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호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사진동아리 ‘KICT 사진가족’

 

대화동에 자리한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의 사진동호회 ‘KICT 사진가족’ 회원들이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고양 아람누리 갤러리 울에서 제10회 사진전을 열었다. '하나된 시선으로'라는 타이틀로 열린 이번 전시에는 15명의 회원들이 출품한 48점의 멋진 작품들을 선보였다.

KICT 사진가족은 올해로 결성 32년을 맞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역사의 궤를 함께하는 동아리다. 회원은 모두 35명인데, 현재 20여 명이 활동 중이다. KICT가 고양에 자리를 잡은 지 18년 가까이 되다 보니 회원들도 고양에 정착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KICT는 건축과 토목에 관련한 다양한 분야의 공학도들이 모여 연구를 하는 곳이다. 회원들이 대부분 특정한 분야의 전문가들이다보니 전공과 관련해 조금 다른 시각으로 세상과 사물을 바라본다. 오랫동안 하천 연구를 한 김원 회원은 강물이 가장 신비로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을 포착했고, 김수암 회원은 차가운 고층빌딩의 톡특한 아름다움을 담아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정한교 회원은 거대한 배관을 제작하는 용접공의 모습에서 공학도적 관심과 시각적 쾌감을 함께 녹여 낸 작품을 얻기도 했다.  

회원들은 또한 다양한 여행지에서 얻은 이국적 풍광과 소재들을 앵글 속에 담아오기도 한다. 이번 사진전에서 극지건축연구를 위해 남극을 다녀 온 강재모 회원은 노을에 물든 하늘을 배경으로 얼음바다를 헤치며 나아가는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선보였고, 네덜란드의 오래 된 마을에 다녀 온 이종석 회원은 마을 근처의 울창한 숲길을 따뜻한 감성으로 담아오기도 했다.

남극 바다를 항해하는 쇄빙연구선의 경이로운 풍경을 찍은 강재모 회원의 작품.  

동아리 총무를 맡고 있는 이종석 총무의 작품. 윤기나는 초원을 쓰다듬는 바람의 감촉이 만져지는 듯하다.

KICT 사진가족 활동은 회원들이 함께 떠나는 출장 촬영이 중심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계절마다 서너 차례 나가는데, 입문 회원들에게는 알찬 교육 기회가 된다 . 항상 분위기가 재밌어서 따라오려는 가족들도 많다. 회원들의 나이는 30대부터 70대까지 섞여있다. 사진이라는 평등한 매개체 덕분인지 연령대의 차이를 못 느끼며 편하게 어울린다.

문현집 회장은 3년 전 창립 30주년 기념 행사와 연계해 열었던 ‘우리의 소중한 공간’ 전시를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는다. “1년 동안 KICT 안에서의 모든 생활을 렌즈 속에 담아낸 후 작품을 선별해 사내에서 전시를 열었는데 전시장을 찾은 직원들의 호응이 대단했어요.” 또한 한국의 옛 다리, 한국의 성 등 특정 주제를 가지고 전시를 열어 외부에서도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는 문현집 회원은 자신이 찍는 사진의 주제를 '사람'으로 정했단다. 그가 찍은 노송의 실루엣 속에 숨은 사람의 형상을 찾아보자.

도로 연구를 하며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노관섭 회원은 “조직 안에서 일이 아닌 취미활동을 하며 즐겁게 지내는 유일한 기회가 KICT 사진가족 활동”이라고 말하며 “여러 부서의 동료들과 어울릴 수 있어 참 좋다”고 말했다.

튼튼한 건축물을 지으려면 견고한 자재와 세밀한 공법이 함께해야 하는 법.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이종석 총무는 이렇게 답한다.
“거창한 계획은 없습니다. 늘 지금처럼 회원들의 사진 실력 향상과 함께 동아리 활동 자체를 좀 더 재밌게 꾸려가야죠.”
취미의 질을 견고하게 다지고, 활동의 재미를 통해 안정되게 결합하겠다는 얘기다. 역시 공학 전문가들답다.

노관섭 회원이 선택한 테마는 '그리다'이다. 자신의 사진 중 회화적 질감이 포착된 사진들을 골라 전시에 내걸었다.

 

정한교 회원의 작품. 사진가족 신참 회원이라지만 솜씨는 수준급이다. 우물의 원형과 네모가 만드는 이중 프레임 속에 자신의 모습을 담아냈다.

사진 왼쪽부터 노관섭 회원, 문현집 회장, 이종석 총무, 정한교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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