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호인 ‘낮은음자리봉사회’

[고양신문] 세상이 각박하다지만 여전히 드러내지 않고 이웃을 위해 봉사의 손길을 펼치는 이들이 있어서 우리가 사는 사회가 아직은 살만한 게 아닐까. ‘낮은음자리가족봉사회’는 우리 사회의 낮은 곳에 나눔과 봉사의 손길이 필요하고, 그곳에서 가족과 같은 행복이 주어진다는 의미에서 지은 이름이다.
낮은음자리가족봉사회는 1997년에 첫모임을 시작한 이래 21년째 자원봉사 활동을 펴고 있는 가족들의 모임이다.
회원들은 20여 명으로, 가족봉사회인만큼 아이들에서 70대의 어르신들까지 모든 연령대의 회원 가족들이 봉사에 참여한다. 아이들은 반드시 가족과 동행하도록 해서 부모들의 활동을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봉사가 몸에 배도록 이끌고 있다. 가족과 함께 봉사를 배우면 학교나사회에서도 약자들이나 남을 배려하는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배어나오기 때문에 자녀들과의 동행을 장려하고 있다.

 

 

매월 파주의 정원요양원을 찾아 정기적으로 펼치는 미용봉사는 20년째 한 번도 쉼없이 이어지고 있다. 회원들의 잰 손길을 거쳐 미용봉사를 받는 이들이 하루 100여 명을 가뿐히 넘기도 한다. 봉사가 끝나는 시간에는 다들 녹초가 된다.

자신들의 몸을 가누기도 어려운 이들을 대상으로 가위질을 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머리를 매만진 어르신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봉사의보람과 의미는 커진다.
미용봉사 외에도 목욕봉사 등 몸이 불편한 이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활동을 다양하게 펼친다. 요양원 직원들과 손발이 척척 맞는 것은 물론, 180여 명의 중풍, 치매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와 취향까지 파악하고 있다. 어느덧 어르신들은 이들이 방문하는 날을 마치 가족을 기다리듯 기다린다.

 익숙한 봉사자들의 얼굴을 보면 손을 꼭 잡고 좋아한다. 그러다보니 낮은음자리회원들이 정원요양원 종사자들로부터 가장 환영받는 봉사단체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러한 수고를 기려 사회복지법인 정원으로부터 ‘정원봉사20년탑’을 받기도 했다.
봉사에 동행하는 아이들도 의젓하게 제몫을 다한다. 어른들이 머리를 자르면 바닥을 빗자루로 쓸기도 하고, 어르신들의 휠체어를 밀며 이동을 돕기도 한다.
회원들은 정기봉사 외에도 회원들이 살고 있는 마을의 경로당이나 복지관 등에서 개인적인 봉사들도 하고있다.

 


봉사단의 창단멤버인 최문숙(대장동)회원은 결혼 전 우연히 아는 언니를 따라갔다가 가장 오래되고 열심히 활동중인 봉사단 멤버중에 한명이 되었다. 지금의 남편과 데이트를 할 때도 시간을 쪼개 함께 봉사를 펼치기도 했고, 결혼 후에는 온 가족이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과 4학년이 되는 남매는 자연스럽게 ‘어린이 봉사인’으로 성장하고 있다.
큰아이가 어렸을 때 “엄마,냄새가 나서 여기 오기 싫어요” 라고 불평했을 때 최문숙 회원은 “엄마 아빠도나중에 나이가 들면 여기 어르신들처럼 냄새가 날 거란다”고 말해줬다. 그 후로는 봉사를 자신의 일로 알고 열심히 함께는 큰아들이 대견하다.
낮은음자리가족봉사회의 흐뭇한 이야기는 지난해 한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에소개됐다.
그동안 언론이나,방송 섭외를 거절했지만, 커가는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의미를 더하기 위해 처음으로 촬영을 허락했다.
최문숙, 이영강 부부는 장래에 아이들을 모두 성장시킨 후, 차를 미용시설 차량으로 개조해 전국으로 순회 미용봉사를 다니며 노후를 보낼 계획이다. 물질을 내 것으로 쌓아놓기보다는 ‘내게 하나가 얻어지면, 다른 하나를 이웃에게 돌린다’는 좌우명으로 건강이 허락되는 한 미용봉사의 길을 계속 걸어 갈것이라고 말한다.

봉사회의 초대회장인 김병록 회장(행신동)은 회원 모두에게 존경을 받고 있다. “따뜻한 마음이 결여된, 기술로만 하는 봉사는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 그는‘따뜻한 마음’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봉사활동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시작한 봉사활동이 후배들과 자손들에 의해 끊임없이 이어지길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봉사단은 현재 잠깐 쉬고 있는 ‘중증장애인 나들이 봉사’도 다시 재개할 계획이다.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중증장애인들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 바깥으로 나오기란 쉽지가 않다. 1년에 한두 번이라도 중증장애인들에게 바깥 나들이의 기회를 드리고 싶다”는 게 회장의 바람이다. 바깥공기를 쏘이며 좋아하는 모습이 어른거려 빨리 재개할 또 하나의 계획이다.
이들의 겸손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의 이웃으로 살아가는 소박한 천사들의 모습이 연상된다.  그들이 있어 세상이 한뼘씩 더 행복해진다.
문의 : 네이버밴드 ‘낮은음자리봉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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