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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함께 나이 먹는 문화 생명체공감공간 18 - 한양문고
  • 유경종 기자
  • 승인 2017.01.13 21:05
  • 호수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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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기 쉬운 세상이다.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읽고 싶은 책을 장바구니에 담고 주문을 하면 다음날이면 책이 안방으로 배달된다. 구매도 쉬워졌고, 출판되는 책의 종류도 엄청 많아졌는데 정작 책 읽는 사람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뭐가 문제일까.

누군가가 책을 찾을 때는 단순히 종이에 인쇄된 글씨 묶음을 사는 게 아니라, 책이 품고 있는 문화의 자장을 함께 구매하는 것이리라. 온라인 구매 시스템에서는 결코 흉내낼 수 없는 가치, 책을 매개로 한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생산하는 일은 변함없이 오프라인 서점의 몫이다. 
  
한양문고 주엽점과 마두점은 고양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지역서점이다. 규모도 인지도도 단연 첫 손가락이었지만, 지난해 기업형 대형 서점이 일산에 문을 열면서 사이즈의 넘버원 자리는 내주었다. 그렇지만 책을 중심으로 한 지역 문화 생산기지로서의 위상과 지지는 여전히 확고부동하다.

한양문고 주엽점의 곳곳에는 넉넉한 독서 코너가 마련돼 있어 책을 고르며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화사하고 쾌적한, 머물고 싶은 공간   

한양문고 주엽점의 공간 구성을 살펴보자.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코너는 당연히 서적 매대다. 문학, 경제, 예술, 종교 등의 카테고리에 맞춰 여러 종류의 책들을 일별하기 쉽게 진열했다. 기술서와 학습서 코너 옆에는 새롭게 아동 코너가 예쁘게 단장을 했다. 중앙통로 건너편에는 문화공간과 문구매장이 자리를 잡고 있다.
공간으로서의 가장 큰 장점은 편안함과 쾌적함이다. 별도의 공간으로 마련된, 테이블과 의자가 준비된 독서코너 외에도 책을 고르다 잠시 걸터앉아 책장을 펼쳐 볼 수 있도록 진열대 하단에 간이 좌석을 배려했다. 지난해 천장의 형광등이 밝고 깔끔한 LED등으로 교체돼 서점 전체가 아주 화사해졌다.

분야별로 잘 정리돼 있는 인문 교양서적 코너.

시대의 고민과 트렌드 짚어내는 안목

한양문고의 인문 교양서 구색의 안목과 정성은 지역의 독서인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가치 있는 책들을 다양하게 구비해놓기 때문이다. 특정한 테마를 잡아 관련 서적을 모아 놓은 특별매대의 문패들을 살펴보자. ‘침몰하는 대한민국 새로 쓰는 대한민국’은 격동의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이들에게 책을 통해 성찰과 지혜를 얻을 것을 권한다. ‘고 신영복 1주기 특별기획’ 코너에선 신영복 전 성공회대교수의 책들과 더불어 새롭게 출간된 기념문집세트를 만날 수 있다. ‘시작하는 페미니스트를 위한 추천도서’는 최근 들어 다시 불붙기 시작한 페미니즘 관련 논의의 최전선을 발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각각의 코너마다 시대의 요구와 함께 호흡하고, 독서 인구의 트렌드를 짚어내는 책들을 요령 있게 모은 점이 인상적이다.

지역 작가를 응원하는 코너도 눈에 띈다. 워낙 많은 작가와 저자가 사는 동네가 고양이지만, 단순히 유명 작가 컬렉션 뿐 아니라 이름은 덜 알려졌지만 의미 있는 책을 펴낸 지역작가의 작품도 알뜰하게 챙겼다. 지역서점만이 가질 수 있는 고마운 시선이 아닐 수 없다.  

특정 테마의 책을 모아놓은 특설 매대. 사진은 신영복 전 성공회대 교수의 1주기를 추모하며 꾸민 코너.

인문 교양서가 서점의 품위를 지켜주는 책이라면, 실용서, 참고서, 학습서는 돈을 벌어주는 책이다. 가격도 묵직하고, 직접 눈으로 내용을 확인하고 구매해야 하는 책들인지라 오프라인 서점의 생존을 좌우하는 마지막 보루이기도 하다. 당연히 한양문고도 학습서, 실용서의 발빠른 구색에 역량을 집중한다. 교양서와 실용서에 쏟는 에너지를 균형 있게 분배하는 노하우가 한양문고의 저력이다.

갤러리·강연장 갖추고 문화행사 진행

갤러리 한은 한양문고 주엽점에서 가장 사랑받는 공간이다. 평소에는 미술작품을 감상하는 갤러리로, 책 한권 펼쳐들고 그윽한 커피향을 음미하는 카페로 이용되지만 작가의 사인회가 열리기도 하고, 작은 음악회장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다재다능한 멀티플레이어라고나 할까. 고양시평생학습카페로도 지정돼 쓰임새가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최근에는 갤러리 한 바로 옆에 ‘한강홀’이라고 이름 붙인 강의실을 새롭게 선보였다. 50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한강홀은 외부와 차단된 쾌적한 독립 공간이라 각종 인문학 강좌와 영화관람 등의 문화 프로그램을 열기에 맞춤이다.

갤러리와 카페와 행사장과 교육 공간으로 두루 쓰이는 갤러리카페 한.

 
새로 단장한 강의공간 한양홀. 인문 강좌, 영화감상등을 진행하기에 안성맞춤이다.

한양문고에서는 정기적인 인문학 강의와 모임이 연중 내내 열리고 있다. 고정적인 수요층을 만들며 자리를 잡은 기존의 인문학강좌 외에도 새해부터는 클래식감상, 조선통사읽기, 고전공부 모임 등을 새롭게 시작할 계획이다.

책을 읽고 생각을 함께 나누는 독서모임은 서점에서 펼치는 문화활동의 든든한 풀뿌리 역할을 한다. 한양문고를 중심으로 꾸려진 독서 모임만도 8개에 이른다. 직접 주관하는 모임도 있지만, 장소를 빌려 자생적으로 모이는 이들도 있다. 관심사를 달리하는 다채로운 독서 모임을 20여 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상업적 목적이나 특정 성향의 모임만 아니면 누구든지 한양문고의 공간과 네트워크의 문을 두드릴 수 있다”는 게 한양문고 문화 프로그램 담당자의 설명이다.

한양문고의 열린 문화공간을 통해 멋진 전시기회를 얻은 원건혜(사진 우측 두번째) 어린이 가족. 지난해 여름 '그림으로 꿈꾸는 아이들의 1년' 전시에 자신의 그림을 전시했다.

지역 서점으로서의 지향점, 사람과 관계

상업공간인 서점에 갤러리를 마련하고 인문 강좌를 여는 이유는 자명하다. 서점을 이웃 사람들의 발길이 항상 북적이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한양문고는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과 차별화되는 지역 서점으로서의 전략적 지향점을 분명히 짚고 있다. 사람, 그리고 관계가 그것이다.
“한양문고는 분명 상업 공간이지만, 동시에 지역과 함께 나이를 먹는 살아있는 문화 생명체입니다. 문화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이웃들과 손잡고 함께 가는 것이지요.”
이의 없이 ‘공감’ 한 표 누른다.   

책을 매개로 한 사람들 사이의 문화적 관계를 생산하는 일은 오프라인 서점만이 감당할 수 있는 소중한 가치다.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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