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한수 소설가
이번 주 금(25일)·토(26일)요일에 자유농장에서 단원고 부모들과 시민들이 함께 하는 ‘우정 나눔 김장 나눔’행사가 열린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에 파주 교하성당에서 열렸던 단원고 유족들을 위한 김장 나눔 행사를 이어가는 것이다.

지난해 김장 나눔 때 유족들과 함께 밥을 먹던 자리에서 일손을 도왔던 이들이 사방에서 눈물 쏟던 장면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뭉클하다. 눈물 젖은 밥을 먹으며 많은 이들이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지는 그날까지 김장 나눔을 이어가자는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또 다시 많은 이들이 모였다.

기부행렬도 줄을 잇고 있는데 그 면면을 들여다보면 눈물겹다. 곤궁한 형편에도 행사를 준비하던 후배는 사람들이 편하게 김장을 할 수 있도록 농장에 싱크대를 들여놓았고, 원주에서 배추를 절이느라 뼛골이 휘는 선배는 절임배추 200kg을 보내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으며, 단골술집 주인은 난로를 기부했다. 먹고살기 팍팍한 이들이 당장 그 돈 없어도 굶어죽진 않는다며 푼푼이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대하노라면 가슴이 참 먹먹하다.

지난해에 김치를 받아들고 마주잡은 손을 놓지 못하던 단원고 부모들은 이번에 담근 김치를 광화문에서 장기노숙을 하는 농성장으로 보내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고, 김장김치는 광화문으로 보내는 걸로 결정이 났다.

광화문에는 세월호뿐만 아니라 언론에 제대로 보도조차 되지 않은 수많은 현장의 힘겨운 싸움이 기약 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곳으로 김치를 보내면 아마도 많은 이들이 ‘그래, 우리를 잊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하며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에 단원고 유족들을 위한 김장행사도 아이들의 죽음을 절대로 잊지 않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있다는 것을 유족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그간 한국의 지배계층은 너무도 많은 것을 잊으라고 강요해왔고 실제로 많은 비극이 잊히거나 역사의 뒤안길에 묻히고 말았다. 그 결과 우리의 삶은 남루하고 비루하며 비참해졌다. 그러나 세월호의 침몰은 우리에게 더 이상 잊어서는 안 된다는 깨우침을 안겨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절대로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 다짐들이 모여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김장행사가 만들어졌다. 이번 주 김장행사에는 백 명 넘는 사람들이 자유농장에 모일 예정이다. 그리고 토요일 오전 중에 서둘러 김장을 끝낸 뒤 김치를 들고 촛불행진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김장행사 진행상황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이루 헤아릴 수 없이 고마운 마음이 들면서도 다시는 이런 성격의 김장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울컥울컥 든다. 더 이상 비극의 현장에 김치를 보내는 일 없이 그저 주변의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김장을 한다면 오죽이나 좋을까.

그러기 위해선 대대손손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온갖 악행을 자행해온 세력을 절대로 용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하루하루 강해진다. 나치의 부역자들을 끝까지 추적해서 처벌한 유럽처럼 시민들을 광장으로 불러 모은 세력들을 끝장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십 년 이십 년 뒤에도 눈물을 삼켜가며 김장을 할지도 모른다.

세월호의 침몰이 잊지 않는 법을 우리에게 일깨워주었다면 지금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 법을 배울 때이다. 용서란 실수로 잘못을 범한 사람을 위한 것이지 처음부터 작정을 하고 악행을 저지른 자들이나 그들에게 영혼을 판 부역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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