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촌7종합사회복지관 20여 년의 ‘산역사’
주민들 각자 할 수 있는 자원봉사 제안
“더불어 사는 건강한 마을 만드는 게 복지”


지난밤에 눈이 소오복히 왔네 / 지붕이랑 길이랑 밭이랑 / 추워한다고 / 덮어주는 이불인가봐 /
그러기에 추운 겨울에만 내리지
                                                                                                <윤동주의 ‘눈’>

“복지는 누구나 함께하고 누구나 누리는, 삶속에 녹아나는 것이어야지요. 그런 점에서 보편적인 복지가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선에서 누락된 복지는 복지관이 보충하구요.”
막바지 겨울의 선물같은 함박눈이 내리는 창밖을 등지고 앉은 윤영 문촌7종합사회복지관장이 복지에 대한 소신을 조곤조곤 들려줬다. 그의 ‘복지’론이 추위에 떠는 세상에 내려앉는 ‘이불’이란 시구와 살포시 겹쳐졌다.

주민 누구나 함께하고 누리는 복지
문촌7종합사회복지관은 흰돌종합사회복지관, 문촌9종합사회복지관과 함께 1995년 고양시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연 종합사회복지관이다. 개관 초 사회복지사로 인연을 맺은 윤 관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8년째 관장을 맡고 있다. 그 자신이 문촌7종합사회복지관의 산역사인 셈이다.

“문촌7단지는 총 645세대 중 80%가량이 기초생활수급세대예요. 차상위나 저소득세대도 많고요. 주민들의 ‘낙인감(부정적 인식)’을 없애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늘 고민이죠.”
윤 관장은 그 방안 중 하나가 “주민들이 수혜자로 머물지 않고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에게 도시락을 배달하거나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급식소에서 조리나 배식에 주민들의 손을 보태는 식이다. 청소년들은 어르신들에게 휴대전화 사용법을 가르쳐주는 자원봉사자로 나설 수 있다.
“처음엔 ‘봉사를 받아야 할 내가 왜 해야 하냐’고 반문하는 주민들이 많아요. 하지만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조금씩 변화를 보이지요. ‘나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란 자긍심과 자존감이 생기는 거예요.”
문촌7종합사회복지관이 ‘당신이 할 수 있는 복지를 제안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주민들이 각자 잘 할 수 있는 복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독려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남성어르신 자립지원프로그램인 ‘청춘밥상’ 수강생 한 분이 수업시간에 만든 반찬을 이웃 노부부와 나눠 드셨다며 뿌듯해 하시더라구요. 복지관의 프로그램은 이웃과의 나눔으로 확장될 때 의미가 있어요. 더불어 사는 건강한 마을을 만드는 것이 복지지요. 복지관은 주민 스스로 그런 복지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구요.”

세분화된 복지, 복지관 역할 변해야
문촌7종합사회복지관은 공동체 회복을 위한 마을가꾸기 브랜드사업을 2008년부터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지역사회 안전망 확보에 중점을 둔 ‘안심할 수 있는 마을’, 주민들 간의 관계망을 넓히는 ‘함께 살맛나는 마을’에 이어 영구임대아파트와 일반분양아파트 주민들의 소통과 통합을 위한 ‘함께 성장하는 마을’을 현재 진행 중이다. 월 1회 복지관 밖으로 나가 ‘함께 살맛나는 지역사회 만들기’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이웃의 안부를 묻고 인사를 나누는 것도 봉사”라는 윤 관장은 “처음엔 낯설겠지만 꾸준히 실천하다보면 자연스러워져 주민들 간 신뢰가 쌓이고 마을의 변화도 가져올 수 있다”고 기대했다.

올부터 3년간은 기초수급대상자인 중년 독거남성의 의식주 자립기반을 지원하는 ‘인생터닝포인트’ 사업도 의욕적으로 펼친다. 40~60세 독거남성을 대상으로 집정리부터 반찬만들기까지 기본적인 의식주 자립을 돕는 프로그램으로, 자포자기하다시피한 일상을 추슬러 경제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 대상자에겐 다시 ‘사회인’으로 당당하게 설 수 있는 기회이자 국가적으로는 사회적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고양시의 사회복지 인프라는 웬만큼 갖춰졌어요. 이젠 그 안에 무엇을 담아내느냐를 고민해야 하지요.”
윤 관장은 ‘복지관의 역할’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한다고 털어놨다. 복지관은 한때 ‘어려운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실제로 그동안 갖가지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해왔다. 하지만 복지가 전문적이고 세분화되면서 복지관의 역할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
“복지관은 지역의 자원과 자원을 연결해주는 허브역할을 해야 해요. 사회복지사의 정체성도 그에 따라 재정립돼야 하구요. 프로그램 제공자가 아니라 주민들이 복지와 복지관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복지제안자’가 되는 거지요. 그만큼 사회복지사의 철학과 역량, 열정이 중요해지겠지요. 사회복지사를 봉사자가 아닌 한 직업인으로 보는 인식변화 또한 우리사회에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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