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 신혜영 일산복음병원 신경과 과장
신경과 의사로서 많이 만나는 환자 중 하나가 치매 환자다. 예전과 다르게 이상한 행동을 보이거나 인지 능력이 떨어졌다면서 자녀들이 부모님을 모시고 온다. 이렇게 진료실을 찾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우리 어머니(아버지)에게 치매가 온 거 같은데 초기부터 치료하면 도움이 된다고 해서 모시고 왔어요.”
 
그런데 모시고 온 환자들의 증상을 여쭤보면 의아할 때가 많다.
 
“집에 자꾸 도둑이 들었다고 하세요.”
“아범이 돈을 가져간다고 의심하고 욕하세요.”
“화를 자주 내시고, 하고 싶은 걸 못하게 하면 불같이 역정을 내세요.”
“머리 감으시라고 했더니 물만 묻히고선 다했다면서 나오세요.”
“밤새 안 자고 돌아다니고 낮에는 내내 주무세요.”
“원래 알뜰한 성품이셔서 그런지 버린 물건을 자꾸 주워오세요.”
“종일 밖에 안 나가고 집에서 멍하니 TV만 보고 졸고 계세요.”
 
이런 이야기들을 들을 때마다 아직도 치매에 대한 인식과 홍보가 많이 부족하구나 하고 느낀다. 이러한 증상이 보일 때는 이미 치매가 중기에 접어든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치매 초기에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가장 중요한 증상은 ‘기억력 저하’이다. 대화 했던 내용을 잊고, 했던 말을 반복해서 하고, 약속도 잊어서 못 나가고, 물건 둔 것도 잊기 일쑤다.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기억을 해내고 내가 왜 그랬지 하지만 점차 아예 기억이 나지 않게 된다. 대부분의 가족들은 ‘나이가 있으니 저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며 건망증이 심해지는 정도쯤으로 여기지만 이럴 때가 바로 치매 초기에 해당한다.
 
나중에 병원에서 설명을 듣고 나면 ‘아, 그때 모시고 왔어야 했구나’하고 마음 아파한다. 그런 모습을 보며 너무 안타깝고 증상이 진행된 만큼 치료 과정이 더 힘들어 애를 먹기도 한다.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이제는 일상적으로 만나게 되는 병이 돼버린 ‘치매’. 어떤 질병보다도 환자와 가족들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정기적인 점검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질 낮은 정보에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본인이든 주변 사람이든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고 걱정이 된다면 신경과가 있는 의료기관이나 가까운 보건소를 방문해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확실한 방법이다.

글: 신혜영 일산복음병원 신경과 과장 


[신혜영 일산복음병원 신경과 과장 프로필]
전문분야
- 뇌혈관 질환
- 근신경계 질환
- 치매, 파킨슨병, 두통
- 어지럼증, 안면마비, 손발저림

주요약력
- 가천의과학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의학 석사 수료
- 가천의과학대학교 길병원 수련의 수료
- 가천의과학대학교 길병원 전공의 수료
- 대한신경과학회 정회원
- 대한임상신경생리학회 정회원
- 대한치매학회 회원
- 대한뇌졸중학회 회원
- 대한뇌전증학회
-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 회원
- 대한두통학회 회원
- 대한평형의학회 회원
- 대한통증자율신경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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