장하는 정당법과 선거제도, 시민들의 자발성과 참여를 높이고 통일사회를 대비한 헌법을 만들어서,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하여 제7공화국이 출범될 수 있길 바란다. 내각구성과 개헌, 새로운 대통령선거 등 이 짧은 시간에 가능할지는 국민적 열망과 합의의 수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이 기간 “이게 나라냐”라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이런 나라로 만들자”는 의지로 무너진 국가질서를 미래지향적 의지를 모아 만들어 보자.

국민적 우울증과 화병을 넘어서
세월호 사건으로 전 국민은 우울증 환자가 됐다. 그런데 이번 박근혜 게이트로 전 국민은 다시 화병에 걸렸다. 강도 높은 폭로의 연속은 사람들을 무감각하게 하고, 분노가 지속되면 사람들은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분노하되 분노에 휩싸이지 않고, 이 기간을 어떻게 민(民)의 의지와 참여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남은 13개월 동안 (퇴진할 경우 2달) 활력적인 시민들의 자발적인 사회활동들이 거리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대화하고 토론하며 축제와 같은 즐거움속에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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