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인형작가 전진숙씨, 2016 대한민국 한류대상 수상

고양에서 활동 중인 한지인형작가 전진숙씨가 지난 1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2016 대한민국 한류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대한민국한류문화산업포럼이 주최한 이번 시상식에선 대중문화와 전통문화를 아우르는 6개 부문 24명에게 상이 주어졌으며, 전진숙씨는 전통문화부문에서 한지인형작품으로 대상에 선정됐다. 드라마 부문에선 ‘응답하라 1988’, 영화부문에선 ‘덕혜옹주’, 가수부문에선 ‘걸스데이’가 각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재현한 대작 선보여

독창적인 미감의 한지인형 만들기에 몰두해 온 전 작가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테마로 한 한지인형 대작들을 연이어 발표해 주목을 받아왔다. 그가 만든 전통혼례, 윷놀이, 연날리기 등 우리나라의 민속과 풍습을 한지인형으로 재현한 작품들은 흥미로운 연출과 귀엽고 생동감 있는 얼굴 표현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후 한글, 농악, 아리랑, 수원 화성, 경주 첨성대 등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유·무형의 문화유산들을 한지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지공예작가 중 한 명으로 명성을 얻었다. 무엇보다도 단순한 형상의 재현에서 벗어나 스토리를 가진 작품을 연출하기 때문에 한 작품이 무려 길이 10m에 이를 정도의 대작들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화정에 있는 연구실에서 한지 작품들과 함께한 전진숙 작가.

현재 전 작가의 작품은 반기문 UN사무총장 관저, 터키 한국문화원 등의 해외 공관에 소장돼 있으며, 미국, 일본, 독일, 중국 등에서 여러 차례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그의 작품을 대한 외국인들은 처음엔 친근하고 해학적인 한지인형들의 표정에 흥미를 느끼다가, 천년을 가는 종이로 일컬어지는 한지의 우수성을 설명해주면 다시 한 번 놀란다고.

작품 제작에는 전통 한지만 사용된다. 작품 하나 만드는 데 작은 작품은 3개월 걸리지만, 고인돌문화, 수원 화성, 팔만대장경 행렬 등 스토리가 있는 대작을 제작할 때는 제자들로 구성된 연구원들과 함께 작업을 진행해도 꼬박 1년이 걸리기도 한다.
“심사위원들께서 단순한 솜씨뿐 아니라, 전통문화를 재현한 제 작품의 가치와 그 안에 들어있는 노력을 알아봐주신 것 같아서 감사해요.”

17년 동안 고양에서 작품 창작에 몰두

전 작가는 17년 전 한지공예에 처음 입문한 이후 줄곧 고양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현재는 화정에 있는 전진숙한지공예연구소를 열고 작품 제작과 제자 양성을 병행하고 있다. 그의 작품 가치를 알아본 이들로부터 다양한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수년 전부터 전진숙 종이인형을 테마로 한 달력이 연초마다 제작돼 인기를 얻고 있고, 각종 전시와 작품제작 요청도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초대장 카드를 한지 부조 인형으로 만들어 준비위원회에 납품하기도 했다. 전 작가가 만들고 싶은 소재는 아직도 무궁무진하다. 최근에는 우리의 전통 무예인 태권도를 테마로 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완성된 작품은 내년 초에 베트남에서 전시를 열 예정이다.

전 작가는 고양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해외에서 큰 전시도 여러 차례 열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로 일산병원 로비에서 연 두 번의 전시를 꼽았다. 
“병원 로비는 환자와 환자 가족들이 주로 들르는 곳이잖아요. 웃을 일이 별로 없는 이들이 내 작품을 감상하며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찾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구성했어요. 김장담그기, 소달구지 등 지난날의 추억을 환기시키는 장면들을 만들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서 보람이 있었어요.” 전 작가믐 브랜드상품공모전에서 한지 책갈피를 출품해 은상을 수상했으며, 고양시 캐릭터를 활용한 홍보 엽서도 제작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고양땅은 오랜 역사를 품은 곳이잖아요. 전통한지로 만든 상품들이 고양시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는 데도 한몫을 했으면 좋겠어요.”   

한지를 이용해 제작한 엽서와 책갈피 등의 홍보 상품.

 

전진숙 작가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제작한 한지 산타 인형을 매만지고 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