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호인 '윈드심파시오케스트라'

[고양신문] 초면의 사람들이 만나 낯선 악기를 들고 세월을 입혀 화음을 빚는다. 악기집을 열면 그냥 전원을 켜듯 자연스런 화음으로 한데 어우러진다. 매주 ‘불금(불타는 금요일)'에 활짝 웃으며 들어서는 발걸음들이 음악소리처럼 밝고 경쾌하다.

심퍼시윈드오케스트라는 남녀 30명의 단원이 참여하는 타악기와 관악기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단이다.

올해로 창단 4년차를 맞는 심퍼시윈드오케스트라는 악기전공자들이 아닌 일반인들이 모여 창단한 오케스트라인 까닭에 출발이 그리 수월하지 못했다. 단원 모집이 원활하지 않은데다 악기를 배우려는 희망자 중에는 악보조차 보지 못하는 회원도 있었다. ‘혹여라도 나 때문에 망치는 건 아닐까’란 생각으로 망설이는 회원도 적잖았다.

 


오케스트라를 처음 구상한 초대 단장인 차풍 신부도 실은 창단 당시 자리라도 메워줄 요량으로 유포니엄(테너와 베이스 음역의 금관악기) 연주자로 악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헌데 어렵사리 회원을 꾸려 창단하려던 참에 일이 생겼다. 창단 3일을 앞두고 차풍 신부가 화정성당에서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성당으로 전근 통보를 받은 것. 오케스트라 창단의 핵심역할을 한 차 신부가 빠진다면 모든 일이 수포로 돌아갈 형편이었다. 다행히 김포에서 활동하던 김정현씨가 지휘봉을 잡기로 하면서 지난한 창단작업으로 우여곡절 끝에 시작됐다. 물론 지금은 매주 금요일마다 차 신부는 남양주시 마석에서 오는 길에 3명의 단원을 태우고, 김정현씨는 김포시에서 달려온다.

회원은 20대부터 60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 일주일 내내 각자의 일상을 살다 금요일 밤이면 연습실에 모여 눈과 호흡을 맞춘다. 그렇게 세월이 쌓여 지난해엔 창립 연주회와 정기연주회 무대에도 섰다. “지난 3년간은 아이가 태어나 옹알이를 하면서 말을 배워가는 과정 같았다”는 김정현 지휘자는 “그만큼 보람되고 단원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차풍 신부도 “음악이라는 언어로 대화하고 화합하고 소통하는 공동체를 위한 오케스트라”라며 '음악은 희망이다'라는 슬로건 아래 “악기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에겐 누구에게나 문이 활짝 열려 있다”고 소개했다.

심퍼시윈드오케스트라에는 악기를 다뤄본 경험이 전혀 없어도 참여할 수 있다. 창단 초창기의 어려움을 잘 알기에 새로운 회원을 맞이하는 단원들의 마음도 남다르다. 악기를 다뤄본 경험이 없는 회원에겐 김정현 지휘자가 회원의 성향이나 성격을 고려해 가장 잘 맞는 악기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초보 단원들을 위해 악기별로 지도해주는 전공자 선생님도 두고 있다. 아이가 걸음마를 배우듯 천천히 악기를 익히고 자신의 화음을 자신 있게 얹을 수 있도록 전 단원이 마음과 손길을 쏟는다.

 

영화 ‘미션’을 보고 반해 오보에를 무작정 구입했다는 조병수 단장의 가족은 다섯 명 중 4명이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참여해 활동 중이다.

조병수 단장은 “가족이 한끼 식사를 하는 자리도 갖기 어려웠는데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서 이젠 가정 분위기도 확 바뀌었다"며 "악기는 우리의 삶을 바꾸는 힘이 있다”고 흡족해했다.

따뜻한 사람들이 모인 오케스트라 연습실은 회원들에게 개방이 돼있다. 악기를 매개로 만난 사람들,지역에 연연하지 않고 악기를 배울 의지만 있다면 언제나 환영한다. 악기를 다루고 싶거나 음악으로 소통하고 싶다면 언제든 방문해도 된다.

문의 031-921-2700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