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일 동화작가
2017년 정유년 닭띠 해를 맞이했다. 닭은 민속학적으로 12지의 열 번째 동물이다. 방향으로는 서쪽을, 시간으로는 오후 5시에서 7시, 달로는 음력 8월을 뜻한다. 예로부터 닭은 어둠을 깨치고 새벽을 여는 신통력을 지닌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져 왔다. 선조들은 밤의 어둠 속에서 활개를 치던 귀신들이 닭 울음소리로 일제히 사라진다고 믿었다. 지금도 닭의 울음소리를 새로운 시대를 여는 서곡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닭은 이미 삼국시대 역사서에 언급되고 있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신라 박혁거세와 김알지 신화가 대표적이다. 또 천마도가 출토돼 유명한 천마총에서는 수십 개의 달걀이 들어 있는 단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고구려 벽화고분인 무용총 천장에는 한 쌍의 닭이 그려져 있기도 하다. 고려시대에는 새해를 앞두고 집안의 잡귀들을 몰아내는 의식에 닭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런 풍습은 현재에도 무속에서 사용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조선시대에는 닭이 부귀공명과 입신출세,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데 활용되었다. 닭의 볏이 벼슬을 상징하는 관을 쓴 모양과 같아 선비들은 서재에 닭 그림을 걸었다. 또 수탉과 모란을 함께 그림에 담아 부귀공명을 기원했으며, 닭은 많은 병아리를 거느린다는 점에서 다산을 뜻하기도 하였다. 또한 닭은 무엇보다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존재였다. 이 때문에 엉뚱한 시간에 울면 불길하다고 여기기도 하였다.

이런 닭이지만 2017년 정유년 닭띠 해 우리나라의 닭은 불행하기만 하다. AI로 인해 수십만 마리의 닭이 살처분 되어 땅에 묻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재앙의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정부와 양계업자들은 냉철히 짚어보고 알아내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재앙 앞에서 정부는 원인을 알아보는 것은 둘째치고 그에 따른 대책 하나 변변히 내어놓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고 있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정부의 온 부처가 최순실의 국정농단이라는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으니 무슨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단 말인가. 있을 수 없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 일개 한 아낙네에 의해 정부 부처가 그를 대변하고 그의 사익 추구에 이용 되었다는 데에 국민들은 분노하였다. 무능하고 부도덕한 정부로 인해 고통 받는 것은 애꿎은 국민들이다. 국민들은 분노의 불길을 평화의 촛불로 밝혀 어둠의 세력들을 몰아내려 한다. 이제 우리 국민들의 평화의 촛불이 이 땅 위에 드리운 어둠을 걷어내고 정의와 도덕, 법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해마다 맞이하는 새해이지만 이번 2017년 정유년은 다른 해에 비해 유난히 무겁게 다가온다. 말 그대로 다사다난 했던 2016년이었다. 2016년의 연장선상이 2017년도에도 이어지기 때문에 무겁게 다가오는 것이겠다. 트럼프 정부의 출범으로 대미 관계는 예측불허이고 남북 관계 역시 오리무중이다. 그런데다 세계 경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직접적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말미암아 정부는 속수무책 발 빠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청년 구직은 점점 어려워 청년들이 취업을 못하고 취업을 못하니 언감생심 결혼은 꿈도 꾸지 못한다. 이러니 자녀 출생을 못하여 인구 절감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들이 합심하여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러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어서 하루빨리 최순실 국정농단의 처리를 시급히 마무리 하여야 한다. 그리고 여당과 야당은 정쟁을 멈추고 나라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분명 우리나라가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저력이 있는 민족이다. 5000년의 역사 속에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련이 있었던가. 외침으로 말미암아 나라가 누란의 위기에 빠진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런 고비 고비를 우리 민족은 백성들의 힘으로 슬기롭게 헤쳐왔다.

때문에 2017년에는 스피노자가 말한 것처럼 ‘비록 내일 인류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는 일념으로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할 것이다. 스피노자의 이 말에는 우주의 삼라만상에는 저마다 존재의지가 있고 그 존재의지에 충실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이 말을 한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2017년을 우리의 의지에 따라 각자 충실한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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