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함께 뛰는 고양인> 김기봉 고양시장애인주간보호센터장


21년간 고양시 복지현장 지켜
“복지 수요층・패러다임 변화
민간차원의 고민과 논의 필요”

문촌7종합사회복지관 초대 관장, 고양시사회복지협의회 초대 회장, 고양시장애인주간보호센터 초대 센터장. 김기봉 고양시장애인주간보호센터장의 경력엔 ‘처음’이란 수식어가 많이 따라붙는다. 증권사에서 근무하다 오랫동안 가슴에 품었던 꿈을 좇아 사회복지 분야에 발을 들여놓은 지 올해로 25년. 그중 21년을 고양시와 함께한 지역 사회복지 현장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장애인주간보호센터, 갈수록 수요 늘어
그와 고양시와의 인연은 문촌7종합사회복지관이 맺어줬다. 1996년 1월 문촌7종합사회복지관이 문을 열면서 초대 관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것. 그때 나이가 서른아홉 살이었다. “관장치곤 젊은 편이었죠. 40~50대 후반의 관장이 대부분이었으니까요.”
문촌7종합사회복지관장으로 12년간 일하던 그는 2011년 고양시장애인주간보호센터가 지금의 독립된 건물을 짓고 새롭게 문을 열면서 초대 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부지선정부터 설계까지 관심 깊게 살피고 참여한 센터였다.
“당시 이용자들은 복지시설 규모가 작더라도 이동거리가 짧은 걸 선호했어요. 여긴 땅값이 비싼데다 부지규모도 커 부담이 컸죠. 절반에만 짓고 덕양구에 주간센터를 하나 더 두자는 의견도 있었어요. 그러나 시와 시의회가 센터 건립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 이만한 규모와 시설을 갖출 수 있게 됐죠.”
고양시장애인주간보호센터의 연면적은 2965㎡(897평).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다. “다른 지자체의 벤치마킹 센터”라는 그는 “장애인주간보호에 대한 요구와 필요성이 갈수록 늘어가는 추세에 비춰보면 그때의 시설과 규모 투자결정이 옳았다”고 평가했다.

이곳 센터의 하루 이용자는 105명. 그중 85%가량이 중증장애인이다. 혼자서는 이동하기조차 어려운 이들을 자녀로 둔 가정에겐 주간보호센터가 아주 요긴한 시설이다.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면 다른 자녀에게 신경 쓸 여유가 생기죠. 부모들이 경제활동에 나설 때 중증장애 자녀를 돌봐야하는 부담도 덜 수 있고요. 주간보호센터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늘고 있어요. 아울러 단순히 장애인을 보호하는 데 머물지 않고 다양하고 전문적인 교육과 치료가 이뤄지길 바라죠.”

복지시설의 체질변화 필요
그는 고양시의 사회복지 수준을 높게 평가했다. 고양시의 올해 사회복지 예산이 5721억원으로 전체 예산 중 가장 많은 35%를 차지한 것과 관련해선 “아무리 좋은 사회복지정책이라도 예산이 뒤따라주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며 고양시의 사회복지 정책과 지원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보건복지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평가에서 고양시 복지관 절반 이상이 ‘우수’기관으로 선정될 정도로 사회복지 현장의 수준도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쉬운 속내도 내비쳤다.
이전엔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금이 많지 않아 복지시설마다 후원금 모금에도 나서고 자체사업도 적극적으로 펼쳤다는 것. 하지만 이젠 복지정책 대부분이 보조금으로 운영되면서 ‘관 주도’ 경향이 강해지고, 민간의 전문성과 자율성은 축소됐다고 꼬집었다. “시설이나 예산 지원이 안정화된 데 따른 자연스런 현상일 것”이라면서도 그는 “민간의 야성이 무뎌졌다”는 표현으로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복지 수요층이 다양해지고 있어요. 정신장애인, 노인장애인, 다문화가정, 새터민을 대상으로 한 복지정책과 지원에도 본격적으로 관심을 쏟아야죠. 복지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른 논의도 민간 차원에서 활발하게 이뤄져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사회복지 종사자들, 지역 복지시설 간에 촘촘한 네트워크가 필요하죠.”

그는 이용자들의 욕구 변화에 맞춰 복지시설의 체질이 변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일례로, 장애인 선수 중심으로 예산을 편성하기보다는 장애인 생활체육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실에 맞는 복지를 고민하고 펼치는 것이 민간의 역할이에요. 이러한 현장의 목소리가 사회복지 정책과 예산에 반영될 수 있도록 민과 관의 소통과 협력이 잘 이뤄져야 하고요.”
이어 “사회복지는 사람과 사람의 교감을 바탕으로 하는 휴먼서비스”라는 그는 “어려운 이웃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회복지 종사자들을 존중하는 것은 복지 수혜자들을 존중하는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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