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남 소설가·고양작가회의회장
‘고령사회’로 접어들어 가는 길을 물을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질문 가운데 하나는 일자리 문제이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숫자가 금년 1월말 703만1367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13.6%이며, 이는 금년 말 14%를 돌파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렇다면 2000년 시작된 ‘노령화사회’에서 17년 만에 ‘노령사회’로 들어선다는 것이 된다.

 물론 이는 2000년이 시작되기 전부터 예상했던 일로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다. 다만 그 속도가 예상치보다 조금 빠르게 진행되었다는 것뿐이다. 그러므로 그동안 준비를 철저히 하였다면 크게 문제될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놓고 우려하고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역시 그 귀착점은 매년 늘어나는 노인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반영구적인 일자리가 그들에게 부족하다는 데 있을 것이다.

 물론 국가도 그동안 이를 그냥 방관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10월 2일을 노인의 날로 정하고, 1981년 전문 62조와 부칙으로 된 노인복지법을 제정하였으며, 노화에 따른 건강문제, 퇴직과 실업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역할 상실로 인해 받을 고독감 등, 노인들의 전반적 문제점들을 감안하여 노인복지시설을 늘리고, 노인 장기요양시설 등을 지원 권장하고 있으며, 또한 기초연금을 비롯하여 기초노령연금을 국고에서 지급하고 있는 게 이를 증명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자치단체에서는 지정한 위탁기관을 통해 ‘알바’ 수준이기는 하지만 시간제로 임시계약직 일자리를 주선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소극적 정책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게 중론이다. 더구나 곧 전체 인구대비 20%이상일 때 일컫는 ‘초고령사회’가 멀지 않았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이와 같은 일방적 퍼주기식으로 연명시키는 방법은 이제 배제하고, 그보다는 더 적극적이며 생산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고양시도 예외가 아니다. 전국에서 노인인구가 많은 지역으로 분류되어 있다는 것은 유념할 일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지금의 노인들은 우리나라 격변기에 산업화 현장에서 오늘을 만든 장본인들이다. 지금은 비록 늙어 소외되어 있지만 그 중심에 서서 경제 발전을 이끌어온 사람들이다. 그런 만큼 그들이 지니고 있는 경륜과 기술, 지혜를 활용할 수만 있다면 그렇지 않아도 인구감소로 노동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을 돌아볼 때 국가적 이익을 창출할 수도 있다고 본다. 또한 일을 통해 노인들이 스스로 사회적 관계를 다시 형성하고, 잃어가던 건강도 되찾을 수 있으며, 경제적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면 일석이조가 아니겠는가. 이렇게 될 때 비로소 우리는 노인복지법 제23조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노인의 사회 참여 확대를 위해 노인의 지역 봉사활동 기회를 넓히고, 노인에게 적합한 직종의 개발과 그 보급을 위한 시책을 강구하며, 근로능력이 있는 노인에게 일할 기회를 우선적으로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노인여가시설을 위한다는 미명 아래 노인종합복지기관과 경로당 등을 확충하는 것으로 그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미시적 안목이며, 전시효과를 노리는 처사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그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자는 풍토부터 조성하는 일이다. 사실, 그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관심도는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에 비해 훨씬 뒤떨어져 있는 실정이다. 그러므로 더욱 그들에게 영구적인 일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서는 범국민적 관심도를 높일 운동 등이 필요한 것이다. 그 다음엔 그들이 스스로 생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일터를 마련해 주는 게 순서인데, 물론 이는 관계당국과 학계, 복지계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마련할 일이다.

 사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건강의 바로미터는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금년에도 많은 은퇴자들이 65세라는 나이 때문에 또 사회에서 밀려날 것이다. 그런 만큼 이제 우리는 단지 늙었다는 이유로 그들을 뒷전으로 돌리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그들을 포용하여 함께 상생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희망하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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