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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건축물의 품에 안긴 아름다운 미술관공감공간 12 - 갤러리 MOA
  • 유경종 기자
  • 승인 2016.11.25 20:56
  • 호수 1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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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헤이리예술마을은 ‘건축의 진열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현대 건축의 다양한 경향과 미학을 살필 수 있는 건축물들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옥석은 가려진다. 헤이리예술마을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오롯이 담아 낸 건축물로 손꼽히는 곳이 바로 시경당이다. 시경당이란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풍경 을 담아낸 집’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시경당 2층과 3층은 건물을 지은 건축가와 미술관장 부부가 살고 있고, 1층과 지하는 미술관으로 운영된다. 시경당에 자리하고 있는 아름다운 미술관 ‘갤러리 MOA’를 찾았다.

갤러리 MOA는 헤이리예술마을을 대표하는 건축물인 시경당에 자리하고 있다.

전통 건축의 아름다움 현대적으로 풀어낸 시경당

시경당을 지은 이는 갤러리 MOA 이양호 관장의 남편 우경국 건축가다. 국내외의 주요 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한국 건축계를 대표하는 거장으로서, 우리나라 도시설계와 건축 역사의 커다란 획을 그은 파주출판도시와 헤이리예술마을의 주요 설계자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우리의 전통 건축에서 찾아 낸 모티프를 현대적으로 탁월하게 재해석하는 건축가로 평가받는다. 한 평론가는 그의 건축의 특징을 ‘인간을 중심에 둔 다양성의 추구’라고 설명했다. 시경당 또한 형태가 파격적이면서도 인간의 감성을 푸근히 끌어 안는 매력을 품고 있다. 그러한 까닭일까, 세계의 아름다운 건축물을 대상으로 선정한 ‘죽기전에 꼭 봐야 할 1001개의 건물’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수경당의 중앙 계단 부분. 건물의 멋진 구조가 한 눈에 들어온다. 


시경당은 건물의 3분의 1 정도가 공중에 떠 있는 독특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언뜻 불안해 보일 것 같지만 묘하게도 미적 쾌감과 안정감을 동시에 전해준다. 정교한 구조 설계와 비례의 산물인 듯. 마당에는 긴 뿔을 힘차게 치켜올린 파란 얼룩무늬의 코뿔소가 방문객을 맞는다. 박찬용 조각가의 작품이다. 마당 한쪽 직사각형의 연못에 살얼음이 살짝 얼었다. 찬 바람을 피해 갤러리 안으로 서둘러 들어선다.      

시경당 모형. 2005년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1층은 카페를 겸한 화랑이다. 가운데엔 탁자와 의자가 놓였고, 벽면을 따라 다양한 미술 작품들이 전시됐다. 그동안 갤러리 MOA에서 전시를 열었던 작가들의 작품이다. 사실 갤러리 MOA는 높은 감식안을 가진 콜렉터들 사이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갤러리다. 이양호 관장이 작가와 콜렉터들 사이의 인연을 이어주는 성실한 가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본국으로 돌아간 주한 이태리 대사가 자주 들러 예술에 대한 편안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고. 한쪽에는 우경국 교수가 저술한 건축 관련 책들이 놓여있다. 대학 건축학과 교재로 사용되는 『우경국의 건축이야기』,  헤이리의 다양한 건축물들을 다룬 『헤이리 건축』등의 책은 건축가 우경국의 작품세계와 철학을 잘 보여주는 책들이다.  

갤러리 MOA와 인연의 맺었던 작가의 작품들이 1층 벽면을 채우고 있다.
 

갤러리 한쪽에서는 우경국 건축가의 작품세계와 건축 철학을 담은 책들이 진열돼 있다.

다양한 미적 영감 즐길 수 있는 국제장신구조각전 

계단을 밟아 지하로 내려서니 1층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른, 흰색 벽면과 회색 원기둥이 세련된 조화를 이룬 멋진 공간이 나타난다. 갤러리 MOA의 다양한 기획전을 여는 전시공간다. 이곳에선 지난 19일부터 국제장신구조각전(2016 International Art Jewelry Sculpure Show)이 열리고 있다. 한국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현대 장신구 중견작가 15명과 일본, 노르웨이, 이태리,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중진작가들의 장신구 작품을 한 자리에 모은 전시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는 모두 31명에 이른다.

갤러리 MOA의 기획전 '국제장신구조각전'에선 소재와 형태의 파격을 시도한 예술적 장신구들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에는 다양한 형태의 귀걸이, 목걸이, 반지, 브로치 등이 가득하다. 하지만 그저 멋진 장신구에 머물지 않고, 각각 작가의 예술적 의도가 투영된 하나의 작은 조각작품들이다. 전시를 기획한 갤러리 모아의 이양호 관장은 전시 안내장에서 장신구를 “인간의 몸과 함께 하는 입는 조각, 사용하는 조각, 움직이는 조각, 변화하는 조각”의 개념으로 접근하고자 했다고 밝히고 있다. 전시된 작품들을 천천히 둘러보면 이 관장의 기획 의도가 무엇인지가 어렴풋이 감지된다. 값나가는 보석으로 치장된 장신구가 아니라, 작가의 예술적 창조성으로 가치를 만든, 미적 감성이 담긴 장신구들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소재의 파격이다. 장신구의 일반적인 재료인 금속, 또는 보석에서 탈피해 종이, 천, 나무, 가죽 등 다채로운 소재가 동원된다. 심지어 일상생활에서 배출되는 재활용품도 있고, 플라스틱 끈이나 빨대도 멋진 장신구의 재료로 변신한다. 소재의 경계가 소멸되는 예술적 충격을 안겨준다.

형태적 파격과 기법의 다양함도 인상적이다. 가느다란 와이어를 가지고 환상적인 물방울을 만든 작품도 있고, 종이로 형태를 만든 후 옻칠로 독특한 질감을 나타낸 것도 있다. 쇠못을 다양한 형태로 구부려 만든 브로치들에선 작가의 유머가, 플라스틱 끈을 타래로 뭉쳐 만든 목걸이에선 고정관념을 거부하는 작가의 패기가 느껴진다. 기자의 눈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프라모델을 만들고 남은 프레임을 재활용해 만든 작품이었다. 색색의 플라스틱 조각들이 새로운 조합을 통해 아주 독특한 형태의 장신구로 재탄생한 것이다.

프라모델의 조각들을 떼어내고 남은 자투리로 만든 브로치. 색감과 형태가 무척 흥미롭다.

건축과 미술의 공통 언어, 아름다움

이렇듯 국제장신구조각전은 작은 소품들에 담긴 엄청난 조형적 아이디어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미적 영감의 창고라 할 수 있다. 작품 하나하나를 그대로 확대해 커다란 조각작품으로 재현해도 모자람이 없을 듯. 거대한 건축물에 대한 감동으로 시작한 공간 나들이는 아주 작은 장신구를 맘껏 감상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건축물과 장신구, 체급이 엄청 차이가 나는 둘이지만 양자를 이어 주는 보이지 않는 끈이 존재한다. 모든 예술작품의 공통 언어인 ‘아름다움’을 향한 인간의 끝없는 갈망과 도전이 그것이다. 

Gallery MOA
주소 :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48-37
문의 : 031-949-3244

2016 국제장신구조각전
기간 : 12월 31일까지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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