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금지법에 직격탄 맞은 화훼농가

70% 이상 선물·행사용으로 유통
난 경매 유찰율 70%까지 치솟아
“선물규제 대상에서 화훼 빼야”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으로 지역의 화훼산업이 뿌리까지 흔들릴 위기에 빠져있다.

화훼 농가수가 1454호로 화훼 재배 면적이 533헥타르인 고양시는 선인장, 장미, 동양란의 대표적인 생산지다. 고양시 화훼산업팀에 따르면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후 화훼단지 내 관엽식물 판매 물량이 50% 이상 급락했다. 또한 일산서구 대화동의 한국화훼농협에서 운영하는 경매장의 난 경매 유찰률은 청탁금지법 직전 11% 수준에서 법 시행 후인 이달 초 68%까지 증가했다. 당연히 5만원 이상의 꽃 주문은 아예 없는 실정이다. 시 화훼산업팀 담당자는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9월 28일 이후 10월 한달간 화훼 농가들이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 출하량을 30% 이상 감량해 출하조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화훼소비의 70% 이상이 선물 또는 행사용으로 유통되고 있고 특히 난은 90% 이상이 선물용과 행사용으로 유통되고 있는 만큼 부정청탁금지법은 화훼산업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부정청탁금지법은 직무와 관련이 있다 해도 5만원 이하의 선물은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금액과 무관하게 꽃 선물을 기피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 신동욱 청향란원 대표는 “부정청탁금지법과 무관한 일반기업에 다니는 친구의 승진을 축하하기 위해 축하 난을 보내는 것도 가족 중 공무원이나 언론인이 있나 확인하고 보내야 한다. 심지어 남편이 교사인 아내의 생일을 축하해 학교로 꽃바구니를 보내면 대가성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선물을 받은 경위를 해명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돌려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부정청탁금지법 이전부터 화훼산업은 WTO협정 이후 농업분야의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정부의 목표에도 불구하고 2005년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국내 화훼재배현황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민 1인당 평균 꽃 소비액은 2005년 2만3000원에서 2015년 1만3000원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화훼산업 자체를 붕괴시킬 것이라는 것이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지역의 화훼 판매물량과 판매가가 동시에 하락해 시급한 대책이 없는 한 화훼산업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일산서구 대화동에 있는 한국화훼농협 공판장의 모습.

 

최성은 고양난영농조합법인 대표는 “희망을 가지고 정부의 화훼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에 따라 많은 자부담을 안고 시설 투자를 해왔다”며 “청탁금지법 시행이 50여일 지났고, 1년 안에 화훼농가 절반은 폐농을 하게 될 것이며, 화훼산업 전체가 국내에서 경쟁력을 잃고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고 지금껏 우리가 노력해 왔던 화훼산업이라는 일이 부정청탁을 양산하는 직업으로 매도되고 있는 것에 분함을 느낀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화훼농가는 자구책으로 어쩔 수 없이 생산량을 감소시키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다. 호접란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 화훼업체 대표는 “난류는 50%, 관엽류와 백합, 장미 등 절화류는 30% 이상 생산량을 감소하여야만 기존 시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절화류는 올해 이상 고온으로 작황이 좋지 않아 생산량이 20% 감소했는데 부정청탁금지법 이후 화훼류 소비절벽으로 인해 생산농가 500억원, 유통인 300억원 정도의 피해가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역의 화훼농가는 이러한 상황의 타계책으로 정부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신동욱 청향란원 대표는 “부정청탁금지법 선물 규제대상에서 화훼를 빼야 한다. 축하와 선물용 수요가 많았던 꽃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있어 업종전환을 모색하는 유통인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애써 가꾼 화훼상품이 소비자들의 손에 전달되지 않고 폐기처분되는 일을 막기 위한 긴급 지원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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