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과 함께 뛰는 고양인> 백미영 원당마을행복학습관 코디네이터

방송시설을 갖춘 원당마을행복학습관 지하엔 백미영 코디네이터가 소장하던 LP판 5000여 장이 빼곡히 정리돼 있다. 백 코디네이터는 음악동아리 연습공간이 필요한 지역민이라면 지하공간을 이용해도 된다고 말했다.

재개발로 묶인 원당 주민 위한
평생교육과 도시재생교육 실시
“변화 주도할 활동가 배출할 것”

원당마을행복학습관 입구 계단에 꽃 화분 10여 개가 올망졸망 놓여 있었다. 맞은편 가게에서 판매용으로 진열해 놓은 것이란다. 학습관에 드나들 때 불편할 만도 할 텐데, 백미영 원당마을행복학습관 코디네이터는 “이웃끼리 야박하게 굴 수 있느냐”며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리고 보니 원당마을행복학습관 계단은 그늘진 맞은편 가게에서 보면 탐이 날만큼 오후 햇살이 잘 들었다. 봄 햇살 나눔이란 게 마을행복학습관이란 이름과 잘 어울렸다.

재개발로 묶인 구도심에 자리
원당마을행복학습관은 원당시장 옆길을 따라 원당성당으로 가는 길에 있다. 경기도 평생교육 정책사업의 일환으로 2014년 4월 이곳에 들어섰다. 경기마을행복학습관은 2010년 포천 장자마을을 시작으로 한센촌, 사할린동포 정착마을 같이 교육기회가 닿지 않는 곳에 조성돼 지금까지 14개가 운영 중이다. 그 중 구도심에 자리한 건 원당마을행복학습관이 유일하다.
“주변이 재개발(뉴타운) 지역으로 묶여있는데다 2007년 지정 이후 사업이 지연돼 도심공동화가 심화되고 상당히 낙후된 지역이에요. 주민들을 위한 평생교육과 더불어 지역 특성을 반영해 도시재생과 마을공동체에 대한 주민 인식을 확산하고 마을을 변화시키기 위한 교육도 주요하게 진행하지요.”
학습관 개관 때부터 운영을 맡고 있는 백미영 코디네이터는 “하지만 도시재생이 주민들에겐 아직 낯선 주제여서 우선은 주민들과 호흡을 함께할 수 있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운영 중”이라고 소개했다.

한 해 20강좌 500명 수강
학습관은 풍물, 웃음치료, 엄마표영어 등 20여 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초등학생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는 것으로, 한 해 수강생은 500여 명에 이른다. 특히 엄마표영어는 수강생이었던 학부모가 교육을 마친 후 이웃 아이들을 가르치는 영어강사로 활동하고, 학습관 강좌도 맡는 등 ‘주민 강사’ 양성 프로그램으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60~80대 어르신들을 중심으로 한 웃음치료와 왕초보영어, 아이들 풍물교실도 개관 때부터 꾸준히 호응을 얻고 있다.
“홍보를 따로 하지 않아도 수강생이 채워질 정도로 입소문이 났어요(웃음). 무료이지만 강사진이 워낙 탄탄해 그만큼 수강생들의 만족도가 높지요.”
한 강좌는 강사비 부담이 커 장기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어르신 수강생들이 ‘수업을 없애지 말아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는 바람에 난처해진 적도 있단다. 어르신들의 열의에 강사가 스스로 강사비를 낮추고 지금까지 수업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엔 ‘싱어롱 팝송’이라는 팝송 따라 부르기 강좌를 열었다. 남성 어르신들의 학습관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을 고심하다 신설했는데, 예상이 적중했다. 팝송을 즐겨듣던 60~70대 남성 어르신들의 참여가 적극적이다. 싱어롱 팝송은 팝칼럼니스트로 오랫동안 활동했던 백미영 코디네이터에게도 남다른 애정이 가는 프로그램이다.
“해마다 시와 위탁계약을 해야 하는 까닭에 재선정이 결정되기 전인 1, 2월엔 학습관이 ‘개점휴업’ 상태예요. 프로그램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공모기간이 조정됐으면 해요.”

아이가 뛰놀고 주민이 머무는 사랑방
올핸 학습관을 주민 공간으로 확대하기 위해 몇 가지 변화를 준비 중이다. 2층 강의실을 새단장하고 옥상을 아이들이 뛰어놀고 주민들이 모여 영화감상도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밀 계획이다. 지역이 복잡한데다 정비가 안돼 마음껏 뛰어놀 곳이 부족한 아이들과 문화 향유 기회가 적은 주민들을 위한 공간이다. 방송국 시설을 갖춘 지하에선 오는 5월 인근 원당시장 상인들과 함께하는 팟캐스트 방송도 개설한다. 지역 단체, 소모임, 동아리에 공간을 무료로 빌려주는 일도 지금처럼 지속한다.
“평생교육장으로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백미영 코디네이터는 “도시재생과 마을공동체 교육도 꾸준히 진행하면서 마을변화를 이끌 수 있는 활동가를 배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미영 코디네이터는 오아시스 레코드사에 20년간 근무하며 팝칼럼니스트로, 가수 송대관 총괄매니저로 활동하다 곽치영 전 국회의원(당시 고양덕양갑)실 행정실장으로 일하면서 2001년 고양으로 삶터를 옮겨왔다. 원당마을행복학습관 코디네이터가 “내게 가장 잘 맞는 일”이라는 그는 “돈은 안 생기지만…(웃음), 재미있고 보람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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