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공간 19 - 한국항공우주박물관

 

덕양구 화전동 항공대학교 캠퍼스에 자리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박물관 외부 전경.

[고양신문] 한국 애니메이션 작품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마당을 나온 암탉'의 제작진이 가장 많은 공을 들인 장면은 주인공인 청둥오리 초록이의 비행 장면이었다. 습지의 아름다운 배경에서 펼쳐지는 박진감 넘치는 비행 장면은 관객들에게 시각적 쾌감을 선사하는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살아있는 신화인 미야자키 하야오 역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비행 장면 연출의 명인으로 손꼽힌다.

인간의 꿈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장르인 애니메이션에서 비행 장면에 승부를 거는 까닭은 무엇일까? ‘하늘을 난다’는 것이야말로 두 발을 땅에 딛고 살아가야 하는 운명을 안고 태어난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동경이기 때문이리라.

간절한 꿈은 비로소 현실에서 구현됐다. 1903년 라이트 형제가 최초로 동력 비행에 성공한 이후 인간은 비약적인 기술력을 발전시키며 더 높고 더 빠른 비행을 실현시켰다.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꿈과 도전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멋진 장소가 고양에 있다. 덕양구 화전동 한국항공대학교 교정에 자리한 항공우주박물관이다.

 

 

다양한 실물 비행기 놓인 옥외전시장

경기도 1종 전문박물관으로 등록된 항공우주박물관을 찾아가기 위해 화전 사거리 인근에서 지하차도를 통해 경의선 기찻길을 건너면 정문으로 향하는 길 왼쪽으로 군부대 활주로가 이어진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항공대 항공운항과 학생들이 파일럿의 꿈을 키우며 훈련했던 장소인데, 지금은 제주로 훈련지를 옮겨 경비행기가 수시로 뜨고 내리는 모습은 볼 수 없게 됐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박물관으로 향하다 보면 자연스레 발길을 멈추게 된다. 넓은 옥외 전시장에 다양한 기종의 실물 비행기가 방문객을 맞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항공기인 L-16를 비롯해 T-37제트기, 벨로시티 173 등 전설적인 비행기들과 항공대 학생들이 직접 설계한 고유모델 비행기를 만날 수 있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보자. 가장 먼저 만나는 항공우주 역사존에선 인간이 하늘을 날기 시작한 이래 우주공간으로 이동의 영역을 넓혀 간 장엄한 도전의 역사를 한눈에 일별할 수 있도록 멋진 그래픽 패널이 펼쳐진다. 박물관을 본격 관람하기 위한 워밍업인 셈이다.

 

흥미로운 전시와 실감나는 체험 이어져

공간은 흥미로운 전시와 실감나는 체험 시설이 골고루 섞여 있다. 벽면을 따라 비행의 원리를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패널이 이어지고, 다양한 종류의 항공엔진과 프로펠러를 비교해서 살필 수 있는 전시공간도 만날 수 있다. 한국전쟁에서 명성을 날렸던 세이버 , 전설의 전투기인 머스탱 등의 엔진이 웅장하면서도 정교한 공학적 조형미를 뽐내고 있다. 유리 전시벽 안에는 방향지시계, 선회경사계, 자세계, 자이로스코프, 고도계, 속도계, 승강계 등 비행기의 주요 계기들이 작동원리와 구조를 설명한 안내문과 함께 진열돼 있다.

 



모양과 크기가 제각각인 항공기 모형을 모아 놓은 항공기 모형 전시공간은 모든 연령대의 방문객들에게 인기다. 항공기 실물의 모습을 세밀하게 반영한 정교한 플라스틱 모델 80여 점이 상세한 제원과 특징을 담은 설명과 함께 관람객을 만난다. 최초의 동력 비행기인 라이트형제의 플라이어부터 대형 민간여객기인 보잉 777, 에어버스 A-300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를 대표하는 기종들을 아우른다. 변신 장난감과 피규어에 익숙한 어린이들은 물론, 어릴 적 비행기 프라모델을 조립했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중년들도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첨단 기술을 응용한 다채로운 체험 시설도 흥미롭다. 각종 멀티미디어와 모션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해 비행의 원리를 익히고 하늘을 나는 듯한 짜릿한 가상 체험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비행 시뮬레이터에 앉아 모니터 화면을 바라보며 마우스와 조정 스틱을 능숙하게 조작하고 있던 꼬마 방문객은 “전에 엄마랑 왔었는데 비행 체험이 너무 재밌어서 이번에는 아빠랑 또 놀러 왔다”고 말한다.

 

 

 

항공우주산업의 변화와 발전사 집약         
       
국내·외 항공우주산업의 역사와 현주소를 살필 수 있는 구역도 있다. 우리나라 항공 산업의 선구자들을 기리는 전시물과 함께  세계의 항공기 제작 역사, 국산 항공기 제작을 향한 열정적인 도전사가 시각 자료와 함께 정리돼 있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우주를 향한 도전과 과학기술을 주제로 꾸민 미래우주존을 만난다. 우주비행의 기초가 되는 로켓 기술의 발달사가 사진과 모형을 통해 집약돼 있고, 최근 우주개발 경쟁에 야심차게 도전장을 내민 중국 우주과학의 현주소를 살필 수 있는 전시물도 흥미롭다. 중앙 공간에는 우주인들의 생활을 상상할 수 있는 우주식량, 우주복, 우주선 생활용품들이 진열돼 있고, 각종 우주선의 발사를 기념하는 패치도 한자리에 모아놓았다.

특히 우주로켓, 인공위성, 우주인의 탐사모습, 우주왕복선과 국제우주정거장 등을 상세한 설명과 함께 작은 모형으로 재현해 놓은 코너는 박물관 2층 관람을 마무리하는 관람객들의 눈길을 오래도록 붙든다.

 

 

 

 

영원히 반복되는 이카루스의 꿈

관람을 마치고 출구를 나서자니 입장할 때 마주쳤던 ‘하늘을 나는 꿈’이라는 스토리월이 다시금 눈에 들어온다.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태양을 향해 올라갔던 다이달로스와 이카루스의 신화, 날개 달린 신발을 신고 하늘을 날았던 페르세우스의 이야기를 세대에서 세대로 전하며 인류가 전승해 온 로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한다. 중력의 영향력을 벗어나 대기 속을 유영하고 싶다는 원초적인 열망을 현실 속에서 한 발자국씩 구현해 낸  상상력이야말로 인간의 몸에 돋은 진짜 날개가 아닐까.

한국항공우주박물관

개관 화~일요일 오전 10시~오후 5시
주소 고양시 덕양구 항공대학로 76
문의 02-300-0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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