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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tory 아닌 She Story공감공간 12 - 국립여성사전시관
  • 유경종 기자
  • 승인 2017.02.13 12:01
  • 호수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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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살피다

근대적인 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개화기 여학생들의 모습을 재현한 디오라마.

문제 하나.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의 역사를 정리해놓은 전시공간이 우리나라에 있을까? 정답은 Yes다. 2002년에 개관한 국립여성사전시관이 그곳이다. 두 번째 문제. 그럼 그 전시관이 있는 도시는? 정답은 고양시다. 전시관은 2014년에 고양으로 이사를 왔다. 아마도 많은 독자들이 금시초문이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릴지도 모르겠다. 기자도 마찬가지였으니까. 가까운 곳에 작지만 의미 있는 전시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기자의 무지를 반성하며 덕양구 화정동 정부고양지방합동청사 건물에 자리하고 있는 국립여성사전시관을 찾아갔다.

전시관은 화정역 4번 출구에서 가까운, 덕양구청 근거리에 자리하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건물 외부에는 전시관을 알리는 안내간판이 눈에 띄지 않았다. 1층으로 들어서자 ‘가족과 함께 한 출산과 양육의 역사’라는 타이틀의 특별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인간의 가장 본능적이면서도 고귀한 행위인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어떤 문화 속에서 치러졌는지를 살필 수 있도록 꾸민 전시다.

출산과 양육의 역사 한 자리에

친절하고 전문적인 전시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을 시작한다. 상전시를 여는 하나의 단어는 ‘품’이다. 남자와 여자의 품이 만나 사랑을 하고, 선물과도 같이 아기가 세상을 찾아온다. 그리고 엄마와 아빠의 품 안에서, 나아가 모든 가족과 이웃, 사회의 품 속으로 존재의 영역을 넓혀간다는 것이다. 초입에서는 출산과 다산을 묘사한 작은 토기 인형들이 방문객들에게 첫인사를 건넨다. 동양과 서양의 문화권을 막론하고 여성의 출산을 소중하게 여겼던 고대인들의 심성을 엿볼 수 있다.

국립여성사전시관 1층에서는 출산과 육아를 테마로 한 기획전시가 열리고 있다.

걸음을 옮기면, 아이를 갖기 위한 치성의 신앙, 태몽을 소중히 여겼던 풍습, 그리고 선조들의 다양한 태교 사상에 대해 살필 수 있다. ‘백동자도’라는 병풍은 아름다운 그림체로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젊은 부녀자의 방에 놓여 다산과 행복한 양육을 상기시키는 일종의 태교화라 할 수 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각각의 화폭 속에서 귀여운 꼬마아이들이 닭싸움, 목마타기 등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며 천진난만하게 뛰놀고 있다. 『태교신기』는  18세기 중엽 네 아이의 어머니였던 사주당 이씨라는 부인이 쓴 태교 지침서다. 현대의 태교이론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는, 세계 최초의 태교 관련 단행본이다.

‘순조태봉도’는 왕가에서 태어난 아기의 태를 얼마나 신성하게 모셨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문화는 오늘날 탯줄 도장, 탯줄 보관함 등의 문화로 변모했다. 또한 아기가 태어나면 대문에 금줄을 걸어 온 마을에 새 생명의 탄생을 알리면서, 동시에 신생아의 건강을 보호하려 했던 선조들의 지혜도 만난다.

나이가 든 이들이라면 오래 전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전시물들도 다양하다. 60년대에 사용했던 산부인과 진료 도구들도 전시돼 있고, 산업화 이후 인구를 억제하기 위해 펼쳤던 국가 주도의 가족계획 캠페인의 유물들도 만날 수 있다. 포스터, 극장 광고, 각종 홍보물을 통해 아이 적게 낳기를 호소했던 흔적들은 저출산 기조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오늘날의 시각에서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돌잡이상의 변화를 보여주는 전시도 있다. 조상들의 돌상에는 장수를 기원하는 실, 문과 무를 상징하는 책과 붓, 장난감 활 등이 돌잡이로 올라왔는데 오늘날의 돌잡이상에는 컴퓨터 마우스, 마이크, 청진기, 골프공 등이 올라와 아이의 미래에 대한 부모의 바람이 다양하게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댈별 태교 관련 자료들을 모아 놓은 전시공간.

한 어머니가 남긴 아름다운 육아일기

기획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박정희라는 할머니가 남긴 육아일기다. 1945년부터 15년간 5명의 자녀를 기른 박정희 할머니는 각각의 자녀마다 하루도 빠짐없이 정성스런 육아 일기를 남겼다. 정성스레 일지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아이가 남긴 다양한 흔적들을 꼼꼼하게 모은 박정희 할머니의 육아일기는 보는 이에게 진한 감동을 전한다.

특별전의 마무리는 임신과 출산, 그리고 양육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제시하는 내용으로 꾸며졌다. 핵심은 아무래도 평등육아다. 전시장 한쪽에는 평등육아엽서를 보내는 체험코너도 있다. 잠시 펜을 들고 바쁜 일상 속에서도 육아의 책임을 엄마 아빠가 함께 기쁜 마음으로 나눌 것을 다짐해보면 좋을 듯 하다.

시대별로 의미를 달리 하는 여성의 역사

2층 상설전시관으로 올라가보자. 상설전시관의 테마는 ‘과거를 담아 미래를 열다’이다. 1층이 전시물 중심의 공간이라면, 2층은 다양한 장비를 활용해 테마를 전개하는 스토리 공간이다.  고대의 전설 속 여성에서부터 근대의 신여성에 이르기까지, 역사에 흔적을 남긴 상징적인 여성 인물들의 흔적을 스크린을 터치하며 살필 수 있다. 중앙에는 여성의 역사를 테마로 만든 이이남 영상작가의 ‘위대한 유산’이라는 미디어아트 작품이 상영된다.

정면에 보이는 모니터에서 이이남 작가의 미디어아트 '위대한 유산'이 상영되고 있다.

시대별로 여성사의 변천을 살필 수 있도록 꾸며진 상설전시공간에선 남성 중심의 사회 안에서도 자신을 표현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던 선조들의 이야기에 이어, 세상을 바꾸기 위해 과감한 도전을 했던 근대의 여성들, 마을을 지킨 해방 이후의 엄마들을 차례로 만난다. 이어서 산업화 시대를 맞아 도시로 진출한 여성들, 그리고 여권의 신장과 평등한 사회 참여를 얻어내고, 나아가 여성이 주도하는 평화 운동의 주체로 선 현대의 여성들의 모습이 각각의 시대를 상징하는 전시물과 함께 그려진다.

작품으로 만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

상설전시관의 마지막 코스는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의 비극적 역사를 위무하는 작품들이 놓여있다. 전소라 작가의 조형작품 ‘나를 잊지 말아요’는 석고로 만든 작은 소녀상을 생존 할머니들의 숫자만큼 세워놓은 작품이다. 역사의 증인들이 한 분씩 세상을 떠나실 때마다 석고 인형도 하나씩 줄어들도록 했다. 위안부 소녀상을 만든 김서정 작가의 작품 ‘나는 위안부 할머니였다’는 최초의 위안부 피해 증언자인 김학순 할머니를 모델로 만든 작품이다.

전소라 작가의 조형작품 '나를 잊지 말아요'. 생존중인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숫자만큼 인형이 서 있다.

전시관에서는 이런 저런 연계 프로그램도 열린다. 다양한 체험을 겸한 전시연계교육을 진행하기도 하고, 인문학 콘서트와 찾아가는 박물관 프로그램도 연다. 전시장을 찾으면 전시해설사'가 친절하게 전시물을 소개해준다. 사전에 미리 인원과 방문 시간을 알리고 찾아가면 좋을 듯.  가까운 곳에 있는 국립여성사전시관에 들러 History가 아닌 She Story에 귀 기울여보자.  

국립여성사전시관
주소 : 덕양구 화중로 104번길 50
       정부고양지방합동청사 1, 2층
관람시간 : 오전 9시 ~ 오후 6시
          (매주 일요일 휴무)
문의 :031-819-2288

관람객의 손동작을 인식하는 복식 가상 체험 시설.


산업화 시기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상징하는 모 화장품 회사 방판원의 가방.

김서정 작가의 작품 '나는 위안부 할머니였다'는 최초의 위안부 증언자인 김학순 할머니의 실물을 모델로 제작됐다.

전시관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친절한 해설을 하고 있는 송미란 전시해설사.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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