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광석 대명한의원 원장.
[고양신문] 사람이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은 누구에게나 피하고 싶은 두려운 일이다. 그러나 한참 젊은이들을 볼 때는 그들에겐 영원히 밝은 미래만 있으면 좋겠다는 헛된 바람을 가진다. 어릴 적부터 나와 인연이 있던 아이들의 성장과정을 보면 참으로 놀랍다. 늘 지켜보는 게 아니라 그런지 마치 어느 날 불쑥 자란 것 같은 느낌이다. 어려서 골골하던 아이들도 학교에 가면 나를 찾는 횟수가 차츰 줄어든다. 그러다 중고생이 되어 모진 입시를 치를 때면 또 가끔 나를 찾아온다. 대학생이 되고나면 만날 기회는 거의 없다.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것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그러다 또 만날 일이 생기는데 그때는  취업 준비를 하거나 그 후의 일이다. 그때 만나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감탄하게 된다. 어쩜 그리도 훌륭하게 다들 잘 자랐는지 뿌듯하다.

간혹 서양 사람들만큼 체격이 커진 아이들을 보면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잘 먹고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나를 돌아보면 정말 볼품없이 작고 초라했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다들 당당한 체격을 지니고 있어 안도하게 된다. 물론 취업, 연애, 결혼 등 많은 문제들을 가지고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미래가 지금보다 더 나아지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품어보게 된다. 참으로 엄중한 시국에 아이들의 외모를 논하자는 게 아니다. 사람은 다 늙고 병들어 죽는다. 누구 하나 피해 갈 수 없이 죽음은 우리를 찾아온다. 죽음의 그림자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아이들, 젊은이들도 결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늙지 않으려고, 늙은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늘어가더니 이젠 시술과 주사가 일상적인 얘기가 되어버렸다. 고래로 인간이 불로장생하고자 했던 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이들 중 아름답고 훌륭한 마무리를 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욕망을 절제하지 못한 늙은이의 추한 결만만을 남겼을 뿐이다.

흔히들 정상적인 방법으로 자격증을 받지 못한 의사나 기술자에게 시술을 받는 것을 ‘야매’라고 한다. 이 야매가 오늘 대한민국을 정의하는 키워드가 되었다. 참으로 남부끄러운 일이다. 자신의 아름다움이나 노화방지를 위해 시술 할 수도 있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동네 아줌마들도 잘 하지 않는 야매 시술로 논란거리를 만드는 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얼마든지 대한민국 최고 의료진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 비밀스럽게 야매진료를 받음으로써 의료인들을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 정말 자괴감이 들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 사회는 고난과 역경을 겪으면서도 한 걸음씩 발전해 왔다. 그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금 앞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이 암울한 현실도 잘 극복해 나갈 것이라 믿는다. 우리 국민들은 현명하기 때문이다. 모르는 새에 부쩍 자라 나를 놀라게 하는 아이들처럼 우리 사회도 그렇게 불쑥 성장하리라 믿는다. 아름다운 삶은 남에게 손가락질 당하지 않을 정도로 괜찮은 마무리를 하는 것이다. 아무리 시술하고 불로장생의 약을 먹는다고 해도 늙고 병들어 가는 것은 막을 수 없다. 담담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그나마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는 길이다. 나이 들수록 젊은이들 말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세상에 자기만한 현자가 없는 양 가르치려 들고 본인이 나서야 한다는 사람이 되지 말고 한 발 뒤로 물러 설 수 있는 여유 있는 노년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노인을 보살피는 일이 자신의 노후를 미리 볼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일’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요즘 들어 그 말이 부쩍 마음에 와 닿는다. 내가 늙은 탓이기도 하고 언론에 비치는 노인들을 많이 보는 탓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와 당신들의 세대는 다음 세대를 위해 적당히 물러서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우리보다 몇 배는 더 잘나고 든든한 아이들이 두려움 없이 당당하게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멈출 줄 아는 것,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에 필요한 덕목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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