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동 ‘벽제관지’ 종합정비계획 학술용역 착수

 

▲ 벽제관의 터였던 ‘벽제관지’에 대한 종합정비계획을 위한 학술용역 착수보고회가 지난 6일 고양시청에서 개최됐다.

 

[고양신문] 조선시대 대 중국 외교의 핵심적인 역관이었던 벽제관의 터 ‘벽제관지’에 대한 종합정비계획을 위한 학술용역이 착수됐다.

벽제관은 조선시대 중국의 사신이 한양으로 들어가기 전 반드시 하룻밤을 묵었던 곳이자  임금이 왕릉에 행차할 때는 행궁으로도 쓰인 장소였다. 벽제관은 6·25동란으로 소실돼 지금은 터만 남았고 사진으로만 옛 모습을 짐작할 수 있지만, 조선시대 고양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이었다.

벽제관지는 1965년 국가사적 제144호로 지정된 중요한 문화재이지만 이 때문에 주민들은 사유재산권을 행사하는 데 침해를 받아왔다. 벽제관지(4150㎡) 외곽으로부터 500m 이내에 있는 건축물에 대한 공사나 수리를 할 경우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지난 6일 용역 착수보고회에서 정동일 고양시문화재위원은 “벽제관지 때문에 이곳 마을의 집들은 2~3층 높이 이상 지어질 수 없고 증개축도 할 수 없어 마을 주민들은 이 마을 옆에 들어선 고층 아파트와 비교하면서 박탈감을 느낀다”며 “‘돌멩이 몇 개 남아있는 터 때문에 왜 내가 피해를 봐야하나’라고 생각하는 주민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번 학술용역의 과업범위에는 ▲벽제관지 정비계획 수립 ▲고양벽제관과 부속시설인 육각정에 관한 고증과 학술 연구 실적 정리 외에도 주민 불편 사항을 고려해 ▲주변 현상변경 허용기준 조정도 포함된다.(재)불교문화재연구소가 수행하는 이번 학술용역은 지난 3월 착수해서 오는 12월까지 9개월간 진행된다.

 

▲ 조선시대 중국 사신이 한양으로 가기 전 머물렀던 벽제관의 옛 모습

 

2004년 용역에도 변화 없어
사실 벽제관지에 대한 종합정비계획을 위한 학술용역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벽제관지가 1965년 국가사적 제144호로 지정된 이후, 1998년 발굴조사가 이뤄졌고 2004년에는 벽제관 복원을 위한 타당성 조사가 연세대 건축과학기술연구소에 의해 진행된 바 있다. 정동일 위원은 “20년 전 발굴조사 당시 유구(옛날 토목건축의 구조와 양식을 알 수 있는 실마리가 되는 자취)가 잘 보존돼 있으니 새 건물을 지었을 경우 유구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당시 문화재청이 불허해서 벽제관 복원이 추진되지 못했다”며 “지역주민의 염원은 벽제관의 복원”이라고 설명했다.
김종성 고양동장은 “2004년 연구용역 이후에도 여전히 주민들은 건물에 대해 증개축을 할 수 없고 벽제관 인근 주차장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중장기적 정비계획을 수립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 주민들에게 뭔가 변화를 보일 수 있는 단기적인 계획을 잡는 것에 중점을 둬 연구용역이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성락 문화재위원은 “전국에 지정된 약 500개 사적에 대해 대분분의 지역주민들이 애정과 자부심을 느껴지 못하고 불행을 느끼는 것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이번 용역에 ‘주변 현상변경 허용기준 조정’도 포함된 만큼, 사적을 잘 복원하고 보호해야 한다는 점과 사적 때문에 불편했던 주민들의 요구가 잘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현재 6·25동란으로 벽제관은 소실돼 고양동에 있는 벽제관지에는 돌멩이와 잔디만 남아있다.

 

육각정 환수 정당성 자료 마련 
지난 6일 진행된 용역 착수보고회에서는 고양벽제관에 있었던 정자인 육각정 환수 문제도 거론됐다. 육각정은 일제강점기인 1918년 조선총독부의 하세가와 총독이 자신의 고향인 일본 야마구치현 이와쿠니시로 가져가 지금까지 그곳에 있다.
유한우 고양시 교육문화국장은 “고양시가 2013년 2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이와쿠니시를 방문해 환수 논의를 해왔고 고양시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환수에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와쿠니시는 지금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해왔다”며 “육각정 문제를 학술용역에 어떻게 담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석규 불교문화재연구소 연구위원은 “적극적인 환수와 관련해 저희 기관이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다만 역사 관련 자료를 제공해 고양문화원 중심으로 펼칠 환수 사업에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육각정 환수를 맡은 고양문화원의 류연일 사무국장은 “육각정과 관련한 기초자료를 마련해 환수의 정당성을 확보한 후 오는 9월 일본 현지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