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호인> 누리오카리나

아마추어의 정겨운 어울림에
전문가의 섬세한 지도 접목 

휘리릭 휘리릭 바람 일렁이듯한 큰 휘파람소리가 아람누리마당의 연습실에서 울려퍼진다. 이른 아침, 하얀 입김이 서리는 영하의 추위에도 오카리나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의 갈망을 채워주기 위해 남양주에서 한걸음에 달려오는 남자가 있다. 한국오카리나협회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김욱 지휘자다. 덕분에 동호회 회원들은 최고 수준 전문가의 지도를 받는 영광도 누린다.

“처음 악기를 배울 때는 악보를 분석적으로 익히기보다는 폭넓게 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다양한 악보를 접해 볼 것을 강조하는 말로 오카리나 연습을 마무리한다. 누리오카리나는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에 일산 아람누리에서 열심히 실력을 연마 중이다. 지난해 3월에 시작한 동호회의 회원은 현재 20여명. 30대에서 60대까지 평균 4년 정도 실력을 갖춰 프로에 버금가는 소리를 만들어낸다.

 

 

오카리나(ocarina)는 이탈리아어로 '작은 거위'라는 뜻으로 악기 모양이 새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흙으로 구워 은은한 소리가 나는 관악기로서 크기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크기가 클수록 낮은 음색을 만들어낸다.

누리오카리나의 최수정 회장은 원래 피아노를 전공했는데, 우연히 오카리나의 은은하고 청아한 소리에 반해 연주를 익히기 시작했다. 입문한 지 10년이 지난 현재는 수준급 연주자의 실력을 갖췄다. “오카리나는 편안한 소리가 나는 악기라서 아이들부터 연세가 드신 어르신들까지 누구나 거부감 없이 배울 수 있는 장점을 지닌 악기”라는 게 최 회장의 설명이다. 또한 다양한 음색이 어우러지는 조화로운 합주가 매력적이라는 점도 오카리나의 장점이다.
이원배 단장도 원래는 트럼본을 전공했다. 오카리나 오케스트라를 꿈꾸며 누리오카리나를 창단한 이 단장은 “오카리나는 크기가 작아 언제 어디나 휴대하기 편하고 악기비도 저렴하지만, 무엇보다도 배우기가 쉽다”고 말한다. 

단원들 한 명 한 명이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 꿈에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는 누리오카리나는 지난해 11월 창단공연에 이어 호수마당에서 3번이나 버스킹 앙코르 공연을 펼쳤다. 이경란 회원은 서울 은평구에서 자영업에 종사해 연습시간을 내는 것이 쉽지 않지만, 오카리나의 소리를 통해 일상의 위안을 찾으며 열심히 참여하다보니 어느덧 4년차의 실력자가 되었다.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입문한 이도희 회원은 “처음엔 악보 보기도 쉽지 않아 포기 하고 싶은 순간들이 많았으나, 오늘만 더 해보자며 버텼더니 어느덧 실력이 쌓이더라”면서, 비록 악기가 작지만 복식호흡을 해야 해서 건강에도 유익하다고 덧붙였다.

전문 앙상블들의 초대 지휘나 교습 스케줄이 이어지는 김욱 지휘자도 원래는 플루트를 전공했다. 대부분의 악기전공자들이 음량대를 확대하고 보완하고자 부전공 악기를 다루곤 하는데, 오카리나야말로 부전공 악기로 선택하기에 적합하다면서 “지금은 오히려 부전공인 오카리나로 먹고 살게 되었다”며 환하게 웃는다.

우리나라에서 아마추어로 오카리나를 즐기는 동호인 인구는 20여만 명으로 추산한다. 누리오카리나는 사람냄새가 훈훈하게 풍기는 아마추어 동호회의 장점과, 전문가의 섬세한 지도와 교습으로 다듬어지는 세련된 연주를 함께 아우르며 언젠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멋진 오카리나 전문오케스트라로 거듭나려는 꿈을 꾸고 있다.
누리오카리나 문의 : 031-921-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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