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창의 박근혜퇴진고양운동본부 상임대표
2016년 12월 9일, 대통령 박근혜가 급기야 탄핵되었다. 이미 국민들이 마음속에서 버린 대통령이지만 공식으로 파면시킨 것이다. 절차적인 탄핵 의결은 국회가 했고 최종 판정은 헌법재판소가 하겠지만 국민의 힘으로 이끌어 낸 심판이다.

박근혜의 국정농단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50일 넘게 거리에서 항거하는 촛불을 들었다. 처음 2만 명으로 시작한 촛불 민심은 223만 명의 불길로 번져갔다. 그 구호도 ‘박근혜 하야’에서 출발해 ‘박근혜 구속 수사’로 강렬해져갔다. 시민들은 국가 주권자로서 농락당한 자존을 되찾기 위해 꾸준히 모이고 외치고 싸웠다. 그래서 비록 변명으로 일삼았지만 그 오만한 박근혜를 세 번이나 담화장에 세워 사과하게 했다. 오락가락 갈팡질팡하던 정치권을 박근혜 퇴진 행령에 동참하게 하였고 탄핵조처까지 내리게 하였다.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에서만 촛불을 든 게 아니다. 부산, 광주, 전주, 대구 같은 지방 대도시와 저 강원도 횡성에서 전남 완도까지 작은 시군 지역에서도 박근혜 퇴진 촛불은 타올랐다.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서도 촛불을 들자는 움직임은 때맞춰 고양시에서도 일어났다. 지난 11월 9일 화정역 광장에서 '박근혜 퇴진 고양운동본부'가 출범하면서 촛불문화제와 거리행진으로 불길이 붙었다. 그 뒤 매주 수요일마다 지역에서 촛불행진과 서명운동이 벌어졌다. 지난 12월 3일에는 일산중앙로에서 박근혜 즉각퇴진을 요구하는 거리대행진에 시민 800여 명이 동참하기도 하였다. 지금까지 고양운동본부에는 50개 시민단체(44개)와 야권정당(6개)이 참여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고양무지개연대 활동 이후 6년여 만에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등이 모두 모여 박근혜 퇴진으로 힘을 합친 것이다.

이번에 국정 유린을 항의하는 촛불집회의 특징은 무엇보다 평범한 시민들이 스스로 나서고 모였다는 것이다. 촛불대회 현장에 나가보면 시민단체 소속 회원들과 노동조합원들도 깃발 아래 모여 있지만 그보다는 친구들이나 직장동료, 가족 등 일반 시민들이 큰 흐름을 이루었다.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의 실천과 행동이 집단의 위력으로 모아진 것이다. 박근혜 퇴진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개인들이 새로운 민주공동체를 이루었다 할 수 있다. 이처럼 수백만 시민이 스스로 참여하면서 얻은 민주주의 경험과 인식은 앞으로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가꾸는 원천이 되리라 본다.

시민들의 힘으로 탄핵 의결을 내린 12월 9일, 가장 많이 나오고 다짐한 말은 무엇인가? 바로 박근혜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이다. 그 말 속에는 헌재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갈 길이 멀고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깊은 속뜻은 이제부터 본격으로 참된 세상과 민주주의를 완성해가는 작업을 하자는 것이다. 먼저 박근혜와 그를 둘러싼 공범세력의 악행과 부패를 청산해야 한다. 세월호 7시간 진상을 밝히고, 한일위안부 협상을 무효화하고, 국정역사교과서를 폐기하는 등 단기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나아가 경제, 사회, 문화 전반의 근본적인 체제 개편을 진행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날로 심화되는 차별과 불평등을 없애고 격차를 줄여야 한다. 돈과 권력을 많이 가질수록 크게 누리는 특권을 없애고 모두가 공정하고 평등한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제도와 법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 11월 시민촛불항쟁으로 해방 이후 진정한 민주주의를 완성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잡았다. 지난 현대사 가운데 4·19혁명, 87년 6월 항쟁에서 매듭짓지 못한 미완의 혁명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지금부터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일상에서 민주의 촛불을 다시 들어야 한다. 자신의 몸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촛불 정신으로 우리 삶을 새롭게 바꾸고 민주체제를 공고히 다지는 실천을 거듭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민주주의 역사에서 2016년 11월 타오른 촛불이 시민촛불혁명을 숭고하게 완성했다고 기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근혜 퇴진 고양운동본부와 고양시민들이 앞으로 헤쳐 나아갈 길이 멀고 지어야 할 짐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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