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사람들 - 일산동구 식사동 ‘남해농원’ 김용학 대표

 

 

[고양신문] 일산동구 식사동 산자락 시설하우스에서 관엽식물을 키우고 있는 김용학(69세) 대표는 고향인 경남 남해를 그리워해 농원이름도 ‘남해농원’이라고 지었다. 덕양구 도내동에서 2010년 이곳 식사동 농원(500평)으로 자리를 옮겨 50년째 줄곧 관엽식물을 키우고 있다.

관엽식물은 실내 관상용으로도 인기가 있지만 공기정화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찾는 이들이 더 많아졌다. 남해농원엔 수도권에선 유일하게 이곳에서만 재배하는 메탈리아, 초록 잎사귀에 하얀 얼룩무늬가 있는 아그로 네오마, 초록 잎사귀에 짙은 갈색 얼룩무늬가 있는 마코야나, 미니 산세베리아 종류인 화니 등 다양한 관엽식물이 있다.

대부분 공기정화 능력이 우수한 관엽식물로, 창문을 자주 열어두지 못하는 겨울철에 찾는 이들이 더 많다.
겨울엔 식물도 추위를 안 타게 잘 보살펴야 한다는 김 대표는 “2010년에 식물보호와 겨울 난방비 절감을 위해 좀 큰돈을 들여 다겹보온커튼을 설치했다”며 “식물도 춥다고 무조건 주변을 빈틈없이 막아두면 안되고 난방비가 더 들더라도 공기가 잘 순환되도록 하루 3시간 천장 환기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평생 푸르른 식물을 바라보며 아내와 도란도란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 믿었던 그는 2014년 4월 16일 아내를 잃었다. 인천이 고향인 아내가 초등학교 동창생 17명과 환갑기념 여행을 위해 제주행 배에 올랐다가 세월호 참사를 당한 것.

인천까지 아내를 배웅해주고 와서 농장에 나가기 전에 커피 한잔을 하며 텔레비전을 켰는데 배가 넘어진 것을 보고 이상히 여겨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아내로부터 ‘배가 넘어져서 해경이 오고 있고,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는 말을 전화기 너머로 들었다. 세 번 겨우 통화 후 연결이 안 돼 동창에게도 전화를 했는데 ‘헬기로 다섯 명은 섬으로 실려 나갔고, 우리 일행도 곧 나가겠지요’라는 말이 마지막 소식이었다.

바다에 빠진 아내가 ‘곧 나오겠지’하는 참담한 생각으로 갈아입을 옷을 챙겨서 팽목항으로 내려갔지만 그의 아내는 18일 만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모습으로 구조돼 지금은 남해 선산에 잠들어 있다.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었지만 서운한 점이 많다는 그는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인천시립묘지에 30여 명의 추모관(김 대표 아내는 빈 항아리만)을 만들어뒀는데 자료실, 영상실 등만 갖췄다”며 “정부가 제대로 관리를 안 해 전기세가 연체돼 인천시와 개인 유족이 낸 적도 있다”고 긴 한숨을 쉬었다.

그런 까닭에 지금은 유가족 한 가구당 100만원씩 운영비를 내고 자원봉사로 관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김 대표는 전했다.
“세월호로 잃은 아내 대신해서 가정과 자녀를 위해 대범한 척 마음을 다스리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농장 일에 더 몰두를 했다”고 하는 김 대표.

그런데 올해 또다시 가슴이 무너졌다. ‘9월 28일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 법)’으로 한평생 해 온 화훼농장이 침체분위기를 맞았다.  3주 동안 경매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작년 기준으로 이미 가을에 출하하고 봄에 나갈 식물을 심어야 할 시기인데, 현재로서는 경매가 이루어지지 않아 관엽 잎사귀도 한 잎만 두고서 모두 잘라버렸다.

계속 이 상태가 봄까지 되면 문 닫는 화훼농가가 늘어나게 될 거란다. 김용학 대표는 “법 테두리 안에서 살 길을 찾도록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꽃 박람회도 조경회사보다는 고양 화훼농가가 참여해야지 서로 상생하는 길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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