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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갯벌 너머로 해 지고, 해가 뜨네공감공간 - 강화도 선두리, 동막리
  • 유경종 기자
  • 승인 2017.03.06 13:53
  • 호수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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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신문] 지난해 연말 즈음, 비싸지는 않지만 나름 쓸 만한 카메라를 새로 장만한 후 평소에 찍어보고 싶었던 사진들을 하나씩 시도했다. 근사한 해넘이 사진도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가까운 곳에서 해넘이 명소로 알려진 덕양산의 초소 전망대, 고봉산 영천사, 파주 심학산 전망대 등을 찾았지만 시간을 놓치거나, 아니면 구름이 해를 가려 번번이 허탕만 치고 돌아왔다. 사진 좀 찍는다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해돋이와 해넘이 사진은 인간의 노력이나 실력으로 건질 수 있는 게 아니란다. 무조건 날씨가 협조해줘야 하기 때문이란다.

강화도에서 찾아 온 ‘지금 이 순간’

주말을 이용해 한 모임의 멤버들과 강화도로 1박2일의 연수를 다녀왔다. 늦은 오후 하늘을 올려다 보니 겨울날씨치곤 드물게 청명했다. 불쑥 ‘오늘 같은 날엔 해넘이를 제대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그러고 보니 여기는 서해 바다로 조망이 트인 강화도 아니던가! 해넘이 사진 타이밍이 바로 지금 이 순간이구나, 하는 직감이 왔다.

맘이 조급해졌다. 일단은 일행에서 슬쩍 빠져나오는 게 급선무. 적당히 핑계를 대놓고 무작정 차 시동을 걸고 해안도로로 향했다. 스마트폰에서 검색해보니 서해 해넘이 시각이 20여 분밖에 남지 않았다. 그렇다면 강화도의 해넘이 명소로 알려진 장화리 해변까지 가기엔 무리였다. 아쉬운 대로 주변 지도를 검색해서 가까운 선두리 해안길로 향했다. 차에서 내려 갯벌 둑으로 내려서려는데 아뿔싸, 차 뒤쪽에 있어야 하는 카메라가 보이질 않았다. 사진 찍을 일이 있으랴 싶어 카메라 가방을 챙겨오지 않았던 것이다. 야구선수가 배트도 없이 운동장으로 출근한 격이랄까, 스스로의 안일함이 한심스러웠다. 하지만 해넘이 사진이 꼭 폼나는 DSLR(일안반사식) 카메라에만 찍히란 법 있으랴. 명색이 기술문명의 총아인 스마트폰을 들고 괜찮은 해넘이 사진에 도전해보자는 오기가 생겼다.

스마트폰으로 담은 갯벌의 해넘이

선두리 갯벌마을길을 따라 걸어서 위치를 잡았다. 건너편으로 돌출된 산의 실루엣 위로 서서히 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역시 맑은 날의 해넘이는 눈부셨다. 아쉽게도 바다 위로 텀벙 떨어지는 포인트는 아니었지만, 중간에 갯벌과 바다를 두고, 건너편의 산그림자 너머로 떨어지는 해의 모습도 장관이었다. 해는 지면과 가까워질수록 크기를 키우고 테두리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드디어 지면과 만나고는, 지구 자전의 속도를 그대로 보여주며 세상 저편으로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순간순간을 카메라에, 아니 스마트폰에 열심히 담았다. 해가 진 후 잔영 속에 휩싸인 개펄 풍경도 아름다웠다. 하루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갈매기들과 편대비행을 하는 기러기들이 비로소 눈에 들어왔다.

숙소로 돌아와 잠자리에 드는데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날씨의 협조가 지속된다면 선명한 아침 해돋이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곧바로 강화도 해맞이 포인트를 검색했다. 김포땅을 바라보고 있는 황산도, 동검도 등에서는 섬 동쪽 바다 위로 떠오르는 해를 조망할 수 있나보다. 하지만 전날 저녁 장화리가 아닌 선두리를 해넘이 포인트로 찾아낸 것처럼, 이번에도 남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해맞이 포인트를 찾아보고 싶었다. 강화도 지도를 살펴 한 곳을 점찍어 두고, 일출 시간도 체크해 놓고 잠자리에 들었다.

 

강화 선두리 갯벌마을에서 바라본 해넘이 모습. 스마트폰 야간촬영 모드로 촬영했다.

 

나만의 해맞이 포인트를 찾아서

섬의 새벽 공기는 차가웠다. 차창 위에는 짙은 성에도 내려앉았다. 성에를 긁어내고 겨우 시야를 만들어 차를 몰고 나선다. 오가는 이 없는 한적한 강화의 순환도로를 새벽에 홀로 드라이브 하는 기분이 상쾌하다. 함허동천 입구 주차장 마트의 불빛이 반가워 잠시 들러 따뜻한 캔커피를 샀다. 부지런한 주인은 아침 6시면 가게문을 연다며, 이른 시간에 어딜 가는 길이냐고 묻는다. 해맞이 사진을 건져볼까 하고 나섰다고 말하니 대뜸 자기네 가게 앞 주차장에서 보는 일출도 일품이라며 기자를 붙들어두려 한다.
“여기가 지금은 매립돼서 들판이 됐지만, 예전에는 밀물이면 바닷물이 가득 들어왔거든. 저기 건너편 산 능선의 딱 한가운데로 해가 뜨는데, 평생 봤는데도 늘 멋지다니까.”

친절하고 부지런한 마트 주인장에게 기회가 된다면 꼭 여기서도 한 번 해맞이를 구경하겠노라는 약속을 인사로 남기고 목적지를 찾아 이동한다. 염두에 둔 곳은 바로 동막해수욕장으로 접어드는 언덕길. 지형으로 보아 어제 저녁의 선두리 갯벌과는 달리 동쪽으로 바다와 갯벌, 산능선을 조망하기에 제격일 듯해서 찜한 곳이다. 드디어 한 횟집 타운의 주차장을 낙점했다. 언덕 중턱에 동쪽 방향으로 탁 트인 전망을 가지고 있었다. 눈앞의 갯벌에는 정박해 둔 고기잡이배도 두어 척 자리를 잡고 있어 사진을 보다 풍요롭게 구성해주는 조연으로 안성맞춤이었다. 물때도 적당했다. 물이 반쯤 차서 갯벌과 수면이 활 모양의 만 안쪽을 사이좋게 나누고 있었다. 해돋이를 기다리는 구경꾼은 오로지 기자밖에 없었다.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해 뜨기 전의 여명부터 담는다. 이제 해만 떠오르면 된다.

동막리 분오어판장 주차장에서 바라본 새벽의 여명.

 

동해 일출 못잖은 서해 강화도의 일출

약속된 일조시간이 가까워지자 동쪽 하늘에 서서히 서광이 비치더니 드디어 붉은 기운이 모습을 드러낸다. 전날 저녁 선두리에서 인사를 고한 태양이 밤새 지구반대편을 골고루 비춘 후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것도 저녁의 해넘이 때보다도 훨씬 선명하고 기운찬 얼굴로 말이다. 감동이 밀려왔다. 하룻밤을 사이에 두고 해넘이와 해돋이를 연이어 감상하는 ‘얼떨결 일몰·일출 촬영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날씨를 허락해 준 하늘에 감사를, DSLR의 부재를 느낄 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준 스마트폰에게 경의를 표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아침밥도 안 하고 또 어딜 돌아다녔냐며 도끼눈을 뜨는 일행들에게 해돋이 사진을 척 내밀었다. 하나같이 표정들이 환해졌다.  

강화 갯벌 너머로 맞이하는 해돋이. 맨 위 사진과는 서로 마주보는 자리에서 찍었다. 

 

기자가 찾은 일몰·일출 명소

선두리 갯벌마을길
길상산 남쪽 기슭 가천대학교 아래쪽이다. 강화나들길 8코스가 잘 조성돼 있고, 외침을 방어하기 위해 쌓은 유적인 후애돈대에 들러볼 수 있다. 선두5리 어시장에는 횟집들이 즐비하다. 최근 일몰은 저녁 6시30분 전후.

동막리 분오어판장 주차장 
선두리 마을에서 함허동천을 지나 동막해수욕장으로 들어서는 언덕 끝에 있다. 바다를 향해 차를 세우고 차 안에서 정면으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봐도 좋다. 바로 옆에 분오리돈대가 있다. 최근 일출은 아침 7시 전후.

 

선두리 갯벌마을 나들길에서 만날 수 있는 후애돈대 유적지.

선두리 갯벌마을에 설치된 저어새 탐조 데크.

선두 5리 어시장에는 바다를 바라보는 넓은 창을 가진 횟집들이 줄지어있다.

 

 

유경종 기자  duney7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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