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푸른인형극단

[고양신문] 최근 100세 시대를 맞이해 퇴직 후에 경제활동까지 고려하면서 취미활동을 하는 동아리가 늘어나는 추세다. ‘늘푸른인형극단’<사진>도 그중 하나다.

2013년 고양문화원에서 인형극, 동화구연 강좌를 수강한 교육생들의 모임으로, 1기생 15명으로 출발해 올해 4기 회원들까지 합류해 이제는 57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회원 대부분이 50~70대 여성으로 구성됐는데 그중 4명의 남자회원은 극중에서 할아버지의 구성진 목소리를 담당해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교육 받은 동화구연 실력을 썩히는 게 너무 아쉬워서 극단 활동을 시작했다는 김경숙 단장은 “사실은 처음 시작을 앞두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공연을 누가 봐줄까 염려했는데 막상 시작해보니 회원들의 열정에서 그런 걱정이 기우였음을 알게 됐다”며 자랑스럽게 회원들을 소개했다.

단원들은 매주 화요일에 고양문화원에서 정기모임을 갖고 연습을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극단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외모는 물론 사회적인 여가활동에 대한 열정도 한층 더 빛나 보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입증하는 듯했다.

회원들 대부분이 인생후반으로 접어드는 비슷한 연령대라는 공통분모에서 찾는 위로가 서로에게 큰 힘이 되고, 여가활동에서 찾는 소통의 시간이 즐겁기만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기계발과 더불어 사회 기여에서 찾는 보람이 제일 크다”고 모두들 한목소리를 냈다.

회원들은 ‘문화의 날’ 인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오전 10시 고양에서 내려오는 전래 이야기인 ‘효자 박태성과 인왕산 호랑이의 40년 우정’을 고양문화원 강당에서 초등학생들과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정기공연하고 있다.

고양시 문화해설사로 9년째 활동 중이며 이번 4기 교육을 수료한 강민숙(62세)회원은 “지금까지는 고양시 역사유적지 등에서 시민들을 만났다면, 이제는 고양을 빛낸 위인들의 이야기나 전래동화를 통해 학교나 복지기관에서 고양시민들을 만나고 있다”며 “인형극으로 고양시민에게 애향심을 심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단원이자 고양시민으로서 자긍심이 가득하다”고 말했다.

지난 봄에 고양시민이 되는 행운을 잡았다는 김영주(62) 회원은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낭랑한 목소리가 예사롭지 않게 들려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역시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을 읽어주는 낭독자’로 활동했다고 한다.

인형극을 하는 것이 노인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도 이어졌다. 실제로 전래동화를 통해 과거를 회상하는 것은 인지회복과 신체능력 재활치료에 도움이 돼 치매 치유효과가 있다고 유금보(64) 회원은 귀띔했다.

젊었을 때 연극을 하고 싶었던 김남수(59)회원은 “학교, 유치원 등에서의 공연은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는 듯한 기분이라서 좋고, 요양원이나 복지관 등에서의 공연은 사회에 공헌한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공연 후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전통놀이의 체험시간을 갖기도 한다. 김 단장은 “전래동화 인형극을 통해 우리 역사와 문화를 알게 하고 극의 이야기가 아이들의 인성을 순화해준다”며 인형극의 교육적 측면을 강조했다.

김 단장은 “앞으로도 정년 없이 즐겁고 보람 있는 제2의 인생을 위한 사회적 활동으로 단원들과 함께 인형극을 꾸준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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