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상만 인권운동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가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었다. 재판관 전원 일치의 8대 0 인용이 결정된 직후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는 그의 프로필을 ‘대통령’에서 ‘전 대통령’으로 바꿔 표기했다. 2016년 12월 9일 234명의 여야 국회의원이 탄핵소추한 후 92일만의 결과다. 이 결과를 두고 탄핵을 지지해 온 국민들은 “분노한 민의가 수용되었다”며 환호했다. 반면 탄핵 기각을 주장해 온 이들은 차마 옮겨 적기 민망한 말로 헌재 결정을 비난하며 경찰 버스를 부수고 일부는 자해까지 하는 등 폭력 시위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실망하는 이들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대한민국은 대의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공화국이다. 모든 국민이 직접 정치를 할 수 없으니 우리를 대신할 누군가를 투표로 선출하여 그에게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한시적으로 위임한 것이다. 그런데 이 신성한 권한을 사적 이익을 위해,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소수만을 위해 행사했다면 이는 결코 용납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탄핵을 통해 절대 권력자를 통제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지금, 대한민국 국민은 그 권한을 통해 불법을 자행한 대통령을 탄핵함으로써 이 나라의 진짜 주인이 국민임을 재확인시킨 것이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리고 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의 정신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또 명심해야 할 일이 있다. 비웠으니 다시 채워야 하는 중요함이다. 불의한 권력 남용과 국정농단 세력이 민주적인 법 절차에 의해 탄핵되고 이를 대신할 또 다른 우리의 대표자를 앞으로 60일 이내에 다시 채워야 한다.

과연 우리는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중요한 것은 ‘이전과 달라야 한다는’ 점이다. 이전과 같은 누군가가 아니고 과거와 다른 새로운 리더가 절실한 지금이다. 돌아보면 지나온 시간은 참으로 인내하기 고통스러운 과정의 연속이었다. 자신의 정치적 지지 기반을 위해 집권 세력은 국민간 이념 대립을 조장하여 통합이 아닌 분열로 내몰았다. 특히 국민 뜻과 반하는 일본과의 망국적 합의로 민족적 자존감은 한없이 추락했다. 22조원을 퍼부은 4대강은 마실 수 없는 녹조로 멍들었으며, 남북 평화의 상징이었던 금강산과 개성공단은 채워놓은 자물쇠에 녹이 슬었다. 뿐인가. 안보와는 상관도 없는 사드 배치로 중국과의 외교적 대립은 벼랑 끝을 향하고 있으며 덕분에 기고만장해진 일본의 태도는 우리를 아연실색케 하는 요즘이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우리나라 국익을 위한 현명한 선택은 무엇일까. 정말 이대로 좋단 말인가. 그래서 조기 대선으로 뽑을 차기 대통령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관점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꼬인 실타래가 풀릴 수 있다. 그 새로운 기회가 온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절대 다수의 건강한 상식을 가진’ 우리 국민들이 촛불로 이뤄낸 이 평화적 민주혁명을 모든 이들과 함께 기뻐한다. 이 기쁨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찾은 글이 있다. 바로 지난 2004년 ‘탄핵 소추되었으나 다른 결과였던’ 헌재 기각 결정후 당사자인 노무현 대통령이 발표한 대국민 메시지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현명한 국민의 승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때 그 메시지로 오늘의 기쁨을 표현하고자 한다. 그 메시지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우리 국민이 이 상황을 잘 극복해 나가주실 것으로 믿었습니다. 과연 우리 국민은 훌륭했습니다. 잘 해 냈습니다. 저는 우리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민주적 역량에 대해서 굳은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젠 훌륭하다는 수준을 넘어서 감동적이다, 이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국민 여러분이 다시 한번 존경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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