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함께 뛰는 고양인> 이중구 전 고양시의원

지도체육대회 8년간 회장 맡아
큰 고비 넘기고 대회 전통 이어
프로축구팀, 각종 대회 유치기여


“고등학교 때부터 리(里) 대항 축구 심판을 봤어요. 요즘엔 비디오 판독이라도 하지. 그땐 걸핏하면 판정 시비가 일어 아주 곤혹스러웠죠(웃음). 오죽하면 싸움 말리는 ‘책임 부회장’을 따로 뒀을까(웃음).”

50년도 훌쩍 넘은 옛일을 떠올리는 이중구(70세) 전 시의원의 몸에 흥이 흘렀다. 고양시 행주동 능골부락이 고향인 그는 1946년생. 그가 제11대 회장(1990~1997)을 지낸 ‘8‧15광복기념 지도체육대회’와 동년배다.


지도체육대회의 재간둥이에서 디딤돌로

지도체육대회(전신은 지도면민체육대회)는 해방 이듬해인 1946년부터 지금까지 지도지역(능곡‧행주‧행신‧화정)에서 매년 8월 15일에 열리는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해방둥이’ 체육대회다. ‘다시 나라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마을부터 뭉쳐야 한다’는 다짐에서 출발한 지도체육대회가 열리는 날은 온 동네가 들썩였다.

“돈이 있었나. 집집마다 쌀이며 보리쌀 같은 먹거리를 내놓고 한쪽에선 열심히 달리고, 한쪽에선 밥하고 반찬 만들어 나눠먹는, 마을 잔치이자 축제였죠. 헤어진 친구나 이웃이 보고 싶으면 지도체육대회에 가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였어요. 그날은 모두 모였죠.”

운동 신경이 뛰어났던 그는 중학생 때부터 지도체육대회의 축구‧배구‧육상선수로 활약했다. 거의 대부분의 종목에서 남다른 재능을 보여 ‘지도체육대회의 재간둥이’로도 불렸다. 능곡중‧고등학교 축구부로 활동하고 경희대학교 체육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30여 년간 문산여고 체육교사로 지내면서도 지도체육대회에서 눈과 발을 떼지 않았다. 지도체육회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던 1990년, 제11대 회장을 맡게 된 게 우연은 아니었다.

“당시 지도지역이 한창 개발되면서 원주민들은 살 던 곳을 떠나고 새로운 입주민이 들어오면서 체육회가 큰 고비를 맞았죠.”

체육대회에 참가했던 22개 마을 중 몇 개 마을을 빼고는 이전의 자연마을 개념이 사라진 터여서 자연마을 단위로는 더 이상 대회를 이끌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회를 지속해야 하는가라는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수차례 의논 끝에 “그래도 이어가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원주민들의 마음을 다독이고 이주민들의 마음을 돌리는 한편 대회 규칙을 다듬어 1992년부터는 고양시 승격에 맞춰 ‘동 대항’으로 경기를 치르게 됐다.

“전쟁통에도 열렸던 체육대회예요. 왜 하필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하느냐고 날짜를 바꾸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광복기념의 의미를 버릴 순 없잖아요. 지도체육대회는 체육대회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거죠. 전통을 이을 수 있어 다행이고 고마웠죠.”


지역 봉사는 삶의 즐거움

문산여고 재직 시절 권남순, 전양숙, 김경숙과 같은 국가대표 육상선수를 길러내며 체육지도자로서의 길을 걷던 그는 교단을 떠난 이후엔 고양시의 체육 발전에 열정을 쏟았다. 고양시체육회에서 40년간 활동하며 축구, 탁구, 육상, 역도, 야구, 유도, 골프, 태권도, 보디빌딩, 빙상연맹의 회장과 고문을 두루 거치면서 지역의 체육 발전을 이끌었다.

2012년 프로축구팀 Hi FC를 고양에 유치한 주역도 그였다. Hi FC의 이영무 초대감독은 그가 경희대 재학 시절 지도했던 능곡중 축구부의 제자였다. 고양시의원 재임(2006~2013) 중에는 전국체육대회, 세계역도선수권대회, 코리아컵국제체조대회 등 굵직한 국내외 체육대회를 유치하는 데 앞장섰다.

그는 “프로팀을 유치하고 각종 체육대회를 치르는 데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고양시를 널리 알리고 적잖은 경제 유발효과를 내는 데도 기여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고양시체육회 고문, Hi FC 프로축구단 이사, 경기도 빙상연맹 상임이사…. 그의 체육 분야 직함은 아직도 여럿이다. 고양시 지방보조금 예산심의 위원장, 고양시 주민참여예산심의 위원도 맡고 있다.

“정기적인 모임만 20개가 넘어요(웃음). 아침마다 감사의 기도를 하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끔 해주셔서 감사하다고요. 앞으로도 기회가 닿는 대로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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