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광석 대명한의원 원장
한국에 과연 미래가 있을까 의심하기도 하고 미래는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 희망이 있다고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보다 더 나아졌다는, 예전엔 정말 힘들었다며 너희들(젊은 것들)이 고생이란 걸 아느냐며 나무라시던 어른들의 상투적인 얘기가 아니다. 바로 내 생각이다.

이번 대통령 탄핵을 지켜보며 많은 국민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터이고, 민심이 곧 천심이라는 생각도 했을 것이다. 대통령의 부정을 보고 국민이 분노했고 이런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 국회가 대통령을 탄핵했다. 마지막으로 헌재의 만장일치로 대통령은 탄핵되었다. 물론 불복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정당한 절차를 밟아 대통령은 탄핵되었다. 더 이상 무능할 뿐만 아니라 부도덕한 대통령을 용납할 수 없다는 다수 국민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모든 것은 국민에게서 시작되었다. 혹자들은 불온세력이 개입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나 같은 시민들이 알지 못하는 세력들도 섞여 있었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주말마다 추위를 무릅쓰고 광장으로 나가 촛불을 든 이름 모를 많은 이웃들이 만들어 낸 성과임은 부정할 수 없다. 남들이 이루어 놓은 달콤한 민주주의에 무임승차 할 수 없어 나도 여러 번, 속된 말로 머릿수를 보탰다.

한때는 새 세상이 열릴 거라 큰 기대를 한 적도 있었지만 이젠 그런 허황된 꿈은 꾸지 않는다. 그저 한 걸음이라도 진보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거라 믿을 생각이다. 숨 막히도록 답답하고 또 억울한 시간이었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많은 사람들 덕으로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았던 권력을 무너뜨리는 기적을 보면서 이젠 굳센 믿음을 가지기로 했다. 당장 커다란 변화는 아니더라도, 설사 그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없을 만큼 미미하다해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세계 역사에 찾아보기 어려운 시민혁명을 이룬 사람들이다. 그 자부심으로 와글거리며, 시끄럽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누구라도 당당하게 제 목소리를 내고 불의에 굴하지 않는 그런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인들이 놀란 촛불의 힘, 그것이 바로 한류이고 대세가 될 것이다. 그것은 어떤 물리적인 힘으로도 막을 수 없는 커다란 흐름이다. 동북아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혁명은 성공 예가 드물다. 우리는 아시아에서 가장 앞서는 시민의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자부심이 든다.

이번 일을 계기로 민의에 어긋나는 정치를 하는 이들은 언제든 국민에 의해 내쳐질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기를 바란다. 참 오랫동안 정치인들은 무례하고 오만했다. 국민이 개, 돼지라고 하는 건 영화에나 나오는 대사가 아니었다. 얼마나 국민들이 우습게 보였으면 모든 절차와 원칙을 무시하고 국정을 자신의 측근인 민간인에게 맡겨두었을지, 이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사람을 무조건 지지하는 그 주변 정치인들까지 한통속이 되어 국민의 의사는 안중에도 없이 밥줄을 끊어가며 국민을 굴복시키려 했는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긴장을 늦추지 말고 애초의 의지대로 우리가 원하는 그 한 걸음을 더 디뎌보자.
과한 기대와 욕심으로 일을 그르치지 말아야한다. 개인의 욕심을 버리고 대의를 위해, 민의를 따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민의에 반하여 개인의 욕심만 챙기다 민주화를 십 수 년 지연시킨 정치인들의 과오를 답습해선 안 된다. 민의보다 앞선 정치인을 보지 못했다. 지난 총선에선 여론조사와는 다른 표심의 단일화로 우리 스스로도 놀랐던 기억이 있다. 다시 한 번 민심이 천심이고 대세라는 걸 증명해 보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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