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함께 뛰는 고양인> 조경오 고양사회창안센터 사무국장


시민 아이디어로 제도 개선
매해 공모건수 100개 안팎
“실현 전제된 대회였으면”


‘시민의 아이디어가 현실로 이뤄지게 하는 일’
조경오 고양사회창안센터 사무국장을 가슴 떨리게 한 말이었다. 오랫동안 해오던 시민단체 일을 접고 잠시 쉬고 있던 그는 이 떨림을 좇아 2011년 고양사회창안센터 사무국장직을 맡았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제도나 정책으로 실현하는 게 간단치 않더라고요. 너무 쉽게 생각했어요(웃음).”

작은 아이디어를 현실로
고양사회창안센터는 시민의 아이디어와 공익적 제안을 모아 제도 개선을 이끌어내는 비영리민간단체다. 키 작은 사람들을 위한 지하철의 낮은 손잡이, 밤에 멀리서도 식별할 수 있는 버스LED 번호판, 수수료를 미리 알고 찾는 현금자동지급기 수수료 사전공지 등이 시민의 작은 아이디어가 현실이 된 사례다. 물론 고양시 사례는 아니다. 고양사회창안센터도 2009년 창립 첫 해부터 매년 고양시민창안대회를 열고 시민 아이디어를 공모하고 있다. 지난해 8회 대회까지 접수된 아이디어는 총 967건. 매해 100건 안팎의 아이디어가 모아지는 셈이다.
“대회 초창기만 해도 민원성 제안이 많았는데 근래엔 대회 취지를 잘 알고 참여하는 시민들이 늘었다”는 그는 “이젠 시민 아이디어가 튼실하게 열매를 맺도록 하는 센터의 역할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고양사회창안센터는 3년 전부터 대회 공모에 접수된 1차 아이디어를 걸러 시 담당부서와 함께 실현여부 가능성을 먼저 평가한다. 아이디어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 중 하나다. 그렇다고 시 담당부서의 평가가 결선대회 진출여부를 결정하는 건 아니다. 결선대회 출품작은 1차 심사(네티즌과 시민평가단 평가), 2차 심사(심사위원 심사와 아이디어 숙성)로 결정된다. 
“올해부터는 제안자와 담당공무원이 함께 워크숍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에요.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 자체도 의미 있지만 시민창안대회가 보다 활성화되기 위해선 시민 스스로 제안한 것들이 더 많이 현실화돼야겠지요.”

967건 중 실현 아이디어는 5건
지난해까지 공모를 통해 접수된 967건 중 현실화된 제안은 5건에 불과하다. 전동휠체어 안전표지, 호수공원 작은도서관, 공공장소 일반인 대관, 고양TV뉴스 수화통역서비스, 디지털도서카드(도서관 이용자들의 커뮤니티)가 그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제안의 90% 이상이 제도나 법규가 뒷받침돼야 해 실현까지는 쉽지 않다”라며 “우수 아이디어 몇 건만이라도 실현을 전제로 하는 대회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그러기 위해선 시와 시의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 일례로 지난해 경기도는 시군을 대상으로 제안창조오디션을 열고 본선 수상작 5팀의 아이디어를 올해 도 정책에 반영해 실시하기로 했다. 고양사회창안센터가 제안한 버스정류장 안전선을 활용한 승격 편의 도모 제안은 2015년 고양시민창안대회에서 으뜸상을 수상하고도 묻혀 있다가 이번 수상으로 빛을 보게 됐다.
“이번 수상작은 고양시가 ‘우수한 아이디어지만 실현불가’로 평가했던 제안이에요. 시민 생각이 행정 속으로 녹아들기 위해 넘어야 할 문턱이 조금이라도 낮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는 시민 제안의 실현율을 높이기 위해선 센터의 내부 정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제안 실현에 필요한 규정이나 제도를 연구하면서 아이디어를 성숙시켜가는 창안누리팀이 있긴 하지만 자원봉사로 운영되다보니 창립 초창기와 같은 적극적인 활동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고양사회창안센터는 회원 130여 명의 회비로 운영되는 민간단체예요. 지자체가 직영하는 지역의 창안센터에 비하면 제안 실현율이 낮은 편이죠. 이를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찾고 있어요. 시민들도 자신이 생활 속에서 겪는 불편을 ‘다 그렇지 뭐’하고 그냥 지나치지 말았으면 해요. 불편함 해소는 공익에도 도움이 될 때가 많거든요.”

고양사회창안센터는 올핸 고양시민창안대회를 2회 개최한다. 상반기 대회 아이디어접수는 오는 5월 21일까지이며, 제안자의 프리젠테이션으로 진행하는 결선대회는 6월 17일 열린다. 대회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고양사회창안센터 홈페이지(www.gocci.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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