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한수 소설가
탄핵정국이 연일 이어지면서 역사를 바로 알기 위한 움직임이 학생들은 물론이고 직장인이나 주부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한다. 역사가 왜곡될 때 어떤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지 광장에서 몸소 깨우친 이들이 역사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고무적인 일이다.

그런데 역사공부 못지않게 중요한 공부가 또 하나 있다. 바로 먹을거리에 대한 공부이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을 제대로 된 눈으로 들여다보면 쓰레기나 독극물에 가깝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러한 주장을 부정하거나 애써 외면하고 싶어 하지만 우리가 먹는 음식들이 어떻게 만들어져서 어떤 과정을 거쳐 밥상에 오르는지 조금만 들여다보면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GMO(유전자조작식품)이다.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GMO의 천국이다. 우리가 먹는 거의 모든 식품엔 GMO가 첨가되어 있다. 단지 성분표시가 되어있지 않아서 우리가 모르고 있을 뿐이다.

2012년 프랑스 캉대학의 셀라리니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2년의 생쥐 실험을 거쳐서 GMO가 정상세포를 종양덩어리로 바꾸어놓는다는 결과를 발표했고 그 발표는 유럽연합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쥐의 2년은 사람의 20년이다. 그 즉시 유럽연합은 GMO 재배 및 수입을 전면 금지했고, 이탈리아에서는 GMO 재배를 범죄로 간주하고 불법으로 재배를 할 경우 3년형에 처하는 법까지 제정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농촌진흥청은 벼를 비롯해서 감자, 고추, 마늘의 GMO 씨앗개발에 성공했으며 상업적 재배에 들어갈 것이란 계획을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와 재계와 언론은 GMO가 안전하다고 앵무새처럼 떠들어대고 있다.  

달걀 대란을 불러온 조류인플루엔자도 근본 원인은 공장식 사육에 있다. 구제역도 마찬가지이다. 자연생태계에서 닭은 삼십 년을 산다. 그러나 축사에서 닭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그 실체를 알게 된다면 대부분 자본주의 시스템 속에서의 축산업이 왜 반인륜적 범죄인지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평균 15년 내외를 사는 돼지도 축사에서 혹사당하다 6개월 만에 생을 마감하고, 20년을 사는 소는 30개월이 되면 폐기처분 당한다.
정부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농약과 화학비료와 화학첨가물도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농약과 화학비료로 키운 채소를 화학첨가물로 조리해먹는 게 우리의 일상이다. 수입농산물은 더욱 무섭다. 과장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담배보다 수입농산물이 몇 배 더 해로울 수 있다. 수입농산물이 어떤 과정과 경로를 거쳐서 들어오는지 안다면 밥을 먹는 일 자체가 공포가 될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먹을거리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인간광우병 의심환자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해맑은 얼굴로 미국산 소고기전문점에 둘러앉아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고기를 보며 군침을 삼킨다. 작년에만 인간광우병 의심환자가 오십 명 발생했고 정초에만도 3명이 발생했다.

기업들이 먹을 걸 가지고 온갖 장난을 쳐도 무관심으로 일관한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식품원산지를 속여 팔다가 걸려도 벌금 몇 푼 내고 승승장구하고, 년 초에 한국인삼제품협회가 조직적으로 가짜 홍삼농축액을 유통시켜서 전국적으로 판매를 하다가 검거가 되고, 심지어는 공기업까지 연류 되었다는 의혹이 있는데도 큰 관심을 끌지 못한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세계를 읽을 수도 있지만 밥상을 통해서 변혁을 이끌어낼 수도 있다. 그래서 역사공부 못지않게 먹을거리에 대한 공부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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