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함께 뛰는 고양인> 김훈래 신도동 주민자치위원장

주민자치위 평가서 연달아 수상
소식지‧축제 등 이미지통합 구축
“공동체 회복된 사람 사는 마을”

김훈래 신도동 주민자치위원장은 한때 ‘촌장’으로 불렸다. 2008년, 신도동 10통 ‘사랑의 전원마을(구 공무원주택)’ 통장을 맡으면서 그가 주민들에게 ‘통장’ 대신 그렇게 불러달라고 요청해서였다. 수북한 수염에 개량한복 차림을 고집하는 그에게 잘 어울리는 호칭이다. 촌장으로 지내는 4년 동안엔 많은 일을 벌였다. 단독 주택단지인 마을의 소식지를 발행하고, 마을축제를 열고, 새해 아침엔 주민들과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세배를 올리고, 마을에 도시가스를 연결하고…, 괜히 ‘별난 사람’이란 소리를 들은 게 아니었다.
“지금 하는 일이 다 그때 했던 마을 일의 연장선에 있어요. 마을 일도 제대로 하려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해요. 아이디어가 하루아침에 떠오르는 건 아니거든요.”

패배의식 젖은 주민들에게 희소식
그의 스마트폰엔 아이디어 메모가 가득하다. ‘한 벌쯤 갖춰둬야 하지만 늘 필요한 건 아니어서 사기엔 아까운 정장을 나눠 입는, 열린 옷장’, ‘집집마다 쟁여둔 책을 서로 나눠 읽는, 모두의 도서관’, ‘집주인과 마을 작가가 함께 만든 조각품을 담벼락 위에 전시하는, 마을미술 프로젝트’, ‘창릉천 뚝방에서 여름에 펼치는, 뚝방 영화제’ 등 앞서 실행으로 옮긴 아이디어도 있고 더 다듬어야 할 것도 있다. 신도동이 최근 고양시 주민자치위원들 사이에서 ‘뜨는’ 동으로 손꼽히는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신도동은 지난해 ‘제16회 대한민국 지방자치박람회와 주민자치박람회’에서 주민자치 분야 우수상을, 올 초엔 ‘2016년도 고양시 주민자치센터 운영 최종 평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마을에 수상을 자축하는 현수막도 내걸렸다”는 그는 “개발에서 소외돼 패배의식에 젖어있던 지역 주민들에게 자긍심을 주는 계기가 됐다”며 뿌듯해 했다.

개발에 밀려 해체된 공동체
신도동은 삼송‧오금‧지축(일부 지역)의 3개 법정동을 포함하는 행정동이다. 서울에 인접해 있고 교통이 좋아 고양군 시절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번화한 지역이었다. 그러다 1990년대 초 일산신도시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일산으로 도심이 옮겨지고, 1990년대 말 삼송 일대 개발계획에서도 신도동 대부분이 제외되면서 지역민들의 박탈감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삼송택지개발지구 개발계획이 발표되면서 주민 절반이 마을을 떠났어요. 개발 여부를 두고 의견을 달리 하는 주민 간 갈등의 골은 깊어졌고요. 상권은 무너지고 공동체는 해체됐죠.”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2015년 7월, 갑자기 공석이 된 주민자치위원장직을 맡으면서 그는 우선 주민자치위원회 재정비에 나섰다. 주민자치위원 교육과 워크숍을 강화하고 분과별 회의를 활성화하면서 ‘마을 일’의 가치를 공유하는 데 힘을 쏟았다.
마을축제 이름을 숯돌고개축제에서 솔바람(2012년 그가 편집장을 맡으면서 마을 소식지 제호를 ‘솔바람’으로 변경)축제로 바꾸고, 마을의 심벌마크‧ 마스코트‧캐치프레이즈‧엠블럼 등도 만들었다. 마을 CI(이미지 통합)작업의 일환인 셈이다.
“삼송택지개발지구에 아파트 입주민이 들어서면서 신도동은 이제 자연마을, 연립주택, 아파트가 섞인 지역이 됐어요. 마을 주민을 잇고 공동체를 복원하려면 주민자치위원회가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하죠.”
신도동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지만 토착민들에겐 아직도 ‘외지인’이라는 그는 “현 시점에선 저같은 ‘외지인’이 주민자치위원회를 이끄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도 신명나는 우리 마을
‘창릉천 졸졸~ 솔바람 솔솔~ 신명나는 우리 마을’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걸맞게 신도동엔 최근 신명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오랜 숙원사업이던 주민자치센터(옛 읍사무소 건물) 신축계획이 확정됐고, 마을 소식지 예산도 증액됐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창릉천 놀토’, ‘우리 마을 둘레길 걷기’ 등 기존 주민과 새로운 입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다채로운 행사도 올핸 더 풍성하게 진행할 예정이다.
“주민자치위원 자격을 ‘해당 지역에서 1년 이상 주민등록증을 두고 상시 거주한 사람’으로 제한하다보니 새 입주민이 많은 우리 마을은 주민자치위원 정원 28명 중 15명이 공석”이라며 안타까워 한 그는 “오는 6월 말 임기가 끝날 때까지 더 많은 주민들이 주민자치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992년, 신도동에 ‘튼튼한 집’을 지어 이사 왔어요. 여기서 우리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랐으니까 우리 가족에겐 이곳이 고향이죠. 우리 고향이 사람 사는 마을, 공동체가 회복된 마을, 노인이 대접받는 마을이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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