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출마 공식 선언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

사퇴 강요 말고 연합정부 이뤄야 
양극화 문제 해결하기 위해서  
노동문제, 제1 국가의제로 설정 
한국경제 최대 위험 ‘재벌 세습’

심상정(고양갑) 정의당 대표가 지난 19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 18대 대선에 이어 두 번째다.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며 사퇴했던 18대 대선 당시와는 완전히 다른 각오로 이번 대선에 임하고 있다. 진보정치의 일선에 있었지만 고착화된 양당중심의 정치구조에서 선거 때마다 소수정당의 희생을 강요하던 것에 대해 이번에는 강하게 반기를 들고 있다. 지금의 촛불 민심은 정권교체를 넘어선 ‘개혁적인 연립정부’를 바라는 데, 본인이 이 개혁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후보라는 입장이다.
심 대표는 “노동문제를 국가의 제1의제로 삼는 최초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의 정치철학과 공약이 집약된 이 말에 대해 더 자세히 물어보았다. 공식출마 3일 전인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다.

 

▲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선진국 정치지도자들도 저성장이 세계적 조류가 된 이 시점에서 최저 임금 인상 등 노동을 중시하는 정치를 해법으로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 이성오 기자

 

- 대선 출마가 전국 유권자을 향한 것이지만 고양시민들에게 주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그 의미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선 지난 총선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주신 고양시민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지난 총선에서 나의 슬로건이 ‘심상정, 더 크게 써주십시오’였다. 중앙 정치무대에서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이 곧 고양시 발전에도 더 크게 기여한다는 의미에서 이 슬로건을 썼다. 지난 총선에서 내걸었던 슬로건을 실현하는 의미에서 대선에 출마를 하게 됐다.


- 덕양구를 기반으로 지난 5년 가까이 국회의원으로 일하면서 덕양구의 발전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스스로 평가하는가.

덕양구에는 그린벨트와 군부대가 많아 덕양구 주민들에게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점과 서울과 가깝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보면 덕양구가 성장 잠재력을 크다고 본다.
국회의원으로서 덕양구청 앞에 동고양세무서를 신설해 주민들이 일산의 세무서까지 가지 않도록 했다. 또한 12년째 중단된 원당~토당간 국도39번 대체도로 사업의 보상비를 국비로 지원받아 이 도로가 개통하는데 기여했다. 덕양구의 낙후성을 설명하며 정부 여러 부처에 협조를 요청했을 때, ‘언니예산’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많은 예산 협조를 받았다.
덕양구 주민들은 이제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박탈감을 가진 구민을 대변하고 적극적으로 책임지려는 국회의원을 가졌다는 믿음을 가진 것 같다. 이것이 지난 총선에서 나를 수도권 최다 득표자로 만들어준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 대통령이 된다면 고양시의 장기 발전 계획에 대한 어떠한 복안을 가지고 있는가.

고양시는 개발사업을 더 추가하는 것보다 지역이 가진 지리적, 역사적, 생태적 특수성을 잘 살리는 것이 발전을 가능케 한다고 생각한다. 고양시를 ‘역사·생태·교육·문화 도시’로 만들 수 있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고양시는 장항습지를 비롯한 한강하구와 DMZ의 생태까지 아우를 수 있는, 우리나라의 소중한 생태계를 가진 지역이다. 그래서 생태평화공원을 조성해서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본다. 또한 고양시에 있는 많은 역사적 유적지의 의미를 발굴해서 역사관광도시로 발전시켜 볼 수도 있다. 개성, 평양으로 잇는 역사 로드의 한 축을 고양시가 담당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고양시는 불이학교 같은 대안학교나 마을학교 같은 시민자치 교육 등 다양한 실험적인 교육이 진행되고 지역이기도 하다. 고양시는 어울림누리나 아람누리 같은 외적 인프라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인적 인프라도 충분히 갖춘 지역이기도 하다. 미래에 ‘역사·생태·교육·문화 도시’로 잘 가꾸어진다면 대한민국에서 고양시만의 향기를 뿜어내는 도시가 될 것이다. ‘역사·생태·교육·문화 도시’로 잘 가꾸는 것이 지역 경제와도 연결된다.

 

▲ 사진 = 이성오 기자

- 2012년 대선에서도 대선후보로 단독 등록했다가 완주하지 못하고 사퇴했다. 그 때와 지금 대선에 임하는 자세가 다를 것 같은데.

작은 정당의 후보에게 완주할 것이냐를 묻는 정치 행태가 매우 후진적이다.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면 선진국 사례처럼 연합정치를 하면 된다. 사퇴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정당 간에 권력 분점을 통한 선진적인 연합정치를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오랜 양당 체제의 관행 때문에 다원적인 정당 질서 속에서 이뤄지는 연합정치의 전통이 전무하다. 나쁜 권력이 집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작은 정당이 희생되는 것은 민주정치가 아니다.
이번에 촛불을 든 시민들은 정권교체를 원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개혁을 위한 정권 교체를 원한다. 단순히 새누리당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를 넘어선 개혁정부를 구성하라는 시민들의 눈높이에 정치권은 맞춰줘야 한다. 개혁적인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것을 촛불 민심의 뜻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당연히 저희 정의당도 정권교체에 기여하고 보다 개혁적인 연립정부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심상정에게 표를 주면 정권교체가 힘들어진다는 과거의 우려를 부디 떨쳐버리기를 바란다. 오히려 심상정에게 표를 몰아줘서 개혁적인 연립정부를 관철시킬 수도 있다. 심상정의 지지율만큼 다음 정부의 개혁성을 담보할 수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바로 ‘결선투표제’다.

- 노동문제를 국가의 제1의제로 삼는 최초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는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

차기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제1의 과제는 양극화 해소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에서 가장 빈부격차가 심하고, 세계에서 아이를 가장 낳기 어려운 나라이며, 세계에서 가장 고학력인 청년들이 ‘헬조선’을 울부짖는 나라다. 이 모든 것이 기득권을 위한 정치에서 비롯됐다. 우리 정치는 민주화가 진전되기 이전에는 ‘노동’을 완전히 배제했고, 민주화가 진전된 이후에도 빈부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책임 있는 실천을 보이지 못했다. 민주화가 진전된 이후에도 우리 국민들은 ‘노동’을 중심의제로 삼은 정부를 갖지 못한 것이다. 복지라는 2차 분배 이전에 일자리라는 1차 분배에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그래서 양극화 해소의 첫 번째 과제는 일자리 문제, 비정규직 문제, 저임금 문제로 귀결된다. 이 문제가 우선 해결되어야 복지와 결합되어 삶의 질 향상이 이뤄진다. 양극화 해소에 진정성 있는 의지를 갖는 정부라면 노동문제를 제 1의제로 삼지 않을 수 없다. 선진국 정치지도자들도 저성장이 세계적 조류가 된 이 시점에서 최저 임금 인상 등 노동을 중시하는 정치를 해법으로 내놓고 있다.  ‘노동’이라는 단어는 이제 세계 정치 지도자들이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정치 언어가 됐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취임 선서에서 사용된 단어 800개 중에서 노동이라는 단어는 하나도 없다. 우리나라만 오히려 한줌의 부패세력이 재벌과 결탁해서 사익을 추구하면서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 내가 노동문제를 국가의 제1의제로 삼고 고용노동부 장관을 부총리급으로 격상시키겠다는 것은 강력한 양극화 해결 의지를 말씀드리는 것이다.  

 

▲ 사진 = 이성오 기자

 
- 한국경제가 풀어야 할 가장 큰 문제로 ‘재벌의 3대 세습’을 꼽았다. 삼성은 검찰, 정부, 국회, 언론 우리사회의 모든 분야를 포섭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재벌 3대 세습을 막기 위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 수 있나.

재벌의 3대 세습이야말로 한국경제의 최대 위험요소다. 경영능력을 검증받지 않은 재벌 3세가 부의 대물림으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대기업을 경영을 한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매우 위험해진다. 단순히 재벌에 대한 분노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냉정하게 보자. 현재 우리나라 대기업의 제1의 경영목표가 세습을 성사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온갖 불법과 탈법이 생겨나고 이러한 불법과 탈법이 결국 기업의 위험요소로 잠재해 있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투, 일감 몰아주기,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관행 등 시장경제질서를 교란하는 대기업의 행태도 본질적으로 세습경영과 깊은 연관이 있다. 소유권과 경영권을 동시에 갖게 되면 독재 경영을 낳는다. 기업을 가장 위기로 몰아넣는 것이 투자실패인데, 재벌 3세가 투자 실패를 하더라도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3대 세습을 근절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현행법만 잘 지켜도 3대 세습이 이뤄질 수 없다. 재벌 개혁과 관련한 공약이 다 비슷한데 이 공약을 실현하는 것은 국회이지 대통령이 아니다. 다만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약속할 것은 재벌의 뒤를 봐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 사진 = 이성오 기자
- 새 인물을 통해 진보정치 지지층이 확산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제2의 심상정이나 제2의 노회찬 같은 새로운 인물을 진보 진영에서 길러내지 못하는데.

저희 정의당에는 국민을 제대로 대변하고 헌신적으로 실천할 유능한 정치인들이 많이 성장하고 있다. 청춘을 바쳐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진보정치의 밭을 갈고 있는 좋은 정치인들이 많다. 문제는 기회가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한국정치는 오랜 세월 고착화된 양당체제의 거대한 장벽 속에서 신생정당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봉쇄해왔다. 국민의당도, 바른정당도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등장했다면 교섭단체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들 정당은 교섭단체가 되는 요건을 갖춰놓고 기득권을 나눠서 조직된 정당이다. 대한민국 정치구조에서 제3섹터에서 새롭게 출발한 정치세력은 모두 소멸됐고 정의당만 살아남았다.
그러나 이번에 촛불을 든 시민들이 선거법이나 정치관계법 개정의 가능성을 크게 높여줬다. 달라진 선거제도 하에서는 정의당이 주류정당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정의당 입장에서는 선거법이 어떻게 개정돼야 하나.

정의당이 현실정치에서 충분히 준비하지 못하고 미숙했기 때문에 한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러나 지금은 나름대로 대한민국에서 진보정치의 현실적인 노선이 정의당의 노선으로 정착됐다. 그렇다고 해서 정의당이 열심히 한다고만 해서 주류정당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냐고 묻는다면 현재의 선거제도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래서 정의당이 가장 주력하는 것이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다. 선거법 개정이 개헌보다 더 힘들다. 비례대표제, 결선투표제, 18세까지 선거연령 확대는 20년 된 공약이다. 20년 동안 이 바람직한 제도개혁이 안되었다는 것은 그동안 낡은 질서가 유지됐다는 것이다. 지금의 선거법이 기득 정치권의 밥그릇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의당이 내놓는 현실에서 가능한 개정안은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고 지역구는 중대선거구제로 하는 것이다.

- 정의당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개헌의 내용은 무엇이고 개헌의 시기는 언제인가.

개헌은 대한민국 틀을 규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에 걸맞는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가 이뤄져야한다. 촛불 민심이 원하는 것은 박근혜 정권의 퇴진만이 아니라 퇴진 이후 국민들의 삶이 바뀌어야한다는 것이다. 개헌은 국민의 기본권 조항 확대와 경제민주화 반영이 전제되면서 권력구조 문제가 논의되어야 한다. 물론 대선 과정에서 공약을 통해 개헌논의가 시작될 것이지만 대선이 끝난 후 본격적 개헌논의가 이뤄질 것이다. 정치개혁법을 먼저 개정하고 이를 반영한 개헌이 논의되어야 한다. 다음 지방선거 때까지 적극적인 개헌 논의가 이뤄지고,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해서 개헌의 내용이 가닥이 잡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 정의당의 정책만을 놓고 보면 가장 지지해야 할 사람들이 정작 정의당에 투표하지 않는다. 정책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내용을 가지고 유권자들과 ‘소통하는 방식’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통 방법을 과거와는 다르게 바꿔야 한다고 보지 않는가.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자원의 문제다. 시장통에 계시는 분들이 신문을 보는가, 인터넷을 하는가. 이런 분들은 주로 TV를 켜놓고 있는데, 뉴스에 정의당이 나오지 않으면 정의당에 대해 아예 모른다. 일반 국민들이 정의당을 접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국민들에게 정의당이 폭넓게 알려지지 못하는 이유로 거대 정당 중심의 독점적인 권력행사와 이에 따른 언론보도의 편중성 때문이다. 물론 그 전에 우리당의 당세가 약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정의당도 언론에 많이 노출되면 많은 지지를 할 것이다. 그래도 권력이 국회에서 광장으로 넘어갔던 촛불 정국에서 민심을 정확하게 대변하는 정의당이 주목을 많이 받고 있다.
대선에서 정의당이 6석으로 집권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정의당이 단독으로는 집권이 어렵지만 연립정부가 구성됐을 때 이 연립정부의 개혁성을 담보하는데는 정의당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대다수의 국민들이 인정한다고 생각한다. 거대 정당들이 승자독식의 권력행사에 집착해서 시민들의 뜻을 읽지 못한다면 매우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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