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광석 대명한의원 원장
하루가 어찌 지나가는지 모르게 숨가쁜 나날이다. 시시각각 새로운 소식이 들어와 30분만 뉴스를 보지 않아도 세상 돌아가는 걸 모르게 된다는 농담이 돌 정도다. 생업도 바쁜데 나랏일 걱정에 한숨도 늘고 주름도 늘어간다. 실로 국민 노릇하기 참 힘든 나라다. 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지금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한 나라의 수장으로, 최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무 사명감이나 역사인식 없이 나라를 주물러 왔다는 사실에 기막히고 분노하게 된다. 그런 속에서도 나라가 굴러왔다는 사실이 더 놀라울 지경이다.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많은 생각이 든다. 지나 온 시간들을 그저 미화하기 좋아하는 우리 국민들 속성 때문이었거나 본인의 본모습을 숨긴 것에 속아 넘어간 우리의 무지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사람을 잘못 본 것이다.

누구나 자기에게 맞는 분수가 있다. 그걸 가늠하지 못하면 다른 이들에게 폐를 끼친다. 이 얘기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사건이다. 참으로 허탈하다. 국정이란 것이 그리도 간단한 일이던가? 그것은 5000만의 예산 400조원을 쓰며 좀 더 나은 나라, 살기 좋은 나라가 되도록 애쓰느라 밤 잠 잘 시간도 부족할 정도로 막중한 책임을 지는 자리다. 국방, 외교 이런 어렵고 복잡한 일 말고, 일반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살림살이의 규모로도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오바마가 대통령 재임기간에 나랏일을 보느라 흰머리 늘어가며 늙어 간 것에 비하면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 공무원은 세금을 월급으로 받아가며 나랏일을 보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대체로 우수하며 자기 분야에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런 우수한 인력들을 두고, 그들을 그저 놀리는 것 또한 세금 낭비다.

자괴감은 공무원들이 더 많이 들었을 일이다. 공적인 일이 아니라 개인비서 역할 따위를 보며 굴욕감을 맛봐야 했을 그들에게 동정심마저 생긴다. 국민들이 만들어 준 피 같은 돈을 제 용돈마냥 쓰며 그런 국민들을 무시한 사람들을 보며 젊은이들은 허탈하고 분노한다. 살아갈 희망이 없다는, 헬조선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쓰이는 마당에 젊은이들의 미래에 대한 배려는커녕 오히려 희망을 앗아가는 짓을 하는 사람은 지도자라 할 수 없다.

노자에서는 ‘떳떳하지 못하면 임금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고귀한 자리는 커다란 걱정거리’라고도 했다. 한 나라의 수장, 얼굴이 된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오직 자기 가족사에 천착해 역사를 왜곡하고, 사사로이 이익을 취하는 일에 골몰하여 나라 곳간을 거덜 내는 일을 당연시 했다. 그러고도 부끄러움이나 반성의 여지가 없으니 고초는 온전히 국민의 몫이다.
온 국민이 흡사 호랑이에 물려 온 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 국민들은 패배감에 젖어 포기하기 보다는 문제를 해결하자고 광장으로 뛰쳐나가는 길을 택했다. 감동적이란 말로는 부족한 커다란 자부심과 가슴 뻐근한 아픔을 느끼게 된다. 여태 이렇게 당하고도 아직 열정이 남아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잘못을 바로잡아 보자는 그 의지 하나는 세계 일등감이 아닐까싶다. 우린 언제쯤이나 믿고 따라도 좋을, 존경해도 좋을 지도자를 만나게 될지 모르겠다. 지그재그로 , 혹은 뒷걸음질 치는 것 같아도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만들어 온 사람들답게 올바른 정신으로 이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나 혼자가 아닌 ‘우리의 힘’으로 반드시 이 어두운 터널을 뚫고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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