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임우기씨, 한양문고서 시인 ‘백석’ 강의

 

 

[고양신문] 인문학 모임인 ‘인문학스콜레’가 3월 25일 3월 정기모임을 한양문고 주엽점 강의실 ‘한강홀’에서 가졌다. 인문학스콜레는 평소 네이버 밴드를 통해 문학적 소양을 키워가고 한 달에 한 번 오프라인 정기모임에서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그 결속을 다지는 전국 단위의 인문학 향유 모임이다.

이날 강의에 초대된 이는 임우기<사진> 문학평론가. 임 평론가는 이날 강의에서 서구의 합리성에 기초한 문학관을 벗어난 백석의 시가 가지는 매력을 전했다. 그는 우선 백석 시인의 대표작인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을 소개하며 “고인이 된 문학평론가 김현이 ‘한국시가 낳은 가장 아름다운 시’라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1948년에 발표된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은 가족과 떨어져서 남신의주 유동의 ‘박시봉’이라는 사람의 집 낯선 방에 칩거한 채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로 슬프고 부끄러운 과거의 삶을 회고하는 시다.

임 평론가는 “이 시에서 염세적인 시적 화자가 이 시의 마지막 연에 나타나는 ‘갈매나무’를 통해 결국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며 “이 갈매나무는 백석의 고향인 평북 정주에서는 샤머니즘적 나무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임 평론가는 또한 “1912년생으로 영문학을 전공했던 모던보이 백석 시인이 그의 시에 고향인 평안북도 방언을 즐겨 사용했고 토속적 정서를 내비쳤다”며 “이러한 점에서 모더니스트 시인들이 서양의 합리주의적 문학론에 빠짐으로써 놓친 부분을 백석 시인은 놓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임 평론가는 이어 “백석의 시 중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사랑받지만 해석이 아직 제대로 되지 않은 시”라면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소개했다. 그는 이 시의 첫 연인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를 지목하며 “‘사랑한다’와 ‘눈이 내린다’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두 개 항이 시적 주관에 의해 인과관계로 묶이면서 독자를 전율시킨다”고 말했다. 이 시의 첫 연은 서구의 합리성에 비춰보면 전혀 말이 되지 않지만, 그 비합리성의 연장으로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라는 한국시사에서 가장 논쟁적인 시구절을 낳았다.

임 평론가는 강의 말미에 하재일 시인과 육근상 시인의 시를 소개하며 “이 두 시인의 시가 제대로 평가 받기 힘든 수구화된 문학 권력이 존재한다”며 “문학계에 존재하고 있는, 서구 문학 이론에 물들어버린 수구세력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우기 평론가는 1990년대 초 문학과 지성 편집장을 지낸 뒤 솔 출판사를 차려 박경리의 『토지』를 완간하고 최근에는 프란츠 카프카의 문학을 집대성한 『카프카 전집』(전 10권)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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