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출마 ‘깜짝쇼’ 최성 시장을 보며

[고양신문] 1월 5일, 최성 시장이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출마 기자회견 을 가졌다. 아무도 몰랐다.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시청 직원들도 전혀 몰랐다. 어떻게 이런 일이… 당 경선에 출마한다는 분이 지구당위원장은 물론 당원 누구와도 의논하지 않았다. 최성 시장을 믿고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이 가장 황망해 했다. 최성 시장이 대통령감이 되는지, 고양시 행정을 잘 했는지, 모든 평가 이전에 최성 시장이 보여준 매우 독단적인 행태는 납득하기 어렵다.

다른 대통령 후보보다 최성 고양시장이 더 못할 것도 없다. 진심이다. 대통령 개인의 능력으로 국가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기대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 한 가지만큼은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주변의 요구와 조언을 잘 듣고, 대화하고, 협의와 설득을 통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민주적인 소양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약점이 여럿 있겠지만 가장 큰 약점은 바로 민주적인 소양이 전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최성 시장도 다르지 않다. 다 싸잡아 말하고 싶지는 않다. 이번 대통령 출마 선언과 관련한 일만 보면 그렇다. 정치가, 대통령 후보 출마가 쇼나 이벤트가 아니지 않은가.

당장 한 표를 부탁해야 할 ‘당원동지 여러분’과 그토록 애정 어린 표현을 아끼지 않았던 ‘사랑하는 고양시 공직자 여러분’, 단점은 덮어두고 장점을 추키며 ‘그래도 최성 시장만큼 격의 없이, 열심히 일하는 시장이 어디 있겠느냐’고 응원하던 지지자들까지 다 제쳐놓고, 언론플레이에 먼저 매달리는 최성 시장을 보면 너무 슬프다. 언론을 통해 대통령 출마 선언을 듣는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리고 배려했다면 이렇게까지 황망한 일은 벌이지 않았을 것이다.

자치단체장이 경기도지사가 되고, 대통령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기도 하다. 아래로부터 검증된 정치가가 더 큰 일을 해야 하는 것도 맞다. 그러나 아래로부터의 검증은 주관적 검증이 아니라 객관적 검증이어야 한다. 물론 다 검증을 받고 더 높은 자리로 가는 것은 아니다. TV토론이나 청문회 스타로 한번 뜨면 대통령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늘의 한국정치다. 시민에게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언론에 매달린다. 혹자는 그것도 정치력이라고 한다. 최성 시장도 한다고 했지만 ‘부채제로 도시’, ‘통일한국 실리콘밸리’ 등의 상품 정도로는 대통령 후보 반열에 오르긴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출마하고 싶었다면 최소한의 동의와 지지를 위해 공을 들였어야 한다. 고양시민의 가장 큰 주권인 투표를 통해 당선된 고양시장이 대통령에 도전한다면 그랬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이번 대선 경선에 유일한 호남후보로 출마할 수도 있다는 전략을 너무 과대평가했을 수도 있다. 출마선언 직후에도, 갑작스런 출마에 놀란 가까운 사람들을 찾아다니기보다 광주로 먼저 달려갔다. ‘호남정신’을 호소하며 호남표로 어떻게든 유리한 고지를 잡고자하는 것 같다. 그 유리한 고지가 대통령인지, 경기도지사인지, 장관인지, 3선인지, 궁금하지도 않다. 고양보다 먼저 호남의 지지에 공을 들이는 고양시장이라니, 객관적 판단력과 현실감각, 정치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음 한편에는 이왕 출마했으니 후회 없이 맞붙어보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다. 뭐라도 하나 따낼 수 있길 바란다. 다만 최성 시장이 고양시장에 다시 출마하는 일은 달갑지 않다. 최성 시장도 행복하지 않을 것이고, 이번 대권 도전에 황망해하는 적잖은 유권자들도 그럴 것이다.

다음 시장은 고양시장의 자리를 대통령의 자리보다 귀하게 여기고, 고양시장이 마지막 사명이라는 생각으로 전념해주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훌륭한 자치단체장으로 인정받고 고양시민의 응원에 힘입어 더 높은 권력으로 갈 수 있다면 환영할 일이다. 최성 시장은 너무 급하게 권력에 대한 욕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버렸다. 공감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급하게 목표만 향하다보니, 일방적으로 말을 많이 하게 되고, 언론플레이에 매달리게 되고, 성과와 이벤트에 치우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 대통령 출마선언 과정도 그렇다.

헌법에도 보장된 출마의 자유를 제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만약에 떨어진 후 다시 돌아왔을 때, 예전과 같으리라고 기대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최성 시장이 그리도 강조했던 진정성은 이미 허물어졌다. 많은 행동과 많은 정책이 오직 더 큰 권력을 향한 수단이라고 여기게 될 것이다. 고양시장 자리는 그저 발판쯤이겠구나 생각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대화이고 소통이고 공감이다. 듣고 의논하고 설득하고 협상하며 현재의 상황에서 최선을 선택 하는 것, 끝없이 진화하는 것, 구체적인 삶의 태도에서 확인되는 것이다. 대통령이나 시장, 하다못해 마을 반장에게도 가장 필요한 1순위 자질은 민주적 소통의 능력이다.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상대방이, 유권자가 나를 존중하고 배려해주는가, 반문하게 된다면 민주적 소통능력이 부족한 상태인 것이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는 시장이지만, 그만큼 빛이 나지 않는 이유를 이번 대권도전 ‘깜짝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안타깝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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