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함께 뛰는 고양인> 나임윤경 고양청소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시민이 교육주체인 조합 이끌며
청소년카페 화정톡톡톡 운영
“아이들, 존재로서 즐거웠으면”

“청소년공간을 지하에 두고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죠.”
나임윤경 고양청소년사회적협동조합(이하 틴쿱) 이사장은 틴쿱이 위탁운영하는 화정청소년카페 ‘톡톡톡’이 유휴공간 활용의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데 대해 편치만은 않은 속내를 내비쳤다. 톡톡톡을 찾는 청소년들이 늘어갈수록 오히려 미안함과 아쉬움이 커진다는 것. 인터뷰가 진행되던 지난 22일 오후엔 때마침 진도 앞 먼 바다에서 1072일만의 세월호 시험인양 성공 소식이 전해져왔다.
“톡톡톡도 지상으로 떠올라야죠(웃음).”

교육 주체로서의 감각 키우는 조합
틴쿱은 2014년 3월 창립한 협동조합이다. 청소년 문화관련 협동조합으로는 고양시 최초다.
“교육에 관한 한 우리는 한 번도 주체여본 적이 없는데, 사교육이 팽배하면서 갑작스럽게 소비자가 돼버렸어요. 기업(정책)은 돈이 없는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지 않죠. 교육의 소비자가 아닌 주체가 되기 위해선 각자가 원하는 교육이 무엇인지 담론화‧공론화하는 자리가 필요해요. 틴쿱은 시민이 교육 주체로서의 감각을 함께 키우고 나누는 협동조합이에요.”

틴쿱은 창립 첫 해부터 지금까지 4년째 화정청소년카페 톡톡톡을 위탁운영하고 있다. 2014년 7월 개관한 톡톡톡은 화정역 인근에 횡단보도가 생기면서 버려진 도심 지하보도를 새단장해 마련한 청소년카페. 189㎡ 규모에 북카페, 강의실, 동아리실, 전시관을 갖춘 이곳엔 하루 150~200명의 청소년들이 드나들고 머문다.
“톡톡톡 개관을 준비하면서 세월호 참사를 맞았다”는 나임 이사장은 “끔찍한 아픔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가 청소년인권이나 교육권을 다시 한 번 생각할 거라고 기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톡톡톡은 아무것도 변한 것 없는 우리 사회의 한복판에서 아이들이 그 존재로서 오롯이 즐겁고,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해요.”

통일된 가치와 철학 공유・확산 필요
틴쿱 조합원은 68명이다. ‘청소년이거나 청소년기를 보낸 적이 있거나 청소년 자녀가 있거나 청소년이 될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면 누구나 조합원이 될 수 있다. 물론 청소년도 당당히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청소년 조합원은 150여 명. 이들 중 희망자로 구성된 청소년운영위원회는 프로그램 운영부터 공간 활용, 동아리 행사 기획 등 카페 운영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
톡톡톡이 청소년카페지만 아이들이 찾지 않는 시간대엔 어른들을 위한 인문학 강의나 소모임 공간으로도 쓰인다.
“청소년을 교육하는 어른들의 시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나임 이사장은 “아이들의 성장 방향과 교육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의견을 나누면서 가치와 철학을 다듬고 공유하고 확산하는 평생교육의 장”이라고 소개했다.

톡톡톡이 개관 초부터 집중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는 진로교육이다. 직업체험 프로그램인 ‘꿈찾기 길찾기’, 새로운 직업을 찾아보는 ‘미래 세상, 내 직업을 찾아라’에 이어 올핸 자립학교를 시작했다. 밥해먹기, 목공교실, 바느질하기, 텃밭가꾸기 등 그야말로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살기’ 위한 기본적인 것을 가르쳐준다. 나임 이사장은 이러한 자립교육을 미래에 아이들을 ‘생존’ 가능하게 하는 교육이라고 표현했다.
“고용 없는 성장은 가속화되고 있는데 여전히 스펙을 쌓고 취업을 위한 공부에 아이들을 내몰고 있어요. 이젠 누군가의 평가를 받기 위한 게 아니라 스스로 자립하고 자활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시대예요. 이러한 시대 변화에 맞춰 아이들의 자급 감각을 어떻게 키워줄지 고민해야 하죠.”

아이들이 ‘호시절’ 보내는 공간
나임윤경 이사장(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은 여성 문제에 진보적인 목소리를 꾸준히 내온 학자다. 여성을 옥죄는 자녀 사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한 방안으로 청소년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 일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인문학 강의로 인연을 맺은 이웃들과 협동조합을 만들고 이끌어오면서 ‘공통된 교육 가치와 철학을 어떻게 하면 더 넓게 공유하느냐’도 늘 고민한다. 그러면서 지치지 않고 갈 수 있는 이유는 조합원과 함께하며 의미 있는 일을 하기 때문이란다.
“아이들의 꿈을 찾아주고 지지하고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도우면서 얻는 보람은 수억원을 주고도 가질 수 없잖아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아이들의 10여년간 삶의 질을 떠올리면 마음이 너무 아프죠. 이곳에선 아이들이 그들의 ‘호시절’을 보내길 바랍니다. 그러다 ‘영감’을 얻어 자신의 진로를 찾아가는 아이들이 있으면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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