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열린청소년쉼터 윤기선 목사

주위에는 평범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이웃들이 많습니다. ‘우리 아이 선생님은 고향이 어딜까?’ ‘웃는 얼굴이 이쁜 우리 동사무소 아가씨는 결혼을 했을까?’이번 주부터는 주변 가까이에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이웃들을 찾아가 삶 속에 감춰두었던 이야기들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인터뷰는 한 사람이 다음 사람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이번 주는 고양시의회 길종성 의원(일산1동2선거구)이 소개해 주셨습니다.


‘사람이 아름답다’는 노랫가사가 있다. 지난 7일 저녁 일산열린청소년쉼터의 윤기선 소장(50·사진)을 만날을 때 잠깐동안이지만 느낀 감정이다. 따뜻한 마음으로 더불어 사는 사람이라는 말은 진부한 표현이지만 사실이다. 이웃집 다정한 아주머니 같이 소탈하면서도 자신이 데리고 있는 많은 딸들에게는 자상하고 때로는 엄한 엄마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러나 윤 목사에게도 아이들에게 말해주지 않은 소녀시절이 있다. 윤 목사는 지난 94년 일산으로 터를 잡기 전까지 서울 서대문에서 살았다. 넉넉하지 못한 집안사정으로 낮에는 출판사 급사로 일하면서 밤에 야간학교를 다녔다고.

동내에서는 효녀로 소문난 윤 소장은 그러나 또래들 사이에서는 ‘독사’로 알렸다. 왠지 깔끔한 아이들을 보면 이유없이 시비를 걸어 골목으로 데려가 늘씬 패주기 일쑤였다고. 아이들을 때려주기 위해 당시 ‘화랑도’라는 무술도 배웠다. 당시 서대문 뒷골목이 주 활동무대.

윤 소장은 “어린 시절 누군가 옆에서 인도해 줄 선생님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며 30년 동안 숨겨온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부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악착같이 교회를 찾은 것도 같은 이유다. 한번은 밤에 교회에 가려다 부친에게 맞아 얼굴이 부었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지나던 사람에게 눈덩이로 맞았다고 둘러댔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퉁퉁 불은 눈을 뜨고 부친에게 손을 내밀며 “안경 사게 돈줘”라고 태연하게 말한 이가 윤 소장이다.

전에는 화장실에 성경책을 버리며 교회 다니기를 말리던 부친도 두 손을 들었다.

인터뷰 도중 자리를 함께 한 남편 김인규씨(61)는 내성적인 자신에 비해 윤소장은 어려운 성장배경 속에서도 밝고 활달한 면이 좋았다고 한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만 너무 과하게 신경쓰는거 같다”며 웃었다.

일산열린청소년쉼터는 이혼 등으로 가정이 붕괴되거나 가정폭력과 성폭력을 상처받고 갈곳을 잃은 여자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윤 소장이 맡고 있는 아이들은 15명. 고양시에서도 매년 예산을 지원해 주고 있고 많은 이웃들이 나와 자원봉사를 해주고 있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3개월 이상 시설에 아이를 보호할 수 없는 규정 때문에 장기적인 보호가 필요한 아이는 다른 지역의 쉼터로 보냈다가 다시 데려오곤 한다. 그러나 소장과 떨어지기 싫어하는 아이들은 모른채 하고 데리고 있으면 그만이다.

윤 소장은 “사회적으로 상대적 약자인 여성들, 그 중에서도 상처받은 청소년들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들을 위한 비공개 치료시설과 보호시설들이 좀 더 늘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