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고 울어주고 빛나는 이웃

좋은 일도 많이 하고 특히 어른들을 잘 모시기로 소문난 마두1동 6단지 상가 내에서 고양농산을 하는 이병욱(41)씨를 만났다. 하얀 고무신에 털털하고 힘있는 목소리, 마치 고양이 같기도 하고 호랑이 같기도 한 갈색 눈동자가 예사롭지 않았다.

따스한 차 한 잔을 마실 무렵 요구르트 아주머니가 지나가자 가게로 불러들여 마차 한 잔을 타주고 아파트 경비 아저씨에게도 등산용 양말을 전해준다. 간간이 전화가 올 때도 늘 “감사합니다”로 시작되는 통화에는 친절이 베어있다.

정초에는 경로당에 쌀과 밀감을 전달하고 김장담근 것도 주었다며 경로당 정찬호(76)옹은 “이 사람은 노인들이 지나가면 다 가게에 불러들여 몸에 좋은 차를 꼭 대접해주고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을 좋아하는 천당을 따놓은 사람”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세배 돈을 바꾸러 은행에 가는 일도 이씨가 대신해주었다.

이처럼 동네 어른들은 다 내 부모라고 말하는 이병욱씨는 뇌졸중으로 돌아간 아버지를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난다고. 94년 7월 하나님을 만나기 전, 물건을 팔아 가족을 먹여 살리느라 술을 닥치는 대로 먹었다. 그때 경험으로 술 취한 사람들이 택시잡기가 어렵다는 것을 아는 그는 음주한 사람들을 집까지 태워다 주기도 나서서 한다고.

충청도의 새우젓 많이 나는 강경이 그의 고향이다. 그의 이름은 빛날 병, 빛날 욱이다. 너무 가난하여 물배로 배를 채우던 시절, 중학교밖에 못나왔지만 생전에 아버지가 늘 이름 값하며 살라는 말을 잊지 않고 살고 있다고.

이병욱씨는 건강에 좋다는 ‘마’사업을 하면서 마에 대한 연구도 많이 하지만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선생처럼 전국을 누볐다. 오로지 마 한가지로 우리나라를 35번 정도는 돌아다녔다고 한다. 그는 성실함과 믿음, 친절을 무기로 IMF시절에도 남들보다 바쁠 수 있었다. 외국은 물론 전국에서 주문이 들어올 정도로 거래처가 늘어났다고.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붕괴 때 이씨는 홀로 울었다.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장례식 때는 화환도 보내고 직접 참석해 엉엉 울었단다. 많이 안 배우고 오로지 불도저 마냥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이룩한 정신을 존경했기 때문이다. 정회장이 노인복지를 앞장서지 못한 것이 늘 아쉽다는 이병욱씨는 기회가 된다면 노인복지를 위해 힘쓰겠다고.

그는 현재 마두1동에서 바르게 살기 위원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그의 가게 한 구석에는 은혜의 집인 양로원을 후원하여 받은 결연증과 중증장애우를 위한 후원으로 초록장애우 이동봉사대 저금통이 있다. 가끔 서울역 노숙자를 찾아 김밥이나 오뎅 국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월드컵 때는 닭 5마리,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응원도 다녔다. 학생 200명을 태우고 카퍼레이도 하며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쳤다 노란 티셔츠를 입고 말이다. 열정이 넘쳐 이웃돌보기에 부지런한 그를 보면 행복하다. 벌어다주는 것 알뜰하게 저축해준 아내가 고맙다는 쑥스러운 말한마디를 건네는 이씨가 바로 마두1동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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