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일 동화작가·소설가
매서운 바람이 불어와도 봄은 우리 가까이에 다가왔다. 입춘이 지나고 정월 대보름이 지났으니 봄은 어느새 다가온 것이다. 정월 대보름은 일 년 중 가장 큰 보름달이 뜨는 날이다.

 예로부터 정월은 아주 중요한 뜻을 가지고 있었다. 한 해를 처음 시작하는 달로서 복을 불러들이고 그 해 전체의 안녕을 기원하는 달이기도 하다. 게다가 정월 대보름은 정월 중에서 가장 큰 보름달이 뜨는 날이라 신성하게 여기기도 했다. 옛날부터 대대로 농사를 짓고 살아온 우리 조상들은 달의 변화를 아주 민감하게 살폈다. 달의 크기가 작아지고 커지는 것을 보고 시간을 예측했기 때문이다. 농사를 지을 때 제 때 씨앗을 뿌리고 가꿔서 거둬들이는 것이 중요한데, 씨앗을 뿌리고 거둬들이는 일을 하기 위해 달을 보며 적당한 시간을 맞추었다.

 또한 보름달은 달이 가장 크고 밝을 때라 먹을 것이 주렁주렁 열리는 풍요로움을 상징하기도 했다. 그래서 정월 대보름에 한 해 농사가 잘 되게 해달라는 소원을 보름달에 빌기도 했다. 전해 내려오는 풍속도 아주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부럼 깨물기, 귀밝이술 마시기, 보름나물과 오곡밥 먹기 등 음식과 관련된 풍속이 있다. 민속놀이로는 지방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마는 줄다리기, 다리밟기, 연날리기, 고싸움, 쥐불놀이 등이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정월 대보름을 맞이해 달에게 빌고 싶은 것이 있다. 그건 다름이 아니라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를 하루속히 마무리 해달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갈등과 분열을 보이는 국민들이 화해와 상생으로 서로 화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이번 사건은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의한 범죄행위가 촉발의 원인이다. 때문에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의 주최자들은 이번 사태를 이념 논쟁으로 몰아가서는 안 된다. 분명 최순실이란 자가 대통령의 권력의 힘을 믿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국정을 농단하고 사익을 취한 범죄 행위를 저지른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권력을 이용하여 전횡을 일삼고 사리사욕을 취한 예는 많이 있었다. 왕의 외척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조선 중기 때의 윤원형, 윤임 일파를 비롯하여 조선말의 안동 김씨 일파의 세도정치와 권력집중, 매관매직, 탐관오리의 수탈 등은 나라를 위기로 빠뜨렸고 이로 인해 백성들은 고혈을 짜는 고통을 느끼며 힘겹게 살아야 했다. 결국 이런 일련의 사태들이 나라를 도탄에 빠뜨렸다. 참다못한 백성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 바로 동학혁명인 것이다. 동학혁명은 미완의 혁명으로 관군과 일본군의 힘에 의하여 제압당하였다. 순수하게 백성의 힘으로 탐관오리의 적폐를 바로 잡고 일본의 침략 의도를 저지하려는 이 사건은 수많은 백성들의 희생으로 끝이 났다. 결국 이 사건을 빌미로 청나라와 일본은 조선을 침략했고 결국 나라의 국권을 일본에게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 역시 위의 예와 무관하지 않다. 대통령의 측근으로 오랫동안 대통령을 알고 지내는 사람으로서 대통령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처신을 잘 했더라면 오늘날 이런 비극적이고 참담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 역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사심 없이 국정을 봤더라면 오늘날 탄핵을 받고 헌재의 심판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결국 이런 일련의 사태로 말미암아 손해를 보는 것은 일반 국민들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사정에 살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서민들 입장에서 보면 대통령의 ‘빽’으로 수백억 씩 대기업에서 후원을 받고 말 한 마리 가격이 10억이나 되는 말을 타고 다니는 최순실의 딸을 볼 때 느껴지는 상대적 박탈감과 배신감과 허탈감은 말해 무엇 하겠는가.

 이제 이런 일련의 국정농단에 대하여 우리 국민들은 차분하게 헌재의 심판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이제는 촛불과 태극기를 들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하나 되어 죽어가는 나라 경제를 살려야 한다.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글로벌 시대에 국론이 분열되어 갈등과 반목으로 치달으면 좋아할 나라는 북한과 일본밖에 없다. 이런 냉혹한 현실을 이해하고 갈등과 분열, 반목을 넘어 화합과 상생으로 가야한다. 이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