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호인> 타이푼 테니스공 야구단

[고양신문] 딱! 배트에 맞은 공이 멀리 날아가자, “와우”하는 환호성과 함께 타자가 신나게 달린다. 아직은 바깥 공기가 찬데 운동장을 달리는 타이푼 테니스공야구단의 열기는 뜨겁다.
팀 구성 초기에는 연습을 할 마땅한 공간을 얻지 못해, 운동장 구석에서 다른 팀의 연습경기를 구경하며 부러워하던 시절도 있었다. 2011년 4명의 회원들이 캐치볼 연습만 하면서 시작한 야구단회원은 현재 60여 명이다.

 

 


이제는 당당하게 주말마다 연습할 수 있는 학교운동장도 있다. 대부분이 축구나 야구 등을 좋아하던 40~50대의 중년들이다.
테니스공 야구는 헬멧 같은 보호 장비가 필요 없이 배트 하나로 즐기는 야구다. 볼에 맞아도 부상 위험이 적은 테니스공으로 야구를 한다. 4명의 멤버로 창단한 야구단의 직전 단장인 기한종(55) 고문은 “나이가 들면서 잦은 부상으로 15년 동안 좋아하던 축구를 접고, 체력적인 부담도 적은 테니스공야구로 바꾸게 됐다”고 말한다.
경기 규칙도 일반 하드볼 야구와 거의 비슷해 실제 야구 경기의 박진감은 일반 야구와 다름없이 그대로 즐길 수 있다.

테니스공 야구단은 2000년대 초반부터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재는 한국테니스공야구협회의 지역 협회가 곳곳에서 조직되고 있다. 협회는 매년 자체 리그도 주관하며 생활 스포츠로서 굳건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타이푼야구단은 토요일에는 회원들의 친목 도모에 중점을 두며 승패에 연연하지 않는 ‘즐기는 야구’를 펼친다. 일요일에는 서울, 경기지역의 타 팀들과 공식 리그경기를 치른다. 자연스레 회원들끼리 즐기는 토요일 친목경기는 다음날의 리그전을 대비한 실력 보완의 시간이 된다.
기자가 연습장을 찾아간 날에는 같은 연고지인 고양 멀티히터스와의 초대 친선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자체 경기나 타 팀과의 친선 경기에서도 포지션은 고정적이지 않다. 경기의 기록원, 투수, 포수, 감독, 심판, 등의 모든 포지션은 매 경기마다 바뀐다. 포지션을 바꿔가며 치르는 경기는 다양한 경기의 감각도 키우고, 야구를 즐기는 맛도 한층 커진다.

 


주말마다 서울의 끝 도봉동에서 가로막힌 북한산을 삥 돌아서 연습장을 찾아오는 박종을 단장은 “올해는 협회가 주관하는 수도권 동·서부 리그전에서 8강에 들어가는 게 목표”라는 소소한 바람을 전한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배트를 들고 나와 친목도 다지고 리그전도 참가하는 회원들의 야구 열정은 프로야구 선수에 뒤지지 않는다. 창단 후 7년째, 주말마다 타이푼 회원들의 연습경기를 건너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올해 처음으로 2월 첫 주의 주말이 설 연휴와 겹쳐 어쩔 수 없이 기록을 이어가지 못했다. 박 단장은 “비바람이 불어도 눈이 쏟아져도 테니스공 야구가 주는 환희와 즐거움을 꺾을 수 없었다” 는 말에 자긍심이 가득하다. 야구를 좋아하는 아이를 둔 아빠는 아이와 동행할 수 있는 덕분에 타이푼에는 세 회원의 아이들도 어엿한 팀의 일원이다.
최재훈 회원은 지난해에 야구를 좋아하는 초등학교 4학년 아들 은우를 위해 야구단에 가입했다.  가끔씩 게임에서 은우가 어른들과 똑같이 타석에 출루하여 멋지게 제 몫을 하고 들어오기도 한다.
어른들과 함께하는 경기가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은우군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하는 야구보다 더 재미있다”고 답한다. 친구들끼리 하는 야구는 너무 승패에 연연하기 때문이란다. “안타를 치면 어른들이 잘했다고 칭찬을 해 주셔서 자신감도 커진다”는 은우는 아빠하고 야구를 하러 오는 주말이 기다려진다며 한껏 표정이 환해진다.
박승규 회원은 상암동으로 이사를 와 회원으로 가입한 지 3년째다. 처음엔 운동이 좋아서 가입했지만, 지금은 가족처럼 호형호제하는 편안한 팀 분위기가 더 좋단다. 야구광인 강기열 총무는 타이푼동호회를 구상한 멤버로서, 동네의 한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3년이나 테니스야구단을 지도했던 실력자다.

 

 


대부분의 회원들은 관중석에서 구경하는 야구팬으로 테니스공야구를 만난 후 방망이와 테니스공을 들고 운동장을 달리는 동호인 선수들이 됐다. 어느덧 한 게임이 끝날 때마다 회원들의 얼굴이 한층 밝아졌다. 어렸을 적부터 좋아했던 야구를 향한 열정을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어른이 된 지금에서야 더욱 한껏 분출하고 있다. 야구장에서 뛰는 시간은 일상을 살아가는 에너지를 넉넉히 보충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배트에 맞아 멀리 날아가는 공처럼 회원들과 어우러지는 이 시간의 행복도 더불어 더 멀리 더 높이 쭉쭉 쭉 뻗어나간다.
문의 : 네이버카페 ‘타이푼야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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