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공간 16- 중남미문화원

‘중남미’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먼 세상, 탱고와 삼바리듬이 춤추는 정열의 땅, 마야·잉카·아즈테카 문명의 신비가 잠든 곳, 체 게바라가 산야를 누빈 혁명의 땅, 마술적 리얼리즘을 꽃피운 예술의 고장, 축구를 잘 해 4년에 한 번씩 세계인의 부러움을 사는 곳···. 중남미가 호출하는 장면들은 하나같이 강렬하지만, 동시에 제각각이다. 파편적이고 피상적인 이미지들을 직조해 아름다운 문양의 카펫을 만들어 주는 곳, 고양동에 자리한 중남미문화원을 찾았다.    

태양처럼 식지 않는 부부의 꿈과 열정  

중남미문화원은 30년이 넘는 세월동안 중남미 지역의 여러 나라를 돌며 외교관 생활을 했던 이복형 관장이  평생을 바쳐 수집한 유물과 미술작품들을 소장·전시하고 있는 공간이다. 그렇지만 1993년 박물관을 건립한 후 미술관, 조각공원, 종교관 등을 차례대로 완공하며 중남미문화원을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수준의 사설박물관으로 성장시킨 공로의 많은 부분은 이복형 원장의 아내 홍갑표 관장에게 돌아가야 한다. 두 사람의 뜨거운 열정과 예술적 안목이 모아져 보석처럼 빛나는 중남미문화의 요람을 만들어낸 것. 입구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붉은 벽돌로 지은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잘 다듬어진 아름다운 정원, 그리고 인상적인 조형물들이 방문객을 맞는다.

다채로운 역사의 발자취, 박물관

가장 먼저 들르는 박물관에선 중남미 땅에서 명멸했던 다양한 문명의 흔적들을 만나볼 수 있다. 마야, 잉카와 같은 고대 문명이 남긴 장신구와 유물들이 각 방마다 가득하다. 그런가 하면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의 서구 열강세력이 남미를 지배하면서 만들어진 라틴 아메리카 문명의 자취들도 풍성하다. 덕분에 고대의 유물들이 전시된 공간 바로 옆에서 우아하고 화려한 남미 바로크풍의 가구들을 만나기도 한다. 남미 각국의 마스크들을 모아놓은 방에선 유희적 요소와 주술적 요소가 뒤섞인 기기묘묘한 형상들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오래도록 붙든다. 머리 위에선 태양 문양이 장식된 팔각형 천정의 각 방향으로 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은은한 자연광이 아름답게 실내를 비춘다. 


    
중남미 미술의 정수, 미술관과 아트숍

박물관에서 마당을 가로질러 서 있는 미술관은 남미 작가들의 미술작품을 전시한 공간이다. 현란한 원색이 눈길을 사로잡는 중남미의 현대미술작품 역시 고대 유물만큼이나 강렬한 인상과 당당한 기운을 풍긴다. 회화와 조각 작품이 함께 전시된 1층 관람을 마치고 지하로 내려서면 형형색색의 직물들을 만날 수 있다. 동물의 털과 야생섬유를 가공한 아름다운 색상과 패턴의 직물에서 중남미의 또 다른 매력을 맛본다.

 

1층 아트숍에는 남미에서 직접 구매해 온 다양한 장식품과 공예품들을 만날 수 있다. 가격이 비싼 명품들도 있지만 부담 없이 선물할 수 있는 작고 예쁜 소품들도 가득하다. 개성 넘치는 선물을 준비하고픈 이에게 적극 추천.

정원 거닐며 미술작품 감상하는 조각공원

실내공간을 벗어나 야외공원을 걸어보자. 잘 가꿔진 수목 사이를 거닐며 대형 조각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봄 가을 꽃과 단풍이 물드는 계절이 가장 아름답다지만, 겨울 채비를 마친 나무들의 간결한 모습과 조각작품들이 뿜어내는 예술적 에너지가 대조를 이루는 풍경을 감상하는 맛도 새롭다. 스피커에서는 경쾌하고 정열적인 중남미의 리듬이 연신 흘러나온다. 언덕을 오르면 거대한 마야 벽화를 만날 수 있는 작은 광장도 나타난다. 

우아한 빛이 머무는 종교전시관

조각공원 한 쪽에 자리한 종교전시관의 규모는 남미의 작은 마을의 성당을 옮겨놓은 듯 소박하지만, 분위기는 사뭇 장엄하다. 조금은 외진 곳에 있는 탓에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지만, 덕분에 고요한 종교적 분위기를 선물한다. 안으로 들어서면 은은한 성가곡이 청각을 다독인다. 시신경 또한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통과해 온 햇빛의 환상적인 질감에 사로잡힌다. 경건함의 정서는 종교가 품어내는 가장 매력적인 요소가 아닐까. 종교의 유무와 상관  없이 차분히 마음을 내려놓고 공간이 만들어주는 특별한 아우라 속에 내면의 진동수를 맞춰 봐도 좋을 듯.   

미각으로 즐기는 중남미의 매력, 따꼬 하우스
야외조각공원에서 오르막길을 따라 작은 언덕으로 올라가면 나타나는 따꼬 하우스는 커피와 음료, 간단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휴식공간이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야외 테이블에 앉아 조각공원의 풍광을 감상하는 맛이 일품일테지만, 커다란 아치형의 창살무늬를 감상할 수 있는 실내공간의 매력도 나무랄 데 없다. 한쪽 벽을 가득 장식한, 네이마르(브라질을 대표하는 축구선수)의 얼굴이 그려진 대형 그림도 인상적이다. 눈으로는 유물과 미술작품을 살폈고, 귀로는 라틴리듬과 성가를 감상했으니, 혀끝으로 중남미의 맛을 즐기며 오감 충만한 중남미 나들이를 마무리해보자.

중남미문화원
주소 : 고양시 덕양구 대양로 285번길 33-15
문의전화 : 031-962-7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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