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호인> 바위매클라이밍

[고양신문] 높이 18m 대화야외인공암장. 등산복장의 사람들이 매서운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끝과 발 끝에 힘을 준 채 암벽에 매달려 있다. 긴장된 표정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이들의 열정에 추위가 녹는다. 바위틈에 사는 매들처럼 날렵한 몸짓으로 인공암벽을 타는 이들은 바위매 클라이밍의 회원들이다. 바위매는 1988년에 10명의 회원으로 출발했다. 지금은 회원이 40여 명으로 늘었고,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어울린다. 바위매 회원들은 주말에는 산으로 바위를 타러 가고, 평일에는 인공암장에서 연습을 한다.

대화인공야외암장은 난이도가 높은 천장형태의 대규모 암장이다. 자연암벽타기의 스릴을 즐기며 실력을 키우려는 중급 이상자들이 주로 찾고 있다. 인공암장이 생기기 전 클라이밍을 하려면 직접 산을 찾아가 바위에 오르는 자연암벽을 등반해야 했다. 그만큼 위험도 따랐다.

 

 

바위매 클라이밍의 홍남수(51) 회장은 “홀딩을 잡는 순간부터 손끝 하나 발끝 하나에 나의 생명이 달려있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한다. 어느덧 바위를 탄 지 30년째 접어든다는 그는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 끝에 비로소 정상에 올랐을 때의 성취감이 바로 암벽등반의 매력”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암벽타기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반드시 2인 1조로 진행하는 스포츠다. 한 명이 암벽을 오를 때 다른 한 명의 파트너는 오르는 사람의 몸에 묶은 밧줄을 아래에서 잡고 안전을 확보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암벽을 오르는 사람과 아래에서 줄을 잡고 있는 사람 사이의 믿음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뢰가 안전을 담보한다는 점에서 회원들 간의 유대감이 어느 운동보다 클 수밖에 없다고 자랑한다. 자일을 매개로 한 사람과 사람의 끈끈한 만남과 도전이 클라이밍 동호회의 최고 매력이라고 회원들이 입을 모은다.

 클라이밍은 에너지 소모가 높은 고강도 근력운동으로 모험과 도전을 즐기는 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루트를 개발하며 난이도를 도전하는 과정에서 오는 긴장은 일상의 권태를 잊게 하는 중독성이 있다. 더불어 근력과 지구력을 길러 주고 정신집중을 통한 성취감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언젠가 극심한 우울증에 빠진 일반인이 연습장을 찾아왔길래 “삶의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줄에 올라보라”고 권한 후 올라가는 중간에 “줄을 놓을까요?” 소리쳐 물었더니 “제발 잘 잡아 달라”며 애원을 한 적이 있다. 줄에서 내려온 이는 결국 강한 삶의 애착을 되찾아서 회원 가입을 했다.

'피부미인보다 뼈가 튼튼한 미인이 진짜 미인'이라고 말하는 김믿음(59)씨는 “클라이밍을 시작한 지 6년째인데, 줄어들었던 키가 다시 164㎝로 되돌아왔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클라이밍이야말로 나이가 들면서 약해지는 근력과 용기를 키우는 데 최고로 좋은 운동“이라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적극 추천한다고 말했다. 또한 다양한 문화센터 등에서 클라이밍교실을 개설해 누구나 쉽게 도전하는 국민 운동이 되길 바란다는 희망도 내비쳤다.

한 가닥 줄에 몸을 의지해 매달려 있다 보면 자연스레 관절도 유연해지고 저절로 살이 빠진다는 최소열(48세) 회원은 "난이도에 따라 극복해나가는 도전과 재미가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자랑한다.

지난 11월에는 전국드라이툴링대회가 이곳 대화인공암벽장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에서 고양시 출신 송한나래양이 여자부 2위라는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다. 유명세를 타고 있는 김자인씨는 한국 클라이밍 사상 처음으로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한 자랑스런 고양인이다. 클라이밍은 이런 국가대표급 선수들과 일반인이 동등한 조건에서 실력을 함께 겨루는 ‘영광스러운 종목’이라는 게 스포츠클라이머 송숙명(54) 회원의 은근한 자랑이다.

이번 대회를 치르기 위해 대화인공암장에는 암벽구간을 빙벽 등반장비를 이용해 오르는 드라이툴링 시설을 설치했다. 드라이툴링대회는 동계 평창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이 됐다. 시설물이 내년 봄이면 철거되지만 그때까지 국내 유일의 시설물에서 맘껏 운동할 수 있는 호강을 누리고 있다.

연중 이용할 수 있는 드라이툴링 시설이 대화인공암벽장에 설치되는 것은 바위매 클라이밍 회원들의 간절한 희망사항이기도 하다.

“고양시는 세계적인 스포츠 클라이밍 선수들을 연이어 배출하고 있는 도시입니다. 시가 이런 장점을 잘 활용해 대화인공암벽장에 전국 최초의 사계절 드라이툴링시설을 갖춘다면 전국의 클라이머들이 찾아오는 ‘스포츠클라이밍의 메카 고양시’로 도약 할 수 있을 거예요.”

 바위매 클라이밍 : 031-917-8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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