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가락으로 행주산성 알리는 이가수씨

행주산성에 어린 행주대첩의 역사와 권율장군의 활약을 담은 노랫말이 귀에 착착 감기는 트로트 가락에 실려 흘러나온다. ‘행주산성’이라는 제목의 가요를 부른 이는 이가수다. 그 가수가 누구냐고 되묻지 마시길. 가수 이름이 바로 ‘이가수’씨니까.

약속장소인 행주산성 대첩문에 나타난 이가수씨는 검정색 썬글라스를 끼고 기자를 향해 밝은 웃음으로 인사를 건넸다. 썬글라스는 자신만의 콘셉트란다. “고양시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는, 자칭 행주산성 홍보대사 이가수입니다.”

노래 경력 30년차 실력파 가수

비록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 가수는 아니지만, 이가수씨는 어느 새 30년 가까이 활동을 한 실력파 중견가수다. 한때는 ‘뽕짝 미스김’이라는 메들리 테이프를 빅 히트시켜 ‘고속도로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휴게소나 길거리 손수레 등에서 팔린 테이프가 150만장에 이를 정도였다니 비공식 베스트앨범임에 틀림없다. ‘뽕짝 미스김’의 인기 덕분에 ‘파랑새는 있다’,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등의 TV 드라마에 무명 밤무대 가수 역할로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갑작스런 병마가 이가수씨를 주저 앉혔다. 유방암 3기 판정을 받고 수술과 항암 치료를 받아야 했던 것. 모든 활동을 접고 건강을 회복하는데 전념하는데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가장 좋은 치료는 항상 웃으며, 항상 감사하며, 즐겁게 사는 것”이라는 조언을 들었다. 가장 행복한 일이 뭘까?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노래’라는 생각에 노래교실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고양시 곳곳의 구청이나 주민센터의 문화교실을 찾아다니며 주부들과 함께 노래하며 10여 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는 동안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었다.
“저와 함께 노래를 해 준 노래교실 회원들이 저에겐 은인이죠. 노래는 내가 가르쳤지만, 나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준 분들이니까요.”

그렇게 새롭게 용기를 내어 제2의 도전을 시작하며 발표한 노래가 바로 지난 해 선보인 ‘행주산성’이다. CD에는 타이틀곡인 ‘행주산성’에 이어 본래의 주특기를 살려 새로 녹음한 신나는 트로트 메들리곡이 이어진다.

신곡 ‘행주산성’ 알리기 위해 무대 찾아다녀

‘행주산성’을 발표하고 노래를 알리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 고양시의 크고 작은 축제와 행사장은 물론 지방 공연도 마다 않고 찾아다닌다.
“지방에서 공연을 할 때면 행주산성에 어떤 분의 넋이 깃들어있는지 아느냐고 관객들에게 물어봐요. 대개는 잘 모르더라구요. 그러면 권율장군의 자랑스런 역사와 행주치마에 돌을 나른 선조들의 이야기를 꼭 기억해달라는 말을 덧붙인 후에 노래를 시작하지요.”     

이가수씨에게는 전속 백댄서팀도 있다. 노래를 부를 때 무대 뒤에서 머리엔 흰 수건을 감싸고, 썬글라스를 낀 채 행주치마를 두른 아낙네 복장으로 돌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펼치는 이들은 사실 이가수씨의 노래교실 회원들이다. 이가수의 활동을 돕겠다며 자진해서 나섰다.
“제 노래랑 콘셉트가 맞으니까 행사에 동원된 백댄서들보다 훨씬 흥겹지요. 다들 아주 재밌어하시니 저도 더 신납니다.”

지난해 노래를 알리는 일을 비로소 시작했다면, 올 해에는 ‘행주대첩’을 본격적으로 히트시키고 싶은 게 이가수씨의 꿈이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고양시민들이 먼저 이 노래를 꼭 한번 들어보고 사랑해 주었으면 한단다 .
“행주산성‘은 고양시가 가진 자랑스런 역사잖아요. 그걸 알리는 일에 제 노래가 조금이라도 기여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제 이름을 건 노래 한 곡을 당당히 세상에 알리고 싶은 바람도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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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주산성이 국민가요가 되는 그날까지!

'행주산성‘ 작사·작곡한 박찬준씨

‘행주산성’을 부른 이는 이가수씨지만, 노래를 탄생시킨 주인공은 오랫동안 이가수씨의 매니저 겸 작사 작곡가로 활동한 박찬준씨다. (사)한국방송가수협회 경기북부지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찬준씨는 우연히 행주산성에 올랐다가 행주산성의 이야기를 담아 고양을 대표할만한 노래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성인 발라드풍으로 만들어봤는데, 승리를 기념하는 노래가 너무 처지는 느낌이라서 구성진 트로트 멜로디로 다시 만들었더니 이가수씨의 창법에 딱 맞는 노래가 탄생했다.

“크게 알려진 히트곡이 없어서 그렇지 이가수씨가 원래 가창력 하나는 최고거든요.”
그는 ‘행주산성’을 히트시켜 이가수씨를 고양의 홍보대사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 노래가 국민가요가 되어 행주산성에 ‘행주산성 노래 기념물’이 세워졌으면 좋겠다는 꿈도 꾼다.   
“지난번 안동 권씨 종중 어르신들이 찾아와 선조인 권율장군을 기리는 좋은 노래를 불러줘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행주산성’이 ‘안동역에서’처럼 유명한 국민가요가 되기를 기원한다는 말을 해 주시더군요. 용기를 얻어 최선을 다해 뛰어보렵니다.”    

 

행주산성 인근의 한 카페에서 이가수씨와 박찬준 작곡가를 만났다.
"노래 '행주산성'이 널리 히트할 수 있도록 고양시민들께서 힘차게 밀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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