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함께 뛰는 고양인> 박경희 밝은미래 경기도지부 대표

 

 

고양서 2년째 중도입국청소년 지원사업
20여년간 자원봉사, 봉사자 1천명 교육도
“중도입국 청소년 교육공간 확보됐으면”

[고양신문] “어제(6일) 법무부 이민자 사회통합 프로그램 운영기관으로 지정됐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우리 기관의 공신력이 높아지는 것도 기쁘지만, 중도입국 청소년을 비롯한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보듬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반갑고 고맙죠.”

박경희 밝은미래 경기도지부 대표는 내년에 펼칠 사업 계획에 벌써부터 들뜬 모습이었다. ‘평범한 삶에 열정만 더하면 특별한 삶이 된다’는 삶에 대한 그의 태도가 그대로 엿보였다.


우리 사회가 보듬어야 할 아이들

밝은미래 경기도지부는 다문화가정‧중도입국 청소년 등 이주배경청소년들이 우리 사회 일원으로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돕고자 설립된 기획재정부 지정 비영리공익법인이다. 밝은미래는 특히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초기 지원 프로그램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일과 아이들의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진행한다. 지난 10월 30일엔 일산동구청 대회의실에서 국내에 거주하는 다문화‧중도입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제2회 한국어말하기 대회를 열기도 했다.

중도입국 청소년이란 한국인과 재혼하는 부모를 따라 외국에서 온 자녀나 외국인 근로자가 본국에서 데려온 자녀를 일컫는다. 다문화가정을 이루고 살다가 이혼 후 본국으로 보냈던 자녀를 재혼 후 다시 불러들이는 경우도 꽤 있다. “2000년 이후 국제결혼이 급증한 데 따른 한 현상”이라는 박 대표는 “부모의 선택에 따라 사회‧경제적 토대가 아주 다른 낯선 환경에 오게 된 청소년이어서 사회에 적응하는 데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이들도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인 셈인데, 한국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과는 또 다른 어려움을 안고 산다는 것.

“중도입국 청소년 지원은 아직 용어조차 생소한 사업이에요. 중도입국 아이들 대부분이 한창 예민한 사춘기에 한국에 오기 때문에 낯선 환경과 서툰 한국어로 인해 겪는 어려움이 상당히 커요. 그나마 밝은미래와 같은 기관과 연결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아이들은 다행이죠.”

이어 그는 “지난 한국어말하기 대회는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비다문화가정 청소년들과 다문화‧중도입국 청소년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축제였다”며 “앞으로의 우리 사회가 건강하기 위해선 다문화‧중도입국 청소년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온 사회가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여 년째 자원봉사하는 ‘긍정녀’

밝은미래 경기도지부가 개소한 때는 지난해 4월. 직전까지 한국이주노동자복지회 소장(2007~2015)으로 일하던 그가 중도입국 청소년에 눈을 돌리게 된 건 어쩌면 자연스런 수순이었다.

“다문화가정 대부분 맞벌이 가정인데다 경제 형편이 좋지 않기 때문에 그들에게 물질적인 지원도 필요하지만 아이들을 보듬어주는 게 근본적인 지원일 거라 생각했죠.”

한편으론, 20여 년간 해온 자원봉사활동을 뒤돌아보면서 앞으로의 10년간 어떤 일을 해야 하나라는 긴 고민 끝에 선택한 것이기도 했다. 40대 초반 자원봉사를 시작한 그는 일찌감치 자원봉사교육에도 나서 지금까지 배출한 자원봉사자만 1000명이 넘는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장관상(2015), 자랑스런한국인대상(2015) 등 굵직한 상도 수상했다.

“재작년 예순 살을 맞으면서 갈림길에 서게 됐어요. 이 길을 계속 갈 것인가, 아니면 내 남은 인생을 즐겨야 하나(웃음). 이 길을 가려면 누군가에겐 제가 롤모델이 될 테니, 이젠 책임자로서의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70세까지 꼭 10년만 이 일에 몰두하자’며 설립한 게 바로 밝은미래 경기도지부였다. 그는 지부를 설립하면서 활동근거지도 고양시로 완전히 옮겼다. 9년째 고양시에 살고 있지만 그동안 서울에서 근무하다보니 고양에서의 지부 운영이 처음엔 부담됐던 것도 사실.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강사비는 정부 보조금으로 충당한다 해도 사무실 운영과 실무자 인건비 등은 고스란히 그가 책임져야 할 몫이었다.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고양상공회의소 여성CEO기업인회 임원이기도 한 그는 “개소한 지 2년이 채 안됐지만 그간 고양의 기업인을 비롯한 여러 시민이 관심을 가져줘 후원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지난해엔 여성CEO기업인회가 바자회 수익금을 지부 후원금으로 선뜻 내놓기도 했다.

“제 별명이 ‘긍정녀’예요. 좋은 일을 하니까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더라구요. 아이들을 위한 교육공간이 없어 아쉬울 뿐이에요. 지금은 여기저기 빌려 쓰고 있는데 교육공간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면 좋겠어요.”

내년엔 탈북청소년들에게까지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라는 그는 “이젠 꿈을 좇는 게 아니라 뜻을 갖고 묵직하게 나아가야 할 나이”라며 편안한 미소를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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